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최대 패착 “한동훈을 생각하지마” [이슈 현미경]

정치

이데일리,

2026년 September 10일, PM 04:05

'김승원 의혹' 관련 의견 말하는 한동훈 의원(사진=연합뉴스)
'김승원 의혹' 관련 의견 말하는 한동훈 의원(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세계적인 인지언어학자인 조지 레이코프 미국 UC버클리대 교수의 저서 ‘코끼리를 생각하지마’는 한국 진보진영의 필독서로 엄청난 사랑을 받았다. 2007년 대선 참패와 2008년 총선 참패 이후 민주진보 진영이 와신상담하던 때였다. △잃어버린 10년 △세금폭탄 △포퓰리즘 등 한나라당의 공세적 프레임 안에서 아무리 팩트로 반박해도 ‘백전백패’라는 반성이 쏟아졌다. 이후 유시민 작가가 2024년 유튜브 ‘유시민의 알릴레오 북스’에서 소개하자 역주행 베스트셀러에 진입하기도 했다.

◇‘레이코프 교수의 애제자’ 민주당, 내란청산 프레임 전략 주도

레이코프 교수의 저서는 과거 미국 민주당의 대선 패배 원인을 분석한 글이다. 한국어판 서문에는 “왜 서민들이,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와 대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보수정당에 투표할까”라는 도발적 문제 제기도 담겨 있다. 프레임의 중요성은 바로 여기서 나온다. 레이코프 교수는 미국 공화당의 상징인 ‘코끼리’ 프레임에 빠지지 말라는 경고와 더불어 공화당이 장악한 프레임의 헤게모니를 전복할 수 있는 대안 마련을 강조한다.

레이코프 교수의 지적대로 ‘코끼리를 생각하지마’라는 말을 들으면 누구든지 먼저 코끼리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한국 정치에서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2012년 18대 대선이다. 이명박정부 레임덕 탓에 민주당의 정권교체 가능성이 높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프레임에 무릎을 꿇었다. 민주당이 아무리 거짓이라고 반박해도 ‘박근혜=경제민주화’ 프레임만 오히려 강화되는 역설이 발생했다.

레이코프 교수의 애제자였던 민주당은 프레임 전략에 능수능란하다. 최근 2년간 국민의힘과의 프레임 전쟁에서 연전연승을 기록했다. 12.3 비상계엄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정국에서 무소불위의 힘을 발휘한 ‘내란청산’이라는 4글자였다. ‘내란청산’은 국민의힘과 보수진영이 도저히 헤어날 수 없는 정치적 굴레였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내란세력’이라는 주홍글씨 앞에서는 모든 게 물거품이었다.

레이코프 교수의 우등생이었던 민주당이 최근 달라졌다. 자충수가 쏟아지고 있다. 특히 김승원 법무장관 후보자의 코로나 신약 로비 의혹과 관련해 무소속 한동훈 의원과의 전투에서 연전연패를 기록 중이다. 원인은 간단하다. ‘한동훈을 생각하지마’라는 최악의 프레임 때문이다. 민주당이 ‘한동훈 프레임’을 부정하면 부정할수록 오히려 언론과 국민의 ‘한동훈 프레임’만 강화되는 역설이 발생하고 있다. 민주당은 “공익적 목적의 민원전달”이라고 반박했지만 국민들의 뇌리에 각인된 건 “동생, 보고 싶어서 눈물이 나네…오빠, 지금 달려갈 게 어디야”라는 한 의원의 폭로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9회국회(정기회) 5차 본회의에서 수첩을 보고 있다. 김 대표가 적은 수첩 메모에는 서울시장 후보에 정청래 전 대표를 비롯한 4인의 이름과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과 무소속 한동훈 의원의 이름 옆에 'OUT'이라는 글씨가 적혀 있다.(사진=데일리안안, 뉴시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9회국회(정기회) 5차 본회의에서 수첩을 보고 있다. 김 대표가 적은 수첩 메모에는 서울시장 후보에 정청래 전 대표를 비롯한 4인의 이름과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과 무소속 한동훈 의원의 이름 옆에 'OUT'이라는 글씨가 적혀 있다.(사진=데일리안안, 뉴시스)
◇민주당의 프레임 전략 미스 “한동훈 정치적 체급만 키운다”

게다가 민주당의 최근 스탠스는 ‘견지망월(見指忘月)’과 다를 바 없다. 달을 보기보다는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만 본다는 의미다. 여의도 국회에서 여야가 극한 대치를 이어갈 때 상대보다 메시지 전략에서 열세일 때 메신저에 대한 무차별 공세로 신뢰도를 깎아내리는 것과 비슷하다. 한 의원의 손가락은 ‘오빠 독약 로비’라는 달을 가리키는데 민주당은 사실 반박보다 한 의원의 손가락이 ‘검찰 캐비닛 정치질’이라며 자료 출처의 불법성만을 문제삼았다. 이후 상황은 더 궁색하다. 김승원 후보자가 한동훈 의원의 증인 채택을 요청했지만 민주당은 청문회 증인을 제로로 만들었다.

더 나아가 민주당은 절대 과반의 수적 우위를 앞세워 한 의원의 의원직 제명은 물론 국회의원 자격정지까지 추진할 기세다. 마치 문재인정부 시절 추미애 전 법무장관의 때리기 공세에 당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정치적 체급이 수직상승한 것과 마찬가지의 역효과가 우려되는 전략상 미스다.

민주당의 프레임 패착은 이뿐만이 아니다. 연임개헌과 공소취소는 그야말로 메가톤급 자충수다. 야당의 공세가 아니라 스스로 자초한 어리석은 코미디다. 개헌의 필요성과 공감대는 여야 모두 동의하는 사안이다. 다만 조정식 국회의장의 ‘연임 개헌’ 실언 이후 개헌을 둘러싼 모든 논의는 ‘이재명 대통령의 연임’ 논란으로 환원됐다. 공소취소 프레임 역시 A부터 Z까지 사건의 전후와 정당성을 설명하기에는 너무나 복잡한 슬로건이다. 반대로 반박은 “퇴임 후에 재판을 받지 않겠다는 것이냐”로 너무 간단하게 마무리된다.

결론적으로 민주당의 프레임 패착은 ‘무소속 단기필마’인 한동훈 의원을 민주당 소속 의원 161명 전체를 혼자서 상대하는 ‘일당백의 저격수’로 만들었다. 한동훈의 완벽한 KO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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