없는 진술 넣고 협박도…감사원, ‘文정부 통계조작 강압감사’ 인정

정치

이데일리,

2026년 8월 27일, 오후 04:19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감사원이 국가통계 감사와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감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강압 조사와 증거조작, 위법한 디지털 포렌식, 개인정보 침해 등 심각한 감사권 남용이 발생했다는 자체 조사 결과를 내놨다.

감사원은 최재해 전 감사원장과 유병호 감사위원, 최달영 전 사무총장 등 10명에 관한 수사 참고자료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송부했다. 통계감사팀 관계자 9명은 직권남용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허위공문서 작성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감사원은 또 통계감사 관련 국장 1명을 포함한 10명에 대해 파면·해임 등 중징계 의결을 요구했다. 서해감사 관련자들은 징계시효가 지나 국장 2명 등 12명을 서면경고했다.

감사원은 27일 ‘국정조사특별위원회 후속조치 태스크포스(TF) 감찰팀’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통계감사를 “전 정부 고위직 인사를 목표로 국가권력인 감사권을 강압 수단으로 남용한 감사”로 규정했다.

국회는 지난 4월 감사원의 ‘주요 국가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감사’와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관련 점검’을 대상으로 국정조사를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강압감사와 디지털 포렌식 남용, 수사요청서와 증거의 불일치 의혹 등이 제기됐다.

감사원은 이에 따라 지난 4월 29일 감찰팀과 통계감사 재심의팀으로 구성된 후속조치 TF를 출범시켰다. 감찰팀은 피감사자 32명을 면담하고 녹취물과 수첩 등을 대조해 감사 과정의 적정성을 조사했다. 통계감사의 경우 623쪽 분량의 수사요청서와 1만6000여쪽의 문답서 등 증거자료도 대조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조사 결과 통계감사팀이 청와대(BH)와 국토교통부 관계자를 문답 조사한 77일 가운데 41일(53.2%) 동안 고압적 언행과 진술 강요, 문답서 허위 기재, 소명 기회 제한 등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 감사자는 피감사자가 윗선의 지시를 부인하자 “통계조작이나 하는 당신 같은 사람들을 단죄하려고 감사관을 한다”는 취지로 소리를 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다른 감사자는 국토부 관계자가 실제로 진술하지 않은 내용을 문답서에 기재하고 수정 요구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른 피감사자의 문답 내용을 그대로 옮겨 동일 업무계통의 실장·국장·과장이 같은 진술을 한 것처럼 문답서를 작성한 사례도 있었다.

생후 7개월 된 아이를 돌보던 국토부 관계자를 6차례 조사하면서 네 차례 심야조사와 두 차례 밤샘조사를 진행한 사례도 확인됐다. 하루 조사시간은 최장 20시간을 넘었다. 한 문답은 오전 4시22분에 끝났고 피감사자는 문답서 열람을 마친 오전 6시9분께 귀가했다.

문답조사의 적정성과 진술의 임의성을 확인해야 할 입회 절차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통계감사팀이 문답조사를 실시한 115일 가운데 81일(70.4%)은 입회자가 조사에 참여하지 않거나 조사 시작과 종료 때만 자리를 지킨 것으로 조사됐다.

디지털 포렌식 과정에서도 강압 행위가 확인됐다. 한 국토부 사무관이 개인 휴대전화 포렌식에 동의하지 않자 감사자는 “동의하는 것이 본인에게 좋을 것”이라며 빈방에 들어가 생각해 보라고 압박했다. 해당 사무관은 빈방에서 수첩에 ‘참을 인’자를 30∼40분간 쓰다가 결국 포렌식에 동의했다.

감찰팀은 통계감사 과정에서 35명이 소유한 87개 정보저장매체를 대상으로 64차례 포렌식이 이뤄졌으며, 이 가운데 32개는 개인 소유 매체였다고 밝혔다. 개인 휴대전화는 22명의 26개 기기를 대상으로 31차례 포렌식이 진행됐다.

포렌식 대상자의 참여권을 포기하도록 유도하거나 진료비 내역서와 주민등록등본 등 감사와 관련 없는 사생활 정보를 수집한 사례도 적발됐다. 피감사자가 제출에 동의하지 않은 개인 휴대전화 복제본 17개도 폐기하지 않고 보관한 것으로 조사됐다.

통계감사 수사요청서의 증거 정합성에도 광범위한 문제가 발견됐다. 당시 감사팀은 2023년 9월 전직 장관급 5명을 포함한 고위공직자 12명을 직권남용과 통계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수사 요청했다.

그러나 감찰팀이 수사요청서와 증거자료를 대조한 결과, 삭제·변경됐거나 존재하지 않는 진술을 인용한 사례 19건, 실제 진술과 다르게 직접 인용한 사례 14건, 행위자나 날짜 등을 사실과 다르게 기재한 사례 18건 등 모두 51건의 증거 불일치 사례가 확인됐다. 제3자의 추측성 진술만으로 지시 행위를 단정한 사례 등 증거가 부족한 경우도 확인·의심 사례를 합해 169건에 달했다.

감찰팀은 당시 감사팀이 수사요청서와 증거자료를 전자감사시스템에서 연결하는 ‘하이퍼링크 검증’ 절차를 의도적으로 생략한 것으로 판단했다. 조사 결과 당시 과장은 늦어도 9월까지 수사를 요청하라는 유병호 당시 사무총장 등의 방침을 받은 뒤 증거자료 등록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이유로 검증 절차를 생략했다.

감사원은 위법하게 수집된 개인 휴대전화 복제본이 검찰에 제공된 사실도 확인했다. 통계감사팀 관계자들은 2023년 10월 대전지검의 압수수색 당시 수사 관련 자료만 선별하지 않고 15명의 개인 휴대전화 복제본 17개, 총 1.1TB 분량을 검찰에 임의로 제공했다. 복제본에는 가족관계증명서와 카드 사용 내역 등 사생활 정보가 포함돼 있었다.

서해감사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드러났다. 서해감사팀은 해경·국방부·합동참모본부·통일부 관계자의 업무용 PC 390대와 개인 휴대전화 2대의 복제본을 적법한 보존 절차 없이 보관했다. 이후 서울중앙지검의 압수수색 과정에서 사생활 정보가 포함된 복제본 전부가 검찰에 넘어갔다.

감사팀이 압수수색 절차에 참여하지 않은 채 직접 봉인을 해제했고, 일부 압수목록 교부서는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아 은닉·멸실이 의심된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전직 해경 간부 2명의 휴대전화에 대해서는 긴급 포렌식 요건을 충족하지 않은 채 포렌식을 진행했고, 한 간부의 휴대전화에서는 배우자와 주고받은 사적 메시지 155건까지 수집됐다.

감사원은 “강압감사와 증거조작, 사생활 보호 및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침해 등 감사권 남용이 심각하게 발생한 사실을 매우 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제도 정비와 직원 교육에 즉시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이번 감찰 결과를 토대로 통계감사 재심의 절차도 순차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