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피해자 반려동물 동반 입소 요청 40건…실제 입소 '0'

정치

뉴스1,

2026년 September 25일, AM 06:00

정춘생 조국혁신당 의원. 2026.9.13 © 뉴스1 유승관 기자

가정폭력 피해자가 보호시설에 반려동물과 함께 입소하겠다고 요청한 사례가 지난해 약 40건에 달했지만, 실제 동반 입소로 이어진 경우는 한 건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도 동반 입소가 가능한 시설을 만들기 위한 시범사업을 추진했으나 내년도 예산안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25일 국회 성평등가족위원회 소속 정춘생 조국혁신당 의원이 성평등가족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시설 63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반려동물 동반 입소 요청 사례는 약 40건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실제 반려동물과 함께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시설에 입소한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2021년부터 올해 7월까지 동반입소 사례 역시 전무했다. 다만 해당 수치는 시설 관계자들이 기억에 의존해 답변한 결과로 정확한 수치는 아니라고 성평등부는 설명했다.

반려동물 문제는 피해자가 폭력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와도 맞물린다. 반려동물을 두고 떠나기 어려워 보호시설 입소를 망설이거나 남겨진 반려동물에 대한 위협과 학대가 피해자를 통제하는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게 정 의원의 설명이다.

다른 유형의 여성폭력 피해자 보호시설에서는 반려동물 동반입소 사례가 있다. 성매매 피해자 보호시설의 경우 지난해 반려동물 동반 입소 요청은 19건으로, 이 가운데 실제 입소로 이어진 사례는 8건이었다. 올해 7월까지는 14건의 요청 중 5건이 실제 입소로 이어졌다.

스토킹·교제폭력 긴급주거지원 시설도 전체 78곳 가운데 25곳(32.1%)은 소유주 동의를 전제로 반려동물과 함께 입소할 수 있다. 한부모 가족 주거지원 시설은 116곳 가운데 7곳에서 총 24세대가 반려동물과 생활하고 있다.

정 의원에 따르면 성평등부도 가정폭력 피해자의 반려동물 돌봄 공백 문제를 인식하고 제도 개선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정부는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시설은 여러 피해자가 함께 거주하는 비공개 공동생활시설인 만큼 현행 운영 여건상 일률적인 동반 입소 허용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에 성평등부는 서울·경기·부산 등 일부에서 운영되는 반려동물 위탁보호 서비스를 우선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지방정부에 보호시설 입소 기간을 고려해 최소 6개월 이상 위탁보호 서비스를 제공해 달라고 요청했다.

동반 입소가 가능한 보호시설을 마련하기 위한 시도도 있었다. 성평등부는 지난 6월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시설을 대상으로 반려동물 동반 입소 시범사업 수요조사를 진행했고 시설 한 곳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성평등부는 해당 시설의 증·개축이나 이전 등 동반 입소 환경 조성을 위해 내년도 예산 2억 5000만 원을 요구했으나 정부안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성평등부는 중장기적으로 기존 보호시설 가운데 수요와 여건 등을 고려해 리모델링을 거쳐 반려동물 동반 입소가 가능한 시설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정 의원은 "반려동물에 대한 위협과 학대가 피해자를 통제하고 폭력 상황에 붙잡아두는 수단으로 이용되는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며 "피해자가 반려동물 때문에 가정폭력에 노출되는 환경에서 벗어나는 것을 망설이지 않도록 보호체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liminallin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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