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하고 내려놓고 변화 보여라”…전문가들이 꼽은 李회견 승부처

정치

이데일리,

2026년 September 15일, PM 09:40



[이데일리 황병서·김상윤 기자] “해명에 머물지 말고 대통령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국정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18일 오전 10시 청와대 영빈관에서 기자회견을 연다. 정치 전문가들은 이번 회견이 지지율 반등을 위한 일회성 이벤트나 국정 성과를 나열하는 자리가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인사 실패와 정책 혼선에 대해서는 국민에게 사과하고 설명하는 한편, 연임 개헌과 공소취소 등 대통령의 정치적 이해가 걸린 사안에는 명확한 입장을 내놓아야 한다는 주문이다. 부동산과 민생 문제에서는 구체적인 실행계획과 후속 조치로 국정운영의 변화를 증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재명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자기 것 내려놔야 진정성”…인사 실패엔 사과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는 “이 대통령이 다른 대통령들과 비교해 기자회견을 많이 했지만, 회견이 끝난 뒤 국민에게 남는 강렬한 잔상이 없었다”며 “대부분 회견을 위한 회견에 그쳤고 국민이 기억할 만한 ‘빅 원 메시지’가 없었다”고 진단했다. 이어 “지지율이 떨어졌으니 기자회견을 열어 반등을 꾀하겠다는 발상이라면 그 자체가 패착”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번 회견의 핵심이 정책을 나열하거나 기존 논란을 해명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 이해를 내려놓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은 지도자를 평가할 때 정책 수행 능력과 함께 진정성을 본다”며 “사람들은 지도자가 자기 것을 버릴 때 비로소 그 진정성을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세 가지를 분명히 약속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연임을 위한 개헌을 하지 않겠다, 형사재판의 공소취소를 추진하지 않겠다, 집권당을 대통령 뜻대로 휘두르지 않겠다고 밝혀야 한다”며 “과거의 잘못을 장황하게 설명하는 것은 소용이 없다. 이번 회견을 통해 대통령이 변할 수 있고 실제로 변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복합 악재가 누적된 만큼 설명과 사과, 약속을 명확하게 구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국민에게 설명할 것은 설명하고, 이해를 구할 것은 구하며, 사과할 부분은 사과해야 한다”며 “특히 최근 개각 과정에서 드러난 인사 검증 미흡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국민에게 사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평론가는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혼선과 호르무즈 해협 파병 검토 과정도 대통령이 직접 설명해야 할 사안으로 꼽았다. 그는 “부동산 정책이 논란이 있었던 만큼 앞으로의 방향을 보다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며 “정부가 그동안 파병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다 입장을 바꿨다면 한·미 관계나 남북관계 등 어떤 전략적 판단이 작용했는지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이 대통령이 진영을 넘어선 국정운영을 선택한 이유를 진솔하게 설득해야 한다고 봤다. 최 평론가는 “이 대통령은 개혁 의지를 포기한 것이 아니라 지나친 개혁 드라이브가 반대 세력의 결집을 불러올 수 있다는 역사적 경험을 고려해 균형을 잡으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좌우 진영의 이익이 아니라 국익을 중심으로 통합적 해법을 찾으려는 이유를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사와 부동산, 외교·안보 등 여러 문제가 오랫동안 누적된 만큼 한 차례 기자회견으로 지지율을 단번에 되돌리기는 어렵다”며 “대통령이 국정운영의 큰 방향을 일관되게 설명하고 작은 성과를 쌓아가며 국민을 계속 설득해야 한다”고 했다.

“사과하고 내려놓고 변화 보여라”…전문가들이 꼽은 李회견 승부처
◇“중도층 관심은 민생”…‘어포더빌리티’ 집중해라

다만 연임과 공소취소 문제에 답하는 것만으로 이탈한 민심을 되돌리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나왔다.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이 선거 과정에서 ‘어포더빌리티(affordability·생활비 부담 완화)’를 전면에 내걸었던 것처럼 정치적 논란보다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에 명확한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대통령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아니라 국민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해야 한다”며 “회견의 대상은 야당이나 정치권이 아니라 국민, 특히 중도층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중도층이 실제로 궁금해하는 것은 개헌이나 재판 문제보다 여권 내부의 갈등을 어떻게 수습하고 부동산과 민생 문제를 언제까지 해결할 것인지”라며 “개헌이나 공소취소 문제에 답한다고 지지율이 반등할 것이라는 생각은 착각”이라고 지적했다. 어떤 답변을 내놓더라도 정치적 논란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 만큼 먹고사는 문제와 국정 성과에 회견의 무게를 둬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정책 추진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국민에게 솔직히 털어놓고, 무엇을 언제까지 해내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며 “회견 다음 날부터 관계부처 회의를 열어 후속 대책을 내놓는 등 대통령이 민생에 전력투구하고 있다는 점을 말과 행동, 성과로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도 부동산과 민생을 최우선 의제로 꼽았다. 박 평론가는 “부동산 문제는 다시 토론하거나 계획만 발표할 단계가 아니라 실행에 들어가야 할 사안”이라며 “이 대통령의 강점은 토론에 머무르지 않고 행동에 나서는 추진력이었던 만큼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민생 체감물가가 크게 오르고 양극화도 심화하고 있다”며 “대외 여건이 어렵다는 설명만으로는 부족하고 국민의 삶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대통령이 직접 답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진보층의 지지 이탈과 관련해서도 “현 정부의 개혁 기조가 후퇴했다는 배신감이 작용하고 있다”며 “통합을 추진하더라도 어떤 국정 원칙만큼은 흔들리지 않을 것인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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