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업체 동원해 초중고 모듈러교실 1300억 입찰 담합"

정치

이데일리,

2026년 September 14일, AM 10:10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최근 4년간 전국 33개 초·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모듈러 교실’ 계약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1300억원 규모의 입찰 담합이 나타난 것으로 확인됐다.

14일 국민권익위원회는 전국 초·중·고에 카탈로그 계약 방식으로 공급한 모듈러교실을 특정업체가 가족과 친족으로 구성된 업체들과 공모해 입찰담합한 행위를 적발하고 공정거래위원회, 경찰청, 조달청, 각 시·도 교육청 등 관계기관에 이첩했다고 밝혔다.

모듈러교실은 공장에서 골조, 마감재, 기계 및 전기설비 등을 규격화하여 제작한 뒤 현장으로 운송해 조립·설치하여 완성하는 임시 학교 교실을 뜻한다.

특히 카탈로그 계약이 문제가 됐다. 카탈로그 계약이란 상품의 기능이나 특징·조건·가격 등을 설명한 카탈로그를 계약업체들이 제시하고, 수요기관은 제시된 카탈로그를 기반으로 필요한 서비스에 대한 견적을 요청하고 계약업체가 제안한 서비스의 규격·가격 등을 평가하여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의 용역계약이다.

그런데 카탈로그 계약의 경우 수요기관에서 입찰 참가업체에 제안가격(기초금액)을 제시해야 하지만 제안가격 산정에 관한 기준이 없다. 교육기관별로 카탈로그 등록 업체로부터 견적을 제출받아 그 금액을 토대로 제안가격으로 산정하는 만큼, 수요기관이 제시하는 제안가격 자체가 높게 형성되어 낙찰가격이 상승하는 주요 원인이 됐다.

A, B 두 업체가 2022년 7월부터 2026년 7월까지 4년간 입찰담합한 규모만 총 99건 1300억 원에 달했다. 총액 입찰 방식과 비교해 카탈로그 계약 방식의 경우 모듈러당 최대 3배 이상 가격이 높아지는 등 공공재정에 큰 손실을 초래했다는게 권익위의 판단이다.

특히 이번 조사는 A업체의 비리신고가 접수되면서 착수된 것이다. 신고는 A업체와 이들과 유착된 관계사들이 한 교육청에서 발주한 모듈러교실 카탈로그 계약에 함께 참여해 가격경쟁 왜곡 및 물품의 가격 상승 등 공정한 경쟁의 기회가 박탈되고 있다는 내용으로 접수됐다. 이후 권익위는 유사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A업체 및 B업체와 체결한 전국 13개 지역 계약 324건 중 33건을 선별하여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A업체와 유착관계에 있는 B·C업체는 2020년 A업체에서 분할되어 가족·친족들이 대표와 임원으로 있는 특수관계 회사들로서 A업체 대표는 친족과 함께 B업체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고, C업체 대표는 A업체 대표의 배우자였다. 특수관계를 이용해 A업체와 B업체는 최근 4년간 전체 카탈로그 계약 발주물량 324건의 약 31%인 99건을 독점 계약한 것으로 확인됐다.

권익위는 업체별로는 담합을 주도한 것으로 보이는 A업체가 76건 1000억 원, B업체는 총 23건 293억 원 규모인 것으로 드러났고, C업체는 입찰담합에는 가담했으나 수주 실적이 없어 들러리 역할만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검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모듈러교실은 건축자재 및 비품 등에서 환경오염물질 방출량이 높아 학생들과 교사들의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사용 전 2회 이상 실내공기질 측정을 하도록 계약서 및 과업지시서에 규정돼 있었다. 다만 대부분의 교육기관에서 납품업체 부담으로 실내공기질을 측정토록 한 후 그 결과를 제출받고 있어, 측정 결과가 객관적이고 신뢰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다고 권익위는 설명했다.

이명순 부패방지 부위원장은 “특정업체들에 의한 입찰담합은 공정한 경쟁을 가로막고 시장 신뢰를 훼손시켜 국가경제를 위태롭게 하는 중대 범죄행위”라며 “모듈러교실은 학생과 교사의 안전과 건강에 직결되어 있으므로 이번 입찰담합과 품질관리에 대해서는 엄정한 조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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