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미-이란 사이 낀 한국…트럼프 압박에 커지는 파병 딜레마

정치

이데일리,

2026년 9월 07일, 오후 03:45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한국의 호르무즈 파병 가능성을 둘러싸고 정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은 ‘동맹 기여’를 강조하며 조속한 투입을 재촉하는 반면, 이란은 한국이 파병을 단행하면 ‘참전’으로 간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한미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선 파병 결정을 마냥 미뤄선 안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지만, 이란과의 관계를 감안하며 국내 여론까지 잠재워야 하는 만큼 고도의 외교·정치적 셈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월 7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 대통령궁에서 열린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부부 주최 공식 환영 만찬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월 7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 대통령궁에서 열린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부부 주최 공식 환영 만찬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6일(현지시간) 백악관 관계자는 한국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군사적 기여 방안 등을 검토하는 것과 관련해 “한국은 중동산 원유의 주요 수입국 가운데 하나”라며 “우리는 한국이 역내(중동 지역)에 자원을 투입하기를 여전히 기다리고 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밝혔다. 미 국방부(전쟁부)도 가세했다. 국방부 당국자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한국의 역할 확대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들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의 자유를 지원하기를 기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혀왔다”고 말했다고 VOA는 전했다.

하지만 이란도 강경하다. 레바논 친헤즈볼라 매체 알마야딘에 따르면 이란의 고위 정치·안보 당국자는 인터뷰에서 한국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미국의 군사 작전에 참여할 경우, 이를 이란에 대한 ‘직접적인 군사적 침략 및 전쟁 참여’ 행위로 간주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란과의 군사적 충돌을 최대한 피하기 위해 후방 지원에 국한된 비전투 전력의 파병을 내부적으로 검토해온 우리 정부로서는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파병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및 국무회의 의결과 국회 동의안 제출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 만큼, 범여권의 반발도 고민스러운 대목이다. 조국혁신당과 진보당은 파병 반대 입장을 피력한 가운데 외교통일위원회 소속인 이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란 측에서 트럼프에게 종전의 선물을 단기간 내에 선물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절대 참전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등 야당에서는 파병에는 우호적이지만, 정부의 한미동맹 책임론을 지적하며 공세를 하고 있다.

딜레마 속에 정부도 속도 조절을 하는 모양새다. 이날 정빛나 국방부 대변인은 “호르무즈 해협 자유항행의 조속한 회복과 중동의 평화·안정을 위한 실질적 기여 방안을 미측을 포함한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의 중”이라면서도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선 현재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지난주까지만 해도 파병 문제에 대해 “적절한 시점에 공개할 것”이라고 했지만, 다시 결정된 것이 없다는 신중한 태도로 돌아섰다. 전투·비전투·수색 등 지원자산들을 고려해 최대한 여론을 잠재우려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결정이 늦어질수록, 미국의 불만만 커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미투자나 반도체 관세, 심지어 우크라이나 무기지원까지 전방위로 이어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공세에 불을 붙이는 겪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전직 외교관은 “한미관계가 원활하지 않은 가운데, 파병이 지금 미국 행정부의 성에 찰 수 있는 몇 없는 카드일 것”이라며 “정부도 논란이 될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파병안을 들고 나온 것일테고, 그렇다면 차라리 빨리 결정하는 게 낫다”라고 설명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도 “비전투 병과라면 어느 정도 파병할 수밖에 없지 않나”라며 “미국과의 관계를 봐서 저는 그 불가피함을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지역연구센터장은 “참전이나 파병 등의 이란을 자극할만한 단어 대신 ‘비전투 인력’을 보내는 것을 강조하며 호르무즈 항행의 자유나 우리 에너지 안보 등을 내세우며 전쟁 참여 대신 공공선이라는 원칙을 내세워야 한다”면서 “이란을 향한 사전 설명과 소통 등도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