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KTV 유튜브 캡처)
그런데 불과 한달여 만에 분위기가 달라졌다. 정부가 기초연금 개편안을 공개하기 위해 마련했던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의 사전설명회가 시작 70분을 앞두고 돌연 취소됐다.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직접 세부 수치까지 캐물었던 기초연금 개편안이 정작 발표를 목전에 두고 멈춰선 것이다.
당초 복지부는 지난 27일 오후 2시 출입기자단을 대상으로 정 장관의 기초연금 개편안 사전설명회를 열 예정이었다. 사전설명회 이후 대국민 발표는 9월 1일로 예정됐다. 그런데 사전설명회는 당일 오후 12시50분께 갑작스럽게 취소됐다. 취소 이유는 “일부 사항이 최종 결정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기초연금은 이 대통령이 공개 업무보고에서 직접 깊은 관심을 드러냈던 사안이다. 지난 3월 국무회의에서는 “수백만원의 월수입이 있는 노인이나 수입이 제로인 노인의 기초연금액이 똑같다”며 직접 저소득 노인에게 더 많이 주는 방식으로의 개편을 제안했고, 7월 국무회의에서도 “복지부에 소득·재산 변동으로 수급 자격을 잃는 사람이 한 해 몇 명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손호준 복지부 연금정책관이 “4~5만명”이라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질문 취지와 맞지 않는다며 “아니, 자꾸 얘기를 이상하게 해. 모르면 모른다고 하고 나중에 주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망자 빼고 하라고 분명히 이야기했다. 자꾸 사망자를 넣는다”며 “자신 있느냐, 그 숫자?”라고 재차 확인했다.
정 장관이 통계를 확인해 별도로 보고하겠다고 하자 이 대통령은 “대충이라도 알면 해야지 아무렇게나 얘기하면 안 된다”며 “사망한 게 아닌데 재산 상황이 변동돼 나이로는 대상이 될 수 있는데 떨어진 사람이 몇 명쯤 될까, 그걸 물어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정부가 마련한 기초연금 개편안이 공개 직전에 취소되면서 그 배경에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공개가 예정됐던 9월 1일은 정부 예산안이 확정되는 날이어서 기초연금 개편에 따라 재정 소요가 크게 달라지는만큼 내부 조율이 더 필요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또다른 해석은 최근 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기초연금 수급 대상 조정을 공개하는 데 정치적 부담이 커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25~27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서 ±3.1%포인트, 전화조사원 인터뷰)을 대상으로 조사해 28일 발표한 결과 이 대통령의 직무수행 긍정 평가는 42%로 집계됐다. 전주보다 3%포인트 떨어진 취임 후 최저치다. 부정 평가는 취임 후 처음으로 50%까지 올라섰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정부가 검토하는 기초연금 개편안은 정치적으로 민감할 수밖에 없다. 현행 제도는 65세 이상 노인의 소득·재산을 따져 소득인정액 하위 70%가 기초연금을 받도록 하고 있다.
정부는 기초연금을 전체 국민의 생활수준을 반영하는 기준중위소득과 연동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노인 인구 가운데 일정 비율에 일률적으로 지급하기보다 저소득 노인에게 더 많은 급여를 지급하는 이른바 ‘하후상박’ 구조로 바꾸겠다는 취지다.
문제는 기준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기초연금을 받는 노인의 숫자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 안팎에서는 내년 기준중위소득 90% 수준에서 시작해 단계적으로 기준을 낮추는 방안 등이 검토돼온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기준과 시행 시점은 아직 최종 확정되지 않았다.
기초연금 지급 대상이 줄어들 경우 고령층을 중심으로 반발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반대로 저소득 노인에게 급여를 더 지급할 경우 추가 재정이 필요하다. 지급 대상과 급여액 어느 쪽을 조정하더라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리는 구조다.
하지만 개편을 마냥 미루기도 쉽지 않다.
올해 기초연금 수급자는 약 779만명으로, 연간 약 23조1000억원의 재정이 투입된다. 제도가 처음 도입된 2014년 5조2000억원과 비교하면 재정 규모가 4배 이상으로 불었다.
고령화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현행 제도를 그대로 유지할 경우 재정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로서는 수급 대상을 조정하면 당장 정치적 반발을 감수해야 하지만, 개편을 미룰수록 미래 세대가 떠안아야 할 부담은 더 커지는 딜레마에 놓인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