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트럼프 극적 정상회담…대미투자 진전에 핵연료·전작권 협의 재가동(종합)

정치

이데일리,

2026년 September 23일, AM 11:33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전격 정상회담을 갖고 한미 전략투자 사업 논의가 큰 진전을 이룬 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양 정상은 이를 계기로 그동안 진도가 나가지 않았던 핵연료·농축·재처리,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조선협력에 관한 협의를 다시 속도감 있게 진행하기로 했다. 대미투자 협의가 풀리면서 한국이 중시해 온 원자력·안보 현안을 다시 협상 테이블에 올릴 물꼬가 트인 것이다.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뉴욕 한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뉴욕 한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양 정상은 양국 간 전략투자 사업 논의가 큰 진전을 이룬 것을 환영했다”며 “지난해 11월 발표한 한미 정상 공동 설명자료를 토대로 핵연료, 농축·재처리, 조선협력, 전작권 전환 등 분야에서도 한미 간 협력을 한층 더 심화시키고자 하는 공동의 의지를 확인하고 후속 협의를 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회담은 투자협상의 흐름이 바뀌면서 이날 급히 성사됐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갑작스레 정상회담이 이뤄진 배경에 대해 “당시에는 투자협의가 막바지에 이르렀지만 상당한 곡절이 있었고 전망이 좋지 않아 구체적으로 추진하지 않았다”며 “그 이후 투자협의가 잘 진전돼 급히 (이날) 다시 추진했고 성사됐다”고 말했다. 정상회담 개최 여부 자체가 대미투자 협상의 진전에 달려 있었던 셈이다.

정상회담은 트럼프 대통령 내외가 뉴욕 롯데팰리스 호텔에서 주최한 리셉션과 별도로 마련됐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오후 7시께 리셉션장에 도착해 다른 나라 정상들과 교류하다가 오후 7시 20분께 같은 호텔 내 별도 공간으로 이동해 30분간 트럼프 대통령을 회담을 진행했다. 우리측에서는 위 안보실장, 조현 외교부장관이 합류했고, 미국측에서는 수지 와일스 비서실장,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등이 합석했다. 두 정상은 이후 리셉션에 합류했고, 이 대통령은 회담 전후 리셉션에서 10여개국 정상들과도 교류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세 번째 정상회담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유엔총회 기간 가진 마지막 정상 면담이다. 두 정상은 그간 정상회담 외에도 두 차례 환담하고 두 차례 통화했다.

◇대미투자 진전에 멈췄던 전작권 등 현안 다시 테이블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원자력 관련 협의가 다른 현안들로 인해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장 큰 의제였던 투자 문제에 진전이 있었기 때문에 정체된 논의를 다시 복원해 진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며 “투자협의에 진전이 있었으므로 다른 관련 이슈들도 일제히 진전시켜야 한다는 생각으로 협의에 임했다”고 말했다. 미국 측도 후속 협의를 통해 방안을 모색하자는 입장을 보였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날 논의된 핵연료·농축·재처리와 전작권 전환, 조선협력은 새로운 의제가 아니다. 지난해 한미 정상 간 합의의 후속 과제였지만 대미투자 협상 등 여러 현안이 얽히면서 진도가 나가지 못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오늘 다룬 주제는 거의 대부분 기존에 있던 주제들이고 새로운 의제는 별로 없었다”며 지연되거나 정체된 과제를 다시 복원해 협의를 가속화하자는 데 회담의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양국은 이들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워싱턴에서 후속 협의를 갖기로 했다.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가능한 한 빨리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전작권 전환과 관련해 우리측은 회담 시간의 상당 부분이 할애됐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미국 측에 많이 설명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그 문제에 대해 많이 이해하게 됐다”며 “우리의 요지는 조건을 충족해 가면서 전환을 빨리 마무리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측은 방위비 증액과 한반도 방위에 더 많은 책임을 지겠다는 의지도 재확인했다.

조선협력은 트럼프 대통령이 특히 관심을 보인 분야였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미국 측에서 많은 관심을 보이는 것 중 하나가 조선협력”이라며 트럼프 대통령도 이 문제에 큰 관심을 표시했다고 말했다. 양측은 조선협력에 관한 후속 협의 역시 가속화하기로 했다.

다만 전략투자 사업에서 구체적으로 무엇이 진전됐는지는 이날 공개되지 않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두 정상은 투자협의 결과를 보고받고 환영한 것”이라며 세부 사항과 발표 방식은 실무 협상팀이 결정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발표 시점을 언급하지 않았다.

개별 투자사업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특별한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원전과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등 구체적인 프로젝트를 언급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두 정상은 투자협상이 쉽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진전을 이뤘다는 데 공감하고 협력을 이어가자는 뜻을 나눴다는 설명이다.

◇트럼프 “北과 대화”…호르무즈 파병 논의는 없어

북한 문제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대화 의지를 재확인했다. 위 실장은 모두발언에서 양 정상이 각각 ‘피스메이커’와 ‘페이스메이커’로서 대화의 물꼬를 트고 한반도에 지속 가능한 평화가 정착되도록 긴밀히 소통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대화에 기여해 달라는 기대를 표시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이에 호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다만 북한과 구체적으로 접촉했거나 대화에 진전이 있다는 설명은 없었다. 이 대통령은 23일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이 한중 관계를 포함한 역내 정세에 중요하다며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했다.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한국의 기여나 파병 문제는 정상회담에서 논의되지 않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약 30분간 여러 현안을 다루다 보니 해당 문제에 대한 양측의 특별한 언급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미투자를 위해 호르무즈 파병을 압박했다는 뜻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제81차 유엔총회 일반토의 기조연설을 하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면담했다. 연설에서는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우선 중단시키고 감축을 거쳐 장기적으로 ‘핵 없는 한반도’로 나아가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핵 없는 한반도’가 비핵화와 같은 의미라며, 표현의 차이를 정책 목표의 변화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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