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北핵·미사일 고도화 중단→축소→비핵화”…평화체제 전환 제안(종합)

정치

이데일리,

2026년 September 23일, AM 05:06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이재명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우선 중단시킨 뒤 중기적으로 축소하고, 장기적으로 ‘핵 없는 한반도’로 나아가는 단계적 비핵화 구상을 국제사회에 제시했다. 북미대화를 조속히 재개해 한반도 전쟁 종식과 평화체제 전환을 위한 당사자 간 대화로 발전시키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81차 유엔총회 고위급 회기 기조연설에서 “무엇보다 가장 핵심적인 과제는 한반도의 오래된 전쟁을 종식하고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일”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짙은 감색 정장에 세계 각국과의 균형과 조화, 평화를 상징하는 짙은 초록색과 흰색 사선 넥타이를 착용한 이 대통령은 희망과 긍정의 메시지를 담아 연설에 나섰다.

이재명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북미대화 재개”…평화공존 3대 청사진 제시

이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체제는 오랜 기간 남북은 물론 미국, 중국 등 관련국들도 그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논의해 온 과제”라며 “다행히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으로 변화의 가능성이 어렵게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은 오랫동안 멈춰 있던 북미대화가 조속히 재개되고, 한반도 전쟁 종식과 평화체제 전환을 위한 당사자 간 대화로 발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대화는 당사자 간 관계 정상화뿐만 아니라 다자협력을 통한 공동 성장, 동북아의 안정과 협력을 촉진하는 유용한 틀이 될 것”이라며 “이러한 과정에서 우선 북측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중단시키고, 중기적으로 축소를 거쳐 장기적으로 핵 없는 한반도를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공존의 방향을 담은 세 가지 청사진도 제시했다. 남북이 상호 체제를 존중하고 차이를 인정하면서 공동 성장을 모색하는 ‘포용적 평화공존’, 소통 채널을 복원해 위기와 갈등을 통제하는 ‘안정적 평화공존’, 핵과 전쟁 없는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와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책임 있는 평화공존’이다.

이 대통령은 “국제무대에서도 북측을 존중하고 협력할 것은 협력해 나가겠다”며 “보건, 재난, 기후 위기 등 국제사회 차원에서 함께 협력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엔과 안전보장이사회를 향해서도 “이번에도 책임 있고 건설적인 역할을 다해주시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우리 정부는 한반도 평화의 당사자이자 페이스메이커로서 대화의 길을 열고 또 이어가기 위해 온 힘을 다하겠다”고 했다.

◇‘K-이니셔티브’ 제시…유엔·안보리 개혁 지지

이 대통령은 글로벌 현안에 대응하기 위한 ‘K-이니셔티브’의 세 가지 비전도 발표했다. 인공지능 기술의 혜택을 모든 국가와 사람이 함께 누리는 ‘글로벌 AI 기본사회’, 탄소중립을 성장과 일자리로 연결하는 ‘녹색 대전환’,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을 위한 연대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AI 기본 의료’를 시작으로 사회보장과 노동, 주거, 문화 등 삶의 다양한 영역에서 기본적 권리를 두텁게 보장할 AI 대전환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기구와 다자개발은행, 산업계와 학계가 협력하는 ‘글로벌 AI 허브’를 조성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녹색 대전환과 관련해서는 ‘한국형 녹색 대전환(K-GX) 전략’을 통해 산업 체질을 바꾸고 탄소중립을 새로운 성장 동력과 양질의 일자리로 연결하겠다고 했다. 2028년 칠레와 공동 개최하는 제4차 유엔 해양총회를 통해 지속 가능한 해양 발전 논의도 선도하겠다고 밝혔다.

호르무즈 해협과 홍해의 해상 봉쇄를 두고는 “국제 해협의 자유롭고 안전한 통항은 국제법이 보장하는 권리이자 세계 경제를 지탱하는 기반”이라며 “상선을 공격하고 선원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는 어떤 이유에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국제에너지기구(IEA) 등 기존 협력 체계를 활용하면서 공급망 위기가 세계 경제와 민생 위기로 번지지 않도록 에너지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한 통항을 위한 군사적 기여 방안은 연설문에 담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글로벌 공공재를 공급할 역량과 의지를 갖춘 국가들이 먼저 협력하는 ‘건설적 기여국 연대’도 제안했다. 그는 “새로운 기구나 배타적 그룹을 만들자는 것이 아니다”며 “기존 국제질서와 유엔의 기능을 존중하면서 각국이 강점을 가진 분야에서 유연하고 개방적인 방식으로 협력하고 그 범위를 확대해 나가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대 변화에 맞춘 유엔 개혁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회의장에서 이뤄낸 합의가 현장의 변화로 이어지고, 세계 시민들이 그 성과를 삶으로 체감할 수 있어야 한다”며 조직과 사업의 중복 축소, 신속한 의사결정, 한정된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주문했다.

그러면서 보다 효율적이고 현장을 중시하는 유엔을 위한 ‘유엔 80 이니셔티브’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안보리를 더 효과적이고, 더 민주주의적이며, 책임 있는 방식으로 작동하게 할 안보리 개혁 또한 지지한다”며 “대한민국은 평화, 개발, 인권이라는 유엔의 3대 축 전반에서 세계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창출하도록 책임과 역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