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규약은 북한 사회를 움직이는 ‘지도적 핵심’인 당의 조직지도 원리와 규칙 등을 명문화한 것이다. 전통적으로 북한의 규범과 법체계는 수령 교시-당의 유일적 영도체계 확립의 10대 원칙-당규약-국가 헌법과 법률의 순으로 위계를 가지고 있다. 그동안 수령의 교시는 실정법을 초월하는 최상위의 규범과 같은 것으로 치부돼 왔다. 하지만 김정은 시대에 들어와 사회주의 국가의 통치원리인 당이 영도(지도)하고 국가가 집행하는 ‘당-국가체제’를 복원하고 당의 기능을 정상화했다. 당규약에 정해진 대로 5년마다 당대회를 개최하고 곧이어 최고인민회의를 개최해 당의 결정을 국가정책으로 구체화하는 과정을 밟고 있다.
김정일 시대에는 당대회를 한 번도 개최하지 못했다. 김일성이 “인민생활을 한 계단 더 높이고 당 제7차 대회를 해야 한다”고 교시했지만 인민생활 향상에 실패해 1980년 6차 당대회 이후 2016년 7차 당대회가 열리기까지 36년 동안 당대회를 열지 못했다. 김정일은 통치엘리트 교체가 이뤄지 않은 정체된 당을 ‘노인당, 송장당’이라고 비판하며 신뢰하지 않았다. 김정일은 당대회,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 등 당의 주요 의사결정기구를 통하지 않고 국가수반인 국방위원장 직함을 내세우고 측근 중심의 ‘직할통치’를 했다. 김정일은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꺼리고 공개 연설을 하지 않아 외부 세계로부터 ‘은둔 통치자’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김정은은 집권 이후 할아버지 김일성을 모방하며 인민 친화적인 통치 스타일을 선보였다. 2012년 첫 공개연설에서 “인민이 다시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고 2017년 신년사에서 “언제나 늘 마음뿐이었고 능력이 따라서지 못하는 안타까움과 자책 속에 지난 한 해를 보냈다”고 말했다. 김정은 시대에 들어와 ‘무오류성이 보장된 신격화된 수령’에서 ‘인간의 얼굴을 한 수령’으로 변신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김정은은 사회주의 기본통치방식으로 ‘인민대중제일주의정치’를 내세웠다. 2021년 8차 당대회에서 김정일 시대 기본 통치 방식인 선군정치를 인민대중제일주의 정치로 바꾸고 9차 당대회 규약에서 그대로 유지했다. 김정은은 ‘선군’ 대신 ‘애민’을 강조하며 김일성-김정일주의의 본질을 인민대중제일주의로 정식화하고 ‘인민우선론’을 펴고 있다.
9차 당대회를 계기로 북한에서 명실상부한 김정은 시대(김정은 2.0 시대)를 열었다고 할 수 있다. 당규약과 헌법 전문에 김일성-김정일 유훈과 관련한 내용을 삭제한 것은 김정은이 선대의 그늘에서 벗어나 당과 국가의 수반으로 국정을 이끌어나가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당규약과 국가 헌법에서 수반(수령)의 지위와 역할에 관한 내용을 추가한 것을 두고 최고 지도자의 권한 강화로 해석하기도 하지만 초법적 행위자인 수령을 법과 제도적 행위자로 자리매김하는 조치로 해석한다면 권한의 제도화 또는 제약으로 볼 수 있다. 지도자의 신성(神性·초능력)에 의지하지 않고 당과 국가의 제도적 기구를 통해서 통치한다면 오류를 줄일 수 있다. 최고 지도자가 책임을 피하기 위해 당과 국가의 의사결정기구를 활용하는 측면도 부인하기 어렵다. 어떻든 당과 국가의 주요 통치 기구를 활용하고 이를 제도화한 것은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