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농해수위 더불어민주당 윤준병 정조위원장(왼쪽 첫 번째)이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농지 전수조사 추진 방향 당정 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2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농지 전수조사 당정협의회를 열고 불법 전용 농지 양성화와 처분 유예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연말까지 특별조치법 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특별법으로 조치할 내용은 조치하고 농지법 규정을 보완해 치유할 수 있는 내용은 농지법으로 다루기로 했다.
우선 상속 농지와 고령농 소유 농지에서 확인된 비투기성 위반엔 스스로 경작하거나 농지법상 허용되는 방식으로 임대해 위반을 해소할 자진 정비 기회를 먼저 주기로 했다. 기간 내 위반 사항을 자진 해소하기 어렵다면 농지은행에 임대 또는 관리권을 맡겨 처분의무 부과를 유예한다.
농업진흥지역 내 농지를 야적장이나 야영장 등 비농업용 시설로 불법 전용한 경우엔 원상회복 명령을 내리고 필요하면 처분명령도 부과한다. 투기 여부는 위성·항공사진과 농지 취득·이용 실태 등 여러 정황을 종합해 판단한다. 지방정부의 청문 과정에서 소유자의 소명이 받아들여지면 행정처분을 철회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중대한 위반이 아닌 불법 전용 농지는 1988년 이후 38년 만에 양성화를 추진하고 임대차 특별정비 기간은 오는 11월 15일까지로 연장한다. 또 농지은행 매입·수탁 여력을 높이기 위해 내년 맞춤형 농지지원 예산은 올해보다 25.1% 늘어난 2조 2617억 원, 농지연급 예산은 24.5% 증가한 3444억 원으로 증액한다.
민주당 소속 윤준병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정책조정위원장은 “현장 의견을 반영해 내년 상반기까지 보다 현실에 맞게 개정안을 마련하기로 했다”며 “전수조사를 토대로 농지의 현실적 어려움, 치유해야 할 보완 사항을 대폭 개선해 영농의 불편을 해소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당정은 현장의 목소리를 듣지만, 정책상 후퇴가 아니란 점을 강조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전국 농지를 대상으로 폭넓게 조사하는 최초의 사례다 보니 그 과정에서 많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처음부터 정부는 경미하고 관행적인 현장의 위반은 계도하거나 제도를 개선해 대안 조치를 마련하겠다고 일관되게 말씀드려왔다”고 설명했다.
◇날벼락 내려놓고, 이제와서 보완책?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이번 당정 협의를 정치적 후퇴로 해석한다. 특히 비거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기본 공제를 하향과 세 부담 상한을 높이겠다고 했다가 현행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하는 등 오락가락 행보를 보인 부동산 세제 개편안이 떠오른다는 지적이다.
앞서 정부는 8월 3일 부동산 세제 개편안을 발표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일부 내용을 수정했다. 비거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기본 공제를 12억 원에서 9억 원으로 낮추고 세 부담 상한을 150%에서 200%로 높이겠다고 했으나 민주당의 요구에 따라 현행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비거주자를 중심으로 세부담이 급증하고 전월세 시장에까지 영향을 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29일 만에 철회한 것이다.
이날 국민의힘은 당정 협의가 끝난 뒤 “성난 농심이 심상치 않다”, “벌집을 쑤셔놓고 감당이 안 되니 한발 물러섰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도 “토허제 유예 연장에 이어 농업에서도 커다란 정책 실패를 인정했다”면서 “농촌에 날벼락을 내려놓고 이제 와서 보완책이라고 하나”라고 꼬집었다.
박상병 정치 평론가는 “정책적 후퇴라는 비판에는 할 말이 없을 것”이라며 “어떤 정책이든 반발이 있기 마련인데 현 정부는 그걸 돌파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평론가는 “내부에서 철저한 검증과 협의를 거쳐 정책이 발표돼야 하는데 심도 있는 논의가 있었는지 의문”이라며 “정책적 후퇴가 반복되면 정부 신뢰도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