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반도체 관세 압박 속 호르무즈 파병 검토…첩첩산중

정치

이데일리,

2026년 9월 06일, 오후 06:59

[이데일리 김인경 김상윤 김윤지 기자]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에 군사적 자산을 보내는 방안을 검토하며 파병 가능성을 시사한 가운데, 미국의 반도체 관세 압박을 피할 ‘묘수’가 될 수 있을지 눈길이 쏠리고 있다. 다만 실제 파병까지는 국회 동의를 비롯해 한반도 안보 태세 등 넘어야 할 문턱도 높다. 이란 역시 한국이 호르무즈 파병을 단행할 경우 ‘전쟁 참여’로 간주하고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월 7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 대통령궁에서 열린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부부 주최 공식 환영 만찬에서 대화하고 있다.[공동취재단 제공]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월 7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 대통령궁에서 열린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부부 주최 공식 환영 만찬에서 대화하고 있다.[공동취재단 제공]
6일 청와대는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로운 항행을 위한 ‘실질적 기여’ 방안으로 군사적 선택지까지 열어놓고 검토하고 있다. 청와대는 전투와 비전투, 수색 등 여러 선택지를 살펴보고 있으며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해상초계기 P-8A와 1만1000t급 군수지원함 소양함, 폭발물처리(EOD) 전력 등이 후보로 검토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지난 3월 한국과 일본 등 중동산 원유 주요 수입국들이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을 직접 책임져야 한다며 군함 파견 등을 요구하다 최근 한국을 콕 집어 압박에 나선 바 있다. 지난달 19일 “한국에게 ‘도움을 주겠냐’고 물으니 ‘사양하겠다’고 했다.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말한 데 이어 지난달 30일에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미군을 돕지 않은 한국을 “기억해 두겠다”고 까지 했다.

문제는 미국의 압박이 호르무즈 문제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란 점이다. 반도체 관세와 35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 핵추진 잠수함 등 굵직한 경제·안보 현안이 한미 사이에서 동시에 논의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최근 자국 내 반도체 투자와 생산 확대를 유도하기 위한 새로운 관세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미국 시장에서 관세 혜택을 받으려면 반도체를 미국에서 생산해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했다. 미국에 공장을 짓지 않는 기업에는 고율 관세를 물리고, 현지 생산을 늘리는 기업에만 관세를 낮춰주겠다는 것이다. 한국이 약속한 3500억달러와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반도체 기존 투자를 별개의 청구서로 취급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지난 4일 한미 관계의 현안과 관련해 다양한 영역이 서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투자 문제 가운데 반도체 역시 논의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호르무즈 파병과 반도체 협상을 직접 맞바꾸는 ‘거래’라고 단언하기는 어려워도 개별 현안을 완전히 분리하기 어려운 협상 환경이라는 의미다. 이에 정부가 호르무즈에서 일정 수준의 군사적 기여를 통해 미국의 동맹 부담 분담 요구에 호응하는 동시에 경색된 대미 협상의 동력을 확보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방미 중인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반도체 관세와 관련해 한국을 경쟁국에 비해 불리하지 않은 대우를 한다는 원칙하에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미국은 한국이 파병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인정하자 바로 다음날 미국 행정부는 한국의 파병 검토와 관련한 언론 질의에 “한국은 중동 원유의 최대 고객 중 하나”라며 “우리는 여전히 한국이 이 지역에 자원을 전개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답했다. 사실상 ‘결단’을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파병을 실제로 단행하기까지 돌파해야할 난관도 만만치 않다. 최대 관문은 국회다. 조국혁신당과 진보당 등 범여권은 물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이기헌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떤 명목으로도 우리 군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은 용납할 수 없다”며 “비전투병 전력이라 한들, 그 본질은 명백한 전쟁 참여”라고 말했다.

이란도 으름장을 놓고 있다. 레바논 매체 알마야딘은 4일(현지시각) 이란의 한 고위 안보·정치 당국자가 인터뷰에서 “한국이 호르무즈해협에서 이란에 맞서는 행동을 한다면, 이를 (미국·이스라엘의) 대이란 침략전쟁에 대한 한국의 직접적인 군사 참여로 간주할 것”이라며 “이란인과 그 권리를 침해하는 범죄에 대한 어떤 공모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이 당국자는 “한국은 미국의 불법적인 군사작전에 협력하도록 강요하는 미국의 압력에 응해서는 안 된다”고도 주장했다.

유지훈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위원은 “미국과 이란 어느 한쪽의 요구에 끌려가는 모습보다는 한국의 에너지 안보와 해상교통로 보호라는 명확한 국익을 파병의 중심 논리로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이란과의 적대관계를 형성하거나 대이란 공격작전에 참여하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하게 전달해야 하며, 필요할 경우 오만이나 카타르 등 이란과 소통이 가능한 국가를 활용한 외교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정부가 미국의 요청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에 해상초계기, 군수지원함 등 군사적 자산을 파병하는 방안을 구체화하고 있는 것으로 6일 알려졌다. 파병 전력으로는 바닷속 잠수함을 찾는 최신예 해상초계기 P-8A, 함대에 유류 및 탄약 등 군수품을 지원하는 대형 군수지원함 소양함(1만1000t급)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8년 취역식 당시 소양함 모습. [연합뉴스 제공]
정부가 미국의 요청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에 해상초계기, 군수지원함 등 군사적 자산을 파병하는 방안을 구체화하고 있는 것으로 6일 알려졌다. 파병 전력으로는 바닷속 잠수함을 찾는 최신예 해상초계기 P-8A, 함대에 유류 및 탄약 등 군수품을 지원하는 대형 군수지원함 소양함(1만1000t급)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8년 취역식 당시 소양함 모습.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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