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혜인 먼저 접은 李대통령…인사 부담 덜고 김승원 지키나

정치

이데일리,

2026년 September 13일, PM 01:13

[이데일리 김상윤 황병서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결국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 카드를 먼저 접었다. 표면적으로는 더불어민주당의 결단 요구에 따른 자진사퇴지만, 국정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복수의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을 동시에 끌고 가기 어렵다고 판단한 청와대의 정치적 결단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용 후보자를 정리해 인사 부담을 덜고 검찰개혁을 이끌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방어에 당청의 역량을 집중하려는 ‘선택과 집중’이라는 분석이다.

용 후보자는 13일 입장문을 내고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직에서 자진 사퇴한다고 밝혔다. 그는 민주당이 비례대표 의원직과 장관직 겸직 문제에 대한 결단을 요구했고 여당 안에서도 우려가 제기됐다며 “국무위원으로서 소임을 수행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용 후보자 사퇴 직후 “앞으로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는 인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을 적극적으로 반박하거나 인선 취지를 거듭 설명하기보다 민심을 수용해 사태를 조기에 수습하는 쪽을 택한 셈이다.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3일 국회 소통관에서 후보직 자진 사퇴 기자회견을 마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3일 국회 소통관에서 후보직 자진 사퇴 기자회견을 마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與 반대가 출구…지지율 하락에 靑도 결단

민주당은 최근 ‘국민 눈높이’를 앞세워 용 후보자에 대한 압박 수위를 단계적으로 높여왔다. 김민석 대표는 지난 3일 “국민의 목소리나 판단은 그 자체로 존중한다”고 했고, 박성준 수석대변인은 11일 “국민 눈높이에서 엄중하게 바라보겠다”고 밝혔다. 조계원 대변인도 12일 “청년 세대의 여론이 들끓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민주당이 11일 “당내외 의견을 비상하게 취합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여권의 기류가 후보자 엄호에서 사퇴 불가피론으로 돌아섰다는 관측이 나왔다. 용 후보자가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열어 기본소득당 사당화와 비선 조직 내 성차별 묵인 등의 의혹을 반박하고 인사청문회 정면 돌파 의지를 밝혔지만, 당은 오히려 결단 요구 수위를 높였다.

이번 사퇴는 여당의 압박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지만 최종적으로는 대통령의 판단이 반영된 결과로 봐야 한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장관 후보자 지명과 철회는 대통령의 인사권에 속하는 데다 여당이 공개적으로 사퇴를 압박하고 후보자가 이를 수용하는 과정 역시 당청 간 교감 없이 진행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문제 제기가 대통령이 직접 지명을 철회하는 부담을 피하면서 용 후보자에게 퇴로를 열어준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청와대가 불과 이틀 전까지 “국민께 설명할 기회가 제공돼야 한다”며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점도 주목된다. 당시만 해도 용 후보자에게 직접 의혹을 소명하도록 한 뒤 여론의 추이를 살피려 했지만, 여당까지 공개적으로 등을 돌리면서 청문회 강행의 실익보다 정치적 부담이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악화한 여론도 이 대통령의 결단을 앞당긴 요인으로 보인다. 한국갤럽이 지난 8∼1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조사한 결과 이 대통령의 직무수행 긍정 평가는 전주보다 2%포인트 하락한 38%로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부정 평가 이유로는 부동산 정책에 이어 인사 문제가 두 번째로 많이 꼽혔다.

용 후보자의 지명을 고수할 경우 비례대표 의원직과 장관직 겸직 논란을 넘어 현 정부의 인사 검증과 정무적 판단 문제가 계속 부각될 수밖에 없었다. 김 후보자를 둘러싼 공방까지 이어지는 상황에서 두 후보자에 대한 논란이 맞물리면 인사 정국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8일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8일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용혜인 정리하고 김승원 방어 ‘올인’

용 후보자 사퇴로 청와대는 인사 전선을 한 곳으로 좁히게 됐다. 향후 인사 정국의 초점은 김 후보자에게 집중될 전망이다.

민주당의 대응도 용 후보자 때와 확연히 다르다. 김 대표는 지난 11일 김 후보자에 대해 “지켜보면 지켜볼수록 잘된 인사라고 판단된다”며 “지킬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엄호했다. 용 후보자에게는 국민 여론을 강조하며 결단을 압박한 반면 김 후보자에 대해서는 임명 관철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민주당은 야권이 제기한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 승인 로비 의혹의 경우 검찰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고, 대가성 청탁을 입증할 새로운 증거가 나오지 않는 한 법적으로 결정적인 낙마 사유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 등이 제기하는 이른바 ‘오빠’, ‘집들이’ 논란도 김 후보자의 직무 수행 능력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떨어지는 공세라고 보고 있다.

김 후보자가 이번 개각의 핵심 인사라는 점도 여권이 사수에 나선 배경이다. 이재명 정부는 다음 달 2일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 출범을 앞두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간사로 관련 입법을 주도한 김 후보자의 낙마는 형사사법 체계 전환은 물론 이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 상대적으로 국정 핵심과제와의 연관성이 작은 용 후보자를 먼저 정리해 김 후보자를 지킬 정치적 공간을 확보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김 후보자에 대한 여론도 여권에 우호적이지 않다. 같은 한국갤럽 조사에서 김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응답은 43%로 ‘적합하다’는 응답 22%의 배에 가까웠다. 용 후보자를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며 정리한 뒤 김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경우 야권으로부터 ‘선택적 국민 눈높이’라는 공세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여권 관계자는 “김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기존 의혹을 충분히 해소하면 용 후보자의 사퇴가 인사 부담을 선제적으로 덜어낸 승부수가 될 수 있다”면서도 “반대로 새로운 의혹이 제기되거나 부정적 여론이 더 커지면 용 후보자를 먼저 정리하고도 인사 논란을 수습하지 못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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