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K2전차 가동률 90%↑…현대로템 '밀착지원'이 만든 신뢰

정치

이데일리,

2026년 September 13일, PM 07:40

[그단스크(폴란드)=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빠른 납품이 폴란드 K2 전차 사업의 첫 번째 경쟁력이었다면, 전투준비태세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뒷받침하느냐는 두 번째 경쟁력이다. 이 같은 현지지원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가 지난해 5월 슬로바키아에서 진행된 연합훈련에서 발생했다. 당시 폴란드군이 K2 전차를 슬로바키아로 이동시켜 훈련하던 중 전차 한 대의 핵심 장비에 문제가 생겼다. 수리가 지연되면 해당 전차가 훈련에서 이탈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문제는 고장보다 국경이었다. 유럽연합(EU) 역내라도 전차를 비롯한 군수물자의 국경 이동에는 사전 승인이 필요하다. 훈련에 참가한 K2는 승인을 받아 슬로바키아에 들어갔지만, 예상하지 못한 고장에 대응하기 위해 대체 장비를 실은 지원 트럭은 사전 이동 승인을 받지 않아 국경을 넘을 수 없었다.

현대로템 현지 지원팀은 폴란드와 슬로바키아에서 각각 출발한 트럭을 국경 지점에 맞댄 뒤 핵심 장비를 인계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폴란드에서 출발한 트럭은 국경을 넘지 않았고, 장비를 넘겨받은 차량이 이를 슬로바키아 훈련장까지 운송했다. 현장 정비를 마친 K2는 다시 훈련에 투입돼 남은 일정을 소화했다. 현지 인력과 부품이 없었다면 해당 장비를 한국에서 가져와야 했다.

그단스크 ISS센터 소속 현대로템 파견 직원과 현지 채용 인력들이 폴란드군에 배치된 K2전차를 정비하고 있다. (사진=김관용 기자)
그단스크 ISS센터 소속 현대로템 파견 직원과 현지 채용 인력들이 폴란드군에 배치된 K2전차를 정비하고 있다. (사진=김관용 기자)
현대로템은 폴란드에 배치된 K2의 가동성을 지원하기 위해 2024년 4월 그단스크에 운용유지지원(ISS·In-Service Support)센터를 설립했다. 그단스크센터에는 주재원 4명과 파견인력 4명, 현지 채용인력 27명 등 총 35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들은 모롱그·브라니에보·오르지시의 전투부대와 육군교육센터 및 군수교육센터 등에 분산 배치돼 있다.

ISS센터의 업무는 고장 수리에 그치지 않는다. 이메일과 전화로 운용·정비 문의에 대응하는 서포트 데스크를 운영하고, 군 요청에 따라 정비·수리 기술지원과 자문을 제공한다. 전차 운용 과정에서 필요한 성능 개선과 기술 변경도 현지에서 지원한다. 훈련 때는 전·중·후 단계로 밀착지원이 이뤄진다. 훈련 전에는 참가 차량을 점검해 고장 요인을 사전에 제거하고, 훈련 중에는 기술진이 현장에 출장해 근접 대기한다. 훈련이 끝난 뒤에는 복귀 차량의 이상 유무를 폴란드군과 공동 점검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폴란드의 긴급한 전력 보강 수요와 유럽 방산업체들의 납기 지연이 K2 수출에 기회로 작용한 것은 사실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K방산의 성과를 두고 ‘운 좋게 얻어걸린 수출’이라고 폄하하기도 한다. 그러나 지정학적 상황이 수출의 문을 열어준 것과 현지군의 신뢰를 얻어 계약을 이어가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언어와 문화, 군 운용체계가 다른 환경에서 한국 주재원과 파견인력, 현지 채용 직원들은 부대 가까이에 머물며 크고 작은 운용 문의와 고장에 대응하고 있다.

2025년 한 해 동안 그단스크센터가 서포트 데스크를 통해 처리한 문의는 1239건에 달한다. 폴란드군 훈련 지원은 21건, 정비교육은 11건 진행했다. 현지 정비인력이 반복 학습에 활용할 수 있도록 정비 영상 교보재도 10건 제작해 제공했다. 현대로템은 그동안 현장 ISS 활동을 통해 폴란드 배치 K2에서 90% 이상의 장비 가동률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 군 가동률이 70%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수치다.

제작사의 현장 대응 능력은 도입국이 후속 사업을 판단하는 주요 기준이다. 운용 과정에서 축적된 신뢰가 K2의 2차 계약(EC2)으로 이어졌다는게 현대로템 측 설명이다. 폴란드군은 현재 간단한 정비를 자체 수행하고 있지만, 고도화된 진단이나 핵심 계통의 심층 정비는 현대로템에 의존하고 있다. 박상현 그단스크 ISS센터장은 “자체 구축한 품질 및 제고 관리 시스템을 통해 한국 본사의 즉각적인 판단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현지 배치 인력이 부대 정비요원과 함께 진단하고 필요한 부품을 즉시 공급하는 운용지원 체계가 K2의 높은 가동률을 지탱하는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박상현 그단스크 ISS센터장이 마리우시 K2전차 중대장과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김관용 기자)
박상현 그단스크 ISS센터장이 마리우시 K2전차 중대장과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김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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