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부국 투르크멘 개발시장 열린다…韓 플랜트·철도·AI 물관리 공략

정치

이데일리,

2026년 September 15일, PM 01:59

[이데일리 김상윤·황병서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세계 4위 천연가스 매장국인 투르크메니스탄을 상대로 ‘중앙아시아 개발시장’ 공략에 나섰다. 석유·가스와 화학플랜트 중심이던 협력을 철도·스마트시티·인공지능(AI) 기반 물관리까지 넓혀 한국 기업의 진출 영역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세르다르 베르디무하메도프 투르크메니스탄 대통령이 15일 청와대에서 확대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과 세르다르 베르디무하메도프 투르크메니스탄 대통령이 15일 청와대에서 확대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15일 청와대에서 세르다르 베르디무하메도프 투르크메니스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고 실질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양국은 협정 2건과 양해각서(MOU) 11건 등 총 13건의 문건을 체결·교환했다.

이번 회담은 중국에 편중된 가스 판로를 다변화하고 산업·교통 기반시설 현대화를 추진하는 투르크메니스탄의 수요와 한국의 플랜트·디지털 기술을 연결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이란·아프가니스탄 접경국인 투르크메니스탄의 지정학적 가치가 커지는 가운데 한국의 에너지·공급망 협력 기반을 넓히려는 포석도 담겼다.

투르크메니스탄은 매년 약 300억㎥의 천연가스를 중국에 수출하고 있다. 중국 이외의 판로를 확보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인도로 이어지는 TAPI 가스관과 카스피해를 건너 유럽으로 향하는 가스관도 추진 중이다.

가스를 그대로 수출하는 데서 벗어나 비료와 화학제품으로 가공하려는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일본 미쓰비시는 지난해 카스피해 연안에서 13억달러 규모의 요소·암모니아 공장 건설에 착수했고, 중국은 지난 4월 51억달러 규모의 갈키니시 가스전 4단계 개발사업을 따냈다. 한국 기업도 중국과 일본, 중동 기업들이 경쟁하는 개발시장에 뛰어드는 셈이다.

양국은 화학산업·플랜트 MOU를 통해 정책과 기술, 인력 정보를 공유하고 프로젝트 구상 단계부터 신규 사업을 공동 발굴하기로 했다. 석유·가스와 화학산업뿐 아니라 건설·교통·물류, 스마트시티 및 디지털 도시 인프라로 협력 범위도 넓힌다. 별도의 철도 MOU를 토대로 첨단 철도 기술을 공유하고 차량·신호·운영 시스템 사업의 진출 기반도 마련한다.

이란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은 투르크메니스탄의 물류망 다변화 필요성을 키우고 있다. 내륙국인 투르크메니스탄은 이란 항만을 이용해 외부 시장에 접근하고, 이란을 경유한 가스 스와프로 튀르키예와 아제르바이잔에도 가스를 공급해왔다. 그러나 이란 전쟁 이후 국경을 통한 상품 공급이 줄면서 투르크메니스탄 내 일부 수입품 가격이 급등하는 등 취약성도 드러났다.

이에 따라 철도와 카스피해 항만을 잇는 대체 물류망은 단순한 인프라를 넘어 공급망 안전과 직결된 과제가 됐다. 한국에도 중앙아시아의 가스 자원과 육상 물류망은 호르무즈 해협과 중동에 집중된 에너지·공급망을 장기적으로 분산할 잠재적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물 부족 대응도 주요 협력축이다. 국토 대부분이 사막인 투르크메니스탄은 노후 시설과 비효율적인 물 사용, 기후변화가 겹치며 물 안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양국은 농업과 산업, 주민 생활을 지탱하는 카라쿰 운하를 비롯한 수자원 시설 현대화에 한국의 AI 기반 스마트 물관리와 물 재이용 기술을 접목하기로 했다.

국경 안정과 기업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도 보강했다. 양국은 마약·자금세탁 등 초국가적 조직범죄 대응과 국외도피사범 수사 공조를 위한 실무 채널을 구축한다. 투자보호협정을 통해 공정한 대우와 수용 시 보상,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절차(ISDS), 투자금의 자유로운 송금도 보장했다.

다만 이번 경제 문건은 구체적인 계약보다 협력 방향을 담은 MOU가 대부분이다. 정부 간 합의를 실제 플랜트·철도·수자원 사업의 발주와 한국 기업의 수주로 얼마나 빠르게 전환하느냐가 정상외교의 실질적인 성과를 가를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확대회담 모두발언에서 “투르크메니스탄의 풍부한 자원이 고부가가치 산업과 일자리로 이어지고, 카스피해와 중앙아시아를 잇는 땅이 물류와 교역의 새로운 길목이 되도록 대한민국이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양국이 서로의 강점을 극대화해 새로운 기회를 열 수 있도록 우리 정부도 든든하게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했다. 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은 “향후 양국 협력을 더욱 발전시키는 데 매우 뜻깊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그는 투르크메니스탄의 영세중립 정책에 대한 한국의 지지를 높이 평가하고, 이 대통령이 제안한 교류 정상화·비핵화 구상인 ‘END 이니셔티브’에 대한 지지도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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