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9자주포 넘어 천무까지…NATO에 커지는 ‘K화력 유저 네트워크’

정치

이데일리,

2026년 9월 03일, 오전 10:07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K9 자주포의 해외 수출 전략이 완제품 공급을 넘어 ‘운용 생태계’ 구축으로 진화하고 있어 주목된다. 각국에 자주포를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드론과 연계한 새로운 전투개념부터 부품 공급과 정비, 교육훈련에 이르는 전 수명주기 지원체계를 함께 구축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다연장로켓 천무까지 운용국 협력체계가 확대되면서 유럽을 중심으로 이른바 ‘K화력체계 운용국 네트워크’도 형성되는 모습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2~4일(현지시간) 에스토니아 타르투에서 개최한 ‘K9 유저클럽’이 이를 보여준다. 올해로 5회째인 행사에는 한국과 폴란드, 노르웨이, 핀란드, 루마니아, 호주 등 7개 K9자주포 운용국과 스페인·스웨덴 등 참관국 대표단을 포함해 군·산업계 관계자 200여명이 참석했다.

2일 에스토니아 타루트에서 열린 제5회 K9 유저클럽에서 폴란드 군 관계자들이 전시품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2일 에스토니아 타루트에서 열린 제5회 K9 유저클럽에서 폴란드 군 관계자들이 전시품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과거 K9 유저클럽의 중심이 각국의 운용·정비 경험 공유였다면 올해는 무게중심이 달라졌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거치며 포병전의 핵심으로 떠오른 신속한 표적 획득과 정밀타격, 장기전에서의 정비·부품 공급 문제를 놓고 K9 체계 자체를 어떻게 발전시킬지가 주요 의제가 됐다.

대표적인 것이 드론과 K9을 연결하는 운용개념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수직이착륙(VTOL) 방식의 ‘화력유도 드론’을 이용해 표적을 탐지·추적하고 좌표를 생성한 뒤 K9 사격으로 연결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사격이 끝난 뒤에는 드론이 탄착점을 확인하고 피해평가까지 수행한다.

이는 기존의 자주포 성능 경쟁을 사거리나 발사속도만의 문제에서 벗어나 ‘얼마나 빨리 적을 찾아 얼마나 신속하게 타격하느냐’는 문제로 확장한 것이다. 정찰자산이 획득한 정보를 포병 화력체계와 즉각 연결해 ‘센서 투 슈터(Sensor-to-Shooter)’ 시간을 줄이는 것이 미래 포병체계의 핵심 경쟁력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K9에서 확보한 기술을 다른 플랫폼으로 확대하는 논의도 구체화되고 있다. 이번 행사에서는 K9의 자동화 포탑 기술을 차륜형 플랫폼과 결합한 K9MH(Mobile Howitzer)가 소개됐다. K9MH는 최근 미 육군의 MTC(Mobile Tactical Cannon) 사업 시제품으로 선정됐으며, 미 육군 성능검증 과정에서 1분 이내 9발 자동사격 능력을 선보였다고 한화 측은 설명했다.

이는 궤도형 K9이라는 하나의 완성품을 수출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K9에서 검증한 포탑·자동화·화력기술을 고객국의 작전환경에 맞춰 다른 플랫폼에 적용하는 방향으로 사업영역을 넓히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장거리 기동이 필요한 지역에서는 차륜형, 험지와 생존성이 중시되는 환경에서는 궤도형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세분화할 수 있어서다.

2일 에스토니아 타르투에서 열린 제5회 K9 유저클럽에서 배진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MRO 사업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2일 에스토니아 타르투에서 열린 제5회 K9 유저클럽에서 배진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MRO 사업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무기체계를 판매한 뒤 얼마나 오랫동안 높은 가동률을 유지해주느냐도 핵심 과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 행사에서 부품 견적과 발주, 배송정보를 하나의 시스템에서 관리하는 ‘TOMMS Sustainment Portal(TSP)’을 공개했다. 현재 약 700~800종의 주요 수요 부품을 디지털 카탈로그화해 운용국들이 필요한 부품을 직접 확인하고 주문할 수 있도록 한 시스템이다.

특히 폴란드에 구축할 부품창고와 TSP를 연결해 유럽 K9 운용국에 대한 부품 공급시간을 줄인다는 구상이다. 장기적으로는 AI와 데이터 분석을 활용해 각국의 정비·운용 기록과 부품 소모량을 분석하고, 고장이 발생하거나 부품이 부족해지기 전에 수요를 예측하는 ‘예측형 군수지원’까지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는 방산 수출 경쟁의 무게중심이 초기 도입가격과 성능뿐 아니라 수십 년에 걸친 유지·보수·정비(MRO) 능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같은 무기체계를 사용하는 국가가 늘어날수록 부품 공동조달과 정비거점 공유, 운용정보 교환이 쉬워지고 공급업체 입장에서는 장기간 안정적인 후속지원 시장을 확보할 수 있다.

K9으로 시작한 이 같은 ‘유저 네트워크’는 천무 다연장 로켓 플랫폼으로도 확장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3일 K9 유저클럽 부대행사로 한국과 폴란드, 에스토니아, 노르웨이 등의 관계자 40여명이 참여한 ‘천무 유저 워크숍’을 열었다. 각국은 전력화와 운용·정비, 교육훈련, 부품·예비품 관리 과정에서 얻은 경험을 공유했다.

천무는 폴란드에 이어 에스토니아와 노르웨이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국가로 운용국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폴란드는 현지형 천무인 ‘호마르-K(HOMAR-K)’를 도입하면서 유도탄 현지생산도 추진하고 있다. 단순히 한국산 무기를 구매하는 관계를 넘어 생산과 군수지원까지 협력범위를 확대하는 것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 워크숍을 토대로 2027년 한국에서 첫 공식 ‘천무 유저클럽’을 개최할 예정이다. K9 유저클럽 역시 매년 회원국이 번갈아 개최하며 내년에는 호주에서 행사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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