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칼럼] 개헌보다 어려운 것

정치

뉴스1,

2026년 September 23일, AM 07:30

김정률 정치부 차장 2025.11.4 © 뉴스1 신웅수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꺼낸 개헌 논의가 좀처럼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여권에서는 "87년 헌법 체제를 그다음 체제로 넘기는 역사를 마무리하자"고 했지만, 야권은 "개헌으로 국면 전환을 시도한다"며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이 대통령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연임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까지 밝혔다. 대통령 스스로 개헌의 수혜자가 되지 않겠다고 했지만 야권의 의심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여권은 야권이 개헌을 연임 논란과 연결해 정치적 공세를 벌인다고 보고, 야권은 대통령의 말만으로는 개헌의 진정성을 믿기 어렵다고 한다.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는 상황에서 헌법을 바꾸자는 합의가 쉽게 이뤄질 리 없다.

개헌은 단순히 헌법 조문 몇 개를 고치는 일이 아니다. 대통령의 권한을 어떻게 나눌지, 국회의 권한을 어디까지 확대할지, 대통령의 임기를 어떻게 정할지 등 권력의 규칙을 다시 정하는 일이다. 결국 상대가 그 권한을 갖더라도 정해진 규칙을 지킬 것이라는 믿음이 전제돼야 한다.

1987년 헌법이 시대의 변화를 충분히 담아내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대통령 5년 단임제를 비롯해 권력구조와 기본권, 지방분권 등을 손봐야 한다는 논의도 반복됐다.

이 대통령 역시 기자회견에서 5·18과 부마항쟁 정신의 헌법 전문 반영, 국민기본권 강화, 대통령 권한의 일부 분산, 대통령 연임제 등을 개헌 과제로 제시했다.

개헌의 필요성과 내용을 논의하는 것은 필요하다. 문제는 누가 집권하더라도 지킬 수 있는 규칙을 만들 수 있느냐다.

여야가 먼저 확인해야 할 것도 개헌 의지가 아니라 서로에 대한 확신일 수 있다. 개헌을 통해 권한을 나눈 뒤 상대가 약속한 규칙을 지킬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오늘의 여당은 내일의 야당이 될 수 있다. 오늘의 야당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 자신에게 유리한 제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언젠가 자신이 야당이 됐을 때도 받아들일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 합의가 없다면 개헌 논의는 결국 권력구조를 둘러싼 또 하나의 정치공방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헌법을 바꾸는 것보다 어려운 것은 상대가 권력을 잡아도 같은 규칙을 지킬 것이라고 믿는 일이다.

jrkim@news1.kr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