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병도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재명 대통령 기자회견을 시청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6.9.18 © 뉴스1 유승관 기자
"에이, 검찰 출신이야? 명함 안 받아." 더불어민주당을 출입한 첫날, '사회부 법조팀'이 적힌 명함을 한 의원에게 건네자 돌아온 말이다. 농담인 줄 알았지만 정말 명함을 받지 않았다. 이곳에선 검찰을 취재하다 온 이력이 배척해야 할 시각을 가졌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낯섦을 느꼈다.
민주당의 익숙한 문법과는 꽤 거리가 있는 기자인 건 사실이었다. 여의도보다 서초동이 편했고, 경북에 적을 두고 있고, 정치보다는 주식에서 희망을 찾는 민심에 둘러싸인 2030 청년이었다. 민주당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클리셰'들과 어느 하나 일치되는 배경이 없었다.
그렇지만 출입기자로서 당의 역사와 정서, 언어를 익히며 간극을 메우는 건 당연히 스스로의 몫이라고 생각했다. '정치부'가 적힌 명함을 한 번이라도 더 건네려고 본회의 날이면 국회 로텐더 홀을 뛰었고, 당 내부와 지지자들 사이에선 익숙하지만 기자에겐 어색했던 표현들의 어원을 공부했다.
한편으론 질문이 생겼다. 민주당은 주권자인 국민을 위해 그렇게 하고 있을까. 유권자는 정당의 역사와 언어를 먼저 공부할 의무가 없고, 자신의 배경과 경험이 정당과 얼마나 부합하는지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다. 정당이 국민에게 자신의 가치와 정책을 설명하고 먼저 다가가는 것이 순서다.
이 질문은 최근 민주당이 안고 있는 고민과도 맞닿아있다. 정치권에서 '코어 지지층'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존재다. 한 표가 절실한 선거 때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당이 어려울 때 지탱하며, 정체성을 유지하게 만드는 가장 든든한 기반이다. 지금 대통령과 지도부, 의원들과 당의 '어른'들 사이에서 외연 확장을 두고 미묘한 긴장이 형성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코어 지지층을 지키려는 고민 자체를 탓하기는 어렵다. 오랫동안 당을 지지해온 사람들의 목소리를 외면하며 갑자기 '대중정당'을 강조하는 것도 모순이다.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정치인은 자신에게 가장 확실한 지지를 보내는 유권자에게 다시 호소할 수밖에 없다.
결국 질문은 '코어냐, 외연이냐'라는 단순한 양자택일보다 복잡하다. 핵심 지지층을 잃는 정당도 지속하기 어렵지만, 핵심 지지층만 바라보는 정당 역시 집권당의 역할을 온전히 해내기 어렵다. 민주당은 지금 지지층 바깥의 국민에게도 정책을 설명하고 동의를 구해야 하는 여당이다.
그렇다면 민주당이 지금 먼저 말을 걸어야 할 사람은 당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이다. '험지'로 불리는 영남의 유권자들, 검찰개혁보다 취업·집값·자산 문제와 '내로남불'과 공정성 시비를 더 선명한 정치적 기억으로 가진 2030세대, 기존 민주당 문법과는 다른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다.
김민석 전 국무총리가 지난 7월 8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목포 동부시장을 방문해 상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6.7.8 © 뉴스1 김태성 기자
청년을 바라보는 방식도 마찬가지다. 정치권은 2030을 하나의 집단처럼 쉽게 묶어버리지만, 실제 청년의 삶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지역도 다르고, 직업도 다르고, 주거 환경도 다르다. 젠더와 노동, 부동산 문제를 바라보는 시선도 하나로 묶이지 않는다. 당 내부에 청년 몫의 자리를 늘리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은 이유다. 이미 민주당의 정책에 공감하는 청년뿐만 아니라 민주당에 마음을 닫은 청년이 왜 그런 생각을 갖게 됐는지 들어야 한다.
정당의 뿌리는 중요하다. 하지만 뿌리만으로 나무가 자라지는 않는다. 당은 지지자의 조직인 동시에 국민 전체를 상대로 권력을 위임받으려는 조직이다. 민주당은 더군다나 국민을 위한 정책과 예산을 집행하고, 그 결과에 책임져야 하는 여당이다.
출입기자가 아닌 국민이 민주당의 언어를 먼저 익힐 이유는 없다. 민주당이 먼저 다가가고, 먼저 듣고, 간극을 메워가야 할 때다.
hi_nam@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