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문제는 사업 추진 계획 발표와 실제 투자금 납입 사이에 거쳐야 할 절차다. 대미투자특별법과 한미 MOU를 종합하면 개별 투자사업은 국내외에서 여러 단계의 검토와 의결을 통과해야 한다.
먼저 산업통상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는 한미전략투자 사업관리위원회가 후보 사업의 상업적 합리성과 전략적·법적 고려사항, 국내 기업 참여 여부, 미국 정부의 지원 조건 등을 검토한다. 이어 한미전략투자공사 산하 운영위원회가 사업 추진 의사를 심의·의결한 뒤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사전 보고한다.
국회 보고 이후에는 산업부 장관이 이끄는 한미 협의위원회를 통해 미국 측과 사업 추진 여부를 협의한다. 그 결과를 토대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위원장을 맡는 미국 투자위원회가 사업을 추천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종 투자사업을 선정한다. 이후 미국 측이 선정 사실을 한국 정부에 통보하면 국내 운영위원회가 투자금 집행을 최종 심의·의결하는 구조다.
◇국회 보고 다음 날 발표…열흘 뒤 송금?
엔시날 프로젝트와 전체 대미투자를 관리할 투자 특수목적법인(I-SPV) 운영계약안은 지난 7일 운영위원회에서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당시 의결이 미국 측과 공식 협의에 나서기 위한 ‘사업 추진 의사’ 결정인지, 미국 대통령의 사업 선정 이후 이뤄지는 투자금 집행 의결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국회 사전 보고도 끝나지 않았다. 재경위와 산중위는 오는 17일 전체회의를 열고 정부로부터 대미투자 관련 비공개 보고를 받을 예정이다. 지난 7일 열린 당정협의는 여당 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사전 설명인 만큼 특별법이 규정한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 보고와는 별도 절차다.
특별법이 정한 일반적인 절차대로라면 국회 사전 보고 이후 한미 협의위원회 협의와 미국 투자위원회의 추천, 미국 대통령의 사업 선정이 이어진다. 사업 선정 사실을 한국 정부가 통보받은 뒤에는 운영위원회의 투자금 집행 의결도 거쳐야 한다. 오는 17일 국회 보고, 18일 추진 계획 발표, 29~30일 투자금 송금이라는 시간표가 사실이라면 이러한 절차들이 언제 이뤄졌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MOU 제7항은 투자금 납입 시점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영문 원문은 한국이 미국 대통령의 사업 선정 사실을 통보받은 날로부터 “45영업일보다 짧지 않은 기간이 지난 날짜(on such date that is no less than forty-five Business Days after)”에 투자금을 납입하도록 했다.
‘No less than 45 Business Days’는 문언상 ‘최소 45영업일 이후’를 의미한다. 산업부가 공개한 MOU 국문본에도 “미국 대통령이 해당 투자를 선정했음을 한국이 통보받은 날로부터 최소 45영업일이 경과하는 날짜에” 투자금을 조달한다고 적시돼 있다. MOU 체결 당시 산업부가 낸 공식 설명자료 역시 “미국의 투자처 선정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최소 45영업일이 경과한 날 납입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럼에도 산업부는 한미 양국 모두 “최소 45일 이내”로 이해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9월29~30일 첫 투자금 납입이 가능하려면 주말과 한미 양국의 은행 휴일을 고려할 때 한국 정부가 늦어도 7월 하순께에는 미국 대통령의 사업 선정 사실을 통보받았어야 한다. 그러나 산업부는 지난 7월28일에 대미투자 1호 프로젝트로 엔시날 프로젝트가 사실상 선정됐다는 한국경제 보도에 “대미투자 프로젝트와 관련해 미측과 긴밀히 협의 중이지만 1호 프로젝트의 구체적인 내용과 발표 시기 등은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해명 자료를 낸 바 있다.
더욱이 국회 사전 보고가 오는 17일로 예정된 만큼 특별법상 국내 절차와 미국 측의 사업 선정·통보가 어떤 순서로 진행됐는지도 불분명하다. 대미투자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한 인사는 “이달 말 송금 계획이 사실이라면 미국 대통령의 사업 선정일과 한국 정부가 이를 통보받은 시점, 22억달러의 산출 근거와 MOU상 45영업일 요건의 충족 여부가 먼저 공개돼야 할 것 같다”며 “현재로서는 정부가 미국의 압박에 속도전을 펼치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