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훈식 사의로 수습 나섰지만…가라앉지 않는 ‘비선실세’ 논란

정치

이데일리,

2026년 September 21일, PM 07:04

[이데일리 노희준 김상윤 황병서 이혜라 허윤수 공지유 기자]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21일 사의를 표명했지만 잇단 장관급 후보자 낙마에 따른 인사 논란의 후폭풍이 가라앉을지는 미지수다. 야권은 김현지 청와대 제1부속실장 등 ‘비선라인’을 정조준하는 데다 여권 내부에서도 검증 기능에 구멍이 뚫린 청와대 인사 시스템의 오작동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김지용 초대 중대범죄수사청장(중수청장) 인선 문제 등과 관련해 김현지 실장의 책임이 불가피하다고 봤다.

◇강훈식 사의 즉각 수용 안해…여론 반응 보며 결정할듯

김현지 제1부속실장 (사진=뉴시스)
김현지 제1부속실장 (사진=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우리 비서실장께서 오늘 드디어 졸업을 한 번 해보시겠다고 하신 것 같다”면서도 “아직 제가 어떻게 해야 할지는 결정을 못 했다”며 강 실장의 사의를 즉각 수용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비서실장을 포함한 청와대 참모들이 체력적으로 어려운 여건에서 장기간 고생했다고 평가했다. 강 실장의 노고를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졸업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점은 사의 수용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대목이다. 다만 결정을 유보하면서 강 실장 교체가 국정 쇄신으로 받아들여질지, 꼬리 자르기로 비칠지를 포함해 정치권과 여론의 반응을 살필 시간을 확보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강 실장의 사의를 특정 인사 실패와 연결하는 데에는 선을 긋고 있다. 성기홍 홍보소통수석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강 실장이 이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지난주 기자회견에서 국정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을 자신의 부족함 탓으로 돌린 상황에서 강 실장이 대통령을 보좌하는 비서실장으로서 종합적인 책임을 지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김승원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용혜인 전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잇단 낙마를 개각 참사로 규정하고 청와대 인사 라인 전반에 대한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강 실장 뿐 아니라 헌법상 국무위원 제청권을 가진 한성숙 국무총리와 인사 추천·검증을 담당한 청와대 인사수석 및 민정수석도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정 원내대표는 김 실장과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정무조정실장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불러 인사 개입 의혹을 검증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실장은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민주당 대표를 지낼 때부터 가까이서 보좌한 핵심 참모다. 현재 제1부속실장으로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지만 직제상 인사 추천이나 검증을 담당하는 자리는 아니다.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야권뿐 아니라 김영진·박지원 등 여권도 우려

문제는 여당 내에서도 청와대 인사 라인에 대한 책임이나 시스템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는 점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날 CBS라디에에 출연해 “집권 초반이 지나 중반기로 돌아가는 시점이기 때문에 청와대 내 인사 시스템에 대한 점검, 대책과 로드맵을 준비해 동일한 실수가 반복되지 않게끔 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같은 당 박지원 의원은 한발 더 나아가 SBS 라디오를 통해 경기 성남 라인 비선의 인사 개입 의혹에 “밝혀진 게 없다”면서도 “의혹이 진실이면 대통령은 반드시 척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강 실장의 사의 표명을 잇단 장관급 후보자 낙마로 커지는 ‘비선실세 존재’ 우려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봤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비서실장이 바뀐다고 지지율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번 사퇴는 비선실세 얘기가 나오기 때문에 공식 라인에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사퇴를 통해 비선실세 문제가 아니었다는 메시지를 보내주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일각에서는 김현지 실장의 책임론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인사청문회가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시급한 불인 강훈식 실장이 정리가 된 다음에는 지지층이 완전히 이탈할 수 있는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를 어떻게 정리하느냐 따라 김현지 실장도 책임을 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이 문제가 계속 국정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 대통령 입장에서는 끊고 가는 게 맞다고 볼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김지용 후보자는 과거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에 반대한 이력 등을 이유로 여권 일부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 청와대가 추가 검증에 들어간 상태다.

이 대통령이 강 실장의 사의를 수용하면 정책실장에 이어 비서실장까지 청와대 3실장 가운데 두 자리가 동시에 비게 된다. 이 대통령이 유엔총회 순방 기간 여론의 흐름을 살펴본 뒤 귀국 후 두 실장 후임과 인사·민정 라인 개편 여부를 함께 결정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좌)김현지 제1부속실장, (우)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사진=연합뉴스)
(좌)김현지 제1부속실장, (우)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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