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낮춘 李 “모두 제 부족함”…경제 해법은 안갯속

정치

이데일리,

2026년 September 18일, PM 05:35

[이데일리 김상윤 황병서 기자] “언제나 국민은 옳습니다. 모두 저의 부족함 때문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취임 후 일곱 번째 기자회견에서 몸을 한껏 낮췄다. 지방선거 이후 민심 이반과 국정 지지율 하락의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고 부족했던 소통과 공감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검찰개혁과 부동산 등 핵심 국정과제의 방향은 바꾸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정책 노선을 틀기보다 추진 과정과 소통 방식을 바꿔 흔들린 민심을 수습하겠다는 메시지다.

특히 이 대통령은 “경제 지표는 개선된다는데 내 삶은 왜 바뀌지 않는가, 아니 왜 더 나빠지는가라는 물음에 더 적극적으로 답하지 못했다”며 “회복과 성장만큼 민생 개선에 더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경제 회복이라는 거시지표의 성과가 국민이 체감하는 삶의 개선으로 충분히 연결되지 않았다는 점을 직접 인정한 것이다.

다만 부동산과 전월세 등 당면한 경제 현안에서는 새로운 정책수단을 제시하기보다 기존 정책 방향과 원칙을 재확인하는 데 무게가 실렸다. 지지율이 다시 회복하기 위해선 민생을 국정의 중심에 놓겠다는 선언을 국민이 체감할 정책과 성과로 연결하는 과제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기자회견 발언 후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기자회견 발언 후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모두 제 부족함”…몸 낮춰도 개혁은 그대로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작은 성과와 국민들께서 보내주시는 큰 성원 앞에서 두려움과 겸손함이 줄어들었다”며 “국민에 대한 두려움을 되살리고 모든 일에 더 세심하게, 더 낮게, 더 치열하게 임하겠다”고 말했다.

민심 이반의 원인도 외부에서 찾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지지율 하락 이유를 묻는 질문에 “배려도 부족하고 섬세함도 부족하고 소통도 부족하다”며 정책으로 피해를 보는 사람들의 아픔과 반발을 애써 외면하려 했던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에 대한 존중심이 좀 부족하지 않았을까”라고도 했다.

그렇다고 정책 노선을 수정하겠다는 뜻은 아니었다. 이 대통령은 “과정과 방법에서 부족했던 것이지 우리가 나아갈 방향이 달라진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개혁을 추진하는 방식에 대한 고민도 상세히 설명했다. 개혁으로 손해를 보는 집단의 저항은 “콘크리트처럼 강한” 반면 혜택을 보는 다수의 지지는 “분산된 모래알”과 같다며 선명성을 앞세우다 저항을 키우면 개혁의 속도가 늦어지거나 실패할 수 있다고 했다. 이전 윤석열 정부의 의료개혁을 거론하며 소리는 요란했지만 사회 혼란만 남기는 개혁은 반복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반발을 최소화하면서 실제 성과를 내는 방식에 집중했다는 설명이다.

검찰개혁에서도 수사·기소 분리 원칙을 재확인했다. 검사가 다시 수사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불가역적인 구조를 만들겠다고 했고, 수사권이 경찰에 집중되는 데 따른 우려는 고강도 경찰개혁과 상호 견제를 통해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연임 생각 전혀 없다”…공소취소 논란에도 선

이 대통령은 정치적 부담이 큰 현안에서는 그동안 이어진 논란을 직접 정리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개헌 필요성은 적극적으로 제기하면서도 자신의 연임 가능성은 명확하게 차단했고, 이른바 ‘조작기소 특검’은 필요하다고 하면서도 자신의 재판과 맞물려 논란이 된 공소취소 문제와는 선을 그었다.

이 대통령은 현행 1987년 헌법을 “오늘의 대한민국에 맞지 않는 옷”이라고 규정하며 개헌 필요성을 재확인했다. 5·18 민주화운동과 부마항쟁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 기본권 강화, 대통령 권한의 국회·지방정부 분산과 함께 대통령 연임제 도입을 개헌 과제로 제시했다. 다만 개헌의 주체는 대통령이 아니라 국회와 국민이라며 국회에서 여야 협의와 의견 수렴을 거치면 적극 협력하겠다고 했다.

자신의 연임 가능성에는 한층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한 자신의 연임은 헌법상 불가능하며 “연임을 생각해 본 적조차 없다”고 했다. 그동안 별도의 연임 불가 선언 요구에 응하지 않은 것은 이를 약속하는 순간 자신이 애초 연임을 구상하다 포기한 것처럼 비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확고하게 말씀드린다”며 “저는 연임할 생각 전혀 없다”고 못 박았다.

이 대통령은 조작기소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특검 문제에서도 원칙과 경계를 동시에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정부에서 정치적 목적으로 무리한 수사·기소가 이뤄졌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자신뿐 아니라 언론인과 언론사, 공무원, 정치인, 민간인 등도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대통령 지휘 아래 있는 수사·소추기관이 이를 수사하면 또 다른 오해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국회가 특검을 통해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다만 특검에 이미 기소된 사건을 넘겨받아 처분할 권한까지 부여하는 데는 반대했다. 이 대통령은 특검 권한 가운데 “기존 기소 사건들에 대한 이송 또는 처분에 관한 조항들은 삭제해 달라”고 국회에 직접 요청했다. 특검은 조작기소 의혹의 진상을 밝히는 데 집중하고 기존 재판의 처리 문제는 조사 결과에 따라 법과 원칙에 맡기자는 취지다. 자신의 사건을 둘러싸고 특검이 공소취소의 통로가 될 수 있다는 논란을 차단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요청한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에서도 경계를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은 “전쟁에 관여 또는 개입하는 파병은 없다”며 전쟁 불관여·불개입 원칙을 거듭 강조했다. 다만 한국 상선과 원유 수송로, 국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활동은 필요하다며 이미 현지에서 활동하는 청해부대의 역할 등을 강화하는 방안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민과 수송로 보호는 검토하되 전쟁에는 개입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생 더 집중”…경제 현안 해법은 구체화 안 돼

정책의 무게중심에는 일부 변화를 예고했다. 이 대통령은 차기 정책실장 인선과 관련해 집권 초기 1년여 동안 경제 회복과 지속 성장, 성장동력 확보에 국가 역량을 집중했다면서 “지금 많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회정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중심을 살짝 이동해야 되지 않느냐는 지적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민생을 국정 전면에 내세운 것과 달리 이날 회견에서 당면한 경제 현안을 풀 구체적인 새 처방은 선명하지 않았다. 최대 현안인 부동산에서는 공급 확대와 수요를 자극하는 대출 억제, 규제·세제 등을 활용하겠다는 기존 방침을 재확인하면서 수도권 일극체제 해소와 행정수도 세종 완성도 근본적인 해법으로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다들 하려고 하다 안 됐지만 이 정부는 한다”며 시장 안정에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지만 당장의 시장 불안을 겨냥한 추가 대책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전월세에 대해서는 “전월세 입주자들이 겪는 어려움들에 대해서도 세부적인 정책들을 나름은 마련해서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어떤 대책을 시행하고 있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이어진 질문에서도 과거 자신의 발언이 전세가 “사라져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사라질 것”이라는 취지였다고 바로잡는 데 그쳤다. 매매뿐 아니라 전월세 부담이 민생과 직결되는 만큼 정부가 시행 중이라는 정책의 내용과 효과를 구체적으로 보여줘야 했지만, 명확한 해법은 제시하지 못했다.

이 대통령은 또 3500억달러 규모 대미 전략투자에서도 협상이 막판에 다시 꼬였다는 사실은 공개했지만 이를 풀 구체적인 해법까지 제시하지는 않았다.

이 대통령은 실무협상단이 마련한 내용에 대해 “거의 합의가 됐다고 하는데 제가 내용을 보니까 동의하기가 쉽지 않은 부분들이 좀 있어서 다시 또 얘기를 하는 중”이라고 밝히면서 투자금을 어떻게 회수할지, 수익을 어떤 방식으로 배분할지, 손실이 발생하는 사업을 어떻게 처리할지가 쟁점이라고 직접 설명했다.

대미투자 협상에 대한 원칙은 고수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어렵게 MOU에 반영한 ‘상업적 합리성’을 실제 프로젝트에도 관철하고 “대한민국의 국익이 훼손되지 않고 한미 양국 모두에 도움이 되는 내용”으로 사업을 구성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이 감당할 수 있는 손실 부담과 수익 배분 조건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미국과의 이견을 어떤 구조로 해소할 것인지, 첫 프로젝트 발표가 언제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답을 내놓지 않았다.

메모리반도체 추가 투자 문제에서도 기업의 경영 판단과 국내 산업전략, 국익을 함께 고려해 “합리적인 결론”을 만들겠다는 원칙을 밝혔다. 다만 미국 내 투자 확대와 국내 반도체 생산기반 확충을 어떻게 조율할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쟁거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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