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원전 주도권 게임' 본격화.."사업 지분·EPC확보가 관건"

정치

이데일리,

2026년 September 08일, PM 07:46

[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미국이 원전 8기 건설에 한국의 대미투자 자금 1200억달러를 활용하자고 제안하면서 한미 간 ‘원전 주도권 게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단순 계산하면 원전 1기당 150억달러(약 20조원)로 막대한 금액이다. 한국형 원전 APR1400 2기가 포함될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단순히 원전 2기를 짓는 데 그치지 않고 EPC(설계·조달·시공)와 핵심 기자재, 사업 지분과 수익까지 한국이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협상의 관건으로 꼽힌다.

미국 웨스팅하우스 원전 건설 현장. (사진=연합뉴스)
미국 웨스팅하우스 원전 건설 현장. (사진=연합뉴스)
8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한미는 2000억달러 전략투자 가운데 원전 8기 건설에 대미투자펀드 1200억달러를 투입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미국 측은 당초 웨스팅하우스의 AP1000을 중심으로 원전을 건설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한국은 최소 2기는 APR1400으로 건설해야 한다는 입장을 제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APR1400 2기를 포함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현실화하면 한국형 원전이 미국 원전시장에 진입하는 교두보를 확보하게 된다.

다만 1200억달러의 적정성은 개별 사업 구조를 뜯어봐야 한다. 8기로 나누면 기당 약 150억달러(20조원)이다. 최근 한국이 수주한 체코 원전의 EPC 사업비(약 11조원)와 비교해도 상당한 규모다. 미국은 인건비와 건설비가 높은 데다 원전 특성상 공기가 지연될수록 금융비용도 불어난다. 150억달러 가운데 실제 건설비와 금융비용, 부지·송전망 등 부대비용이 각각 얼마나 포함되는지에 따라 사업 수익성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반대로 사업 구조를 잘 짜면 대미투자 자금을 회수할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이 인허가가 상당 부분 진행된 부지를 제공하는 등 사업 불확실성을 낮추고 한국 기업이 EPC와 주기기·핵심 기자재 공급을 맡는다면 투자 자금의 일부가 국내 기업의 매출과 수익으로 돌아오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프로젝트 지분까지 확보할 경우 발전소 운영에 따른 장기 투자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

이는 대미투자 1호로 유력한 텍사스 엔시날 가스복합발전에서 불거진 ‘누가 사업의 주인이 되느냐’는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한국이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더라도 사업 지분과 의결권, 수익배분에서 충분한 권리를 확보하지 못하면 투자 위험만 떠안을 수 있다. 원전 역시 APR1400 2기 확보라는 상징적인 성과를 넘어 EPC·기자재 공급과 프로젝트 지분까지 얼마나 한국 몫으로 가져오느냐가 중요하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1200억달러면 기당 150억달러로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미국이 인허가가 상당 부분 진행된 부지를 제공하는 등 사업 여건에서 협조한다면 내부수익률(IRR)을 확보하는 게 불가능한 사업은 아니다”며 “한국이 경쟁력을 갖고 있는 분야가 원전인 만큼 APR1400뿐 아니라 EPC와 핵심 기자재 등에서 충분한 사업 몫을 확보한다면 투자 수익성을 확보하면서 미국 시장을 넓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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