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바보처럼 한국 도울 수 없어”…靑 “기여 검토중”

정치

이데일리,

2026년 9월 01일, 오전 07:57

[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이란 관련 지원 거절을 또다시 공개적으로 문제 삼으며 “우리를 위해 나서지 않으려 한다면 우리가 바보처럼 그들을 도울 수는 없다”고 밝혔다. 특히 주한미군 주둔까지 직접 거론하며 미국의 안보 지원에 상응하는 역할을 한국이 해야 한다는 ‘동맹 상호주의’를 강조했다. 청와대는 호르무즈해협의 통항 자유를 위한 실질적·군사적 기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방영된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비롯한 다른 국가들을 돕는 데 수십억달러를 쓰고 있지만 정작 미국이 도움을 요청했을 때 이들이 응하지 않았다며 한국을 직접 사례로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예로 들어보자”며 “우리는 그들을 도왔지만 우리가 도움을 받을 차례가 됐을 때 나는 강하게 요구한 것도 아니고 단지 ‘참여하고 싶으냐’고 물었는데 모두 ‘노 땡큐(No, thank you)’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속으로 ‘이것을 기억해두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들이 우리를 위해 나서려 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바보 같은 사람이 돼 그들을 도울 수는 없다(you just can‘t be a stupid person and help them)”고 말했다. 미국의 지원을 받는 동맹국이라면 미국이 필요로 할 때도 상응하는 지원을 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어 주한미군을 직접 거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예로 들면 우리는 그곳에 4만명의 군인을 두고 있다”며 한국 측에 “이란, 이란이슬람공화국 문제에서 우리를 조금 도와줄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고 전했다. 이에 한국이 “안 하는 편이 낫겠다(We’d rather not)”고 답했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알겠다. 대단히 고맙다. 감사하다”고 답했다면서도 “하지만 이런 일은 기억해야 한다.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주한미군 4만명은 실제 규모와 차이가 있다. 현재 주한미군 병력은 약 2만8500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이란 관련 기여 문제를 공개적으로 압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 3월 이란 전쟁이 격화하던 중 한국을 비롯해 중국·일본·영국·프랑스 등을 공개적으로 거론하며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을 보호하기 위해 군함을 보내야 한다고 요구한 바 있다.

그는 이번에는 특히 미국이 동맹국에 제공하는 안보와 동맹국의 기여를 직접 연결했다. 한국에 대해서는 주한미군까지 거론하면서 이란 문제에 대한 기여를 요구했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거래적 동맹관이 다시 한번 드러난 것으로 풀이된다.

한미 간에는 3500억달러 규모 대미투자의 구체적인 사업과 투자 조건을 비롯해 관세와 안보협력 등 여러 현안에 대한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인터뷰에서 이란 문제와 대미투자·관세를 직접 연계하지는 않았지만, 한국이 미국의 요구에 응하지 않은 사실을 “기억하겠다”고 거듭 강조한 만큼 향후 한미 현안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청와대는 호르무즈해협에서 한국의 기여 방안을 이미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와 논의해왔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중동 지역의 긴장 고조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글로벌 해상 물류망의 조속한 정상화를 위한 국제적 노력에 참여하고 있다.

특히 호르무즈해협의 통항 자유를 확보하기 위한 실질적·군사적 기여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다만 한반도 대비태세와 국내법상 절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구체적인 기여 수준과 방식을 판단한다는 방침이다.

청와대는 이 같은 검토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에 따라 새롭게 시작된 것은 아니며, 정부가 기존부터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와 협의해온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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