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이날 조사는 폭발 지점에 대한 감식 등 사고 원인을 직접 규명하는 본 조사가 아니라 조사단이 안전하게 접근할 수 있는 기동로와 작전환경을 확인하는 사전 작업이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우리 군과 유엔사는 합동으로 DMZ 내 지뢰 추정 폭발 상황과 관련해 현장조사를 위한 기동로 확보 및 작전환경을 조사했다”고 밝혔다.
이날 DMZ에 들어간 인원은 권대원 합참차장 등을 포함한 ‘합참 합동 현장조사 태스크포스(TF)’와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 비서장 등 유엔사 관계자, 조사기관 관계자, 작전병력 등 20여명이다.
특히 지난 21일 사고 당시 수색로 개척 작전을 수행했던 장병 일부도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군은 이들을 통해 당시 이동 경로와 폭발 지점 등을 보다 정확하게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군은 앞서 사고 현장의 정확한 위치를 특정하기 위해 사고 당시 작전 참가 장병을 현장조사에 포함하는 방안을 준비해왔다.
이날 투입 인원들은 조사단이 이동할 기동로의 안전성을 평가하고 감시·통신 상태 등을 점검했다. 추가 지뢰가 있을 가능성을 고려해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조사에 앞서 조사 인력이 안전하게 현장에 접근하고 유사시 후송할 수 있는 여건을 우선 확인한 것이다.
이번 사고는 지난 21일 오전 육군 25사단 장병들이 북한군의 군사분계선(MDL) 이남 지뢰 매설 의심지역에 대한 유엔사 현장조사를 지원하기 위해 새로운 수색로를 개척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당시 간부 15명과 병사 3명 등 18명이 작전에 투입됐다.
합참이 지난 23일 사고 당시 작전에 참가했던 장병들의 초기 진술을 토대로 설명한 데 따르면, 사고 당일 오전 10시50분께 수색로 개척작전 선두에 있던 공병 중사가 1차 폭발로 다쳤고, 이후 수색대대장인 중령이 안전조치를 위해 접근하는 과정에서 2차 폭발이 발생한 것으로 진술됐다. 다만 합참은 이 같은 진술을 포함한 정확한 사고 경위는 현장조사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합참은 사고 지점에 대해서는 북한군이 지뢰를 매설한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에서 수십m 떨어진 곳이라고 설명했다.
2019년 6월 26일 당시 강원도 고성군 DMZ 평화의 길 코스 일원에 2003년 전신주 작업 중 지뢰 폭발로 파괴된 굴삭기의 흔적이 여전히 남아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뉴스1)
국민의힘 등 야권은 군이 사고 발생 직후 현장조사에 착수하지 않은 것을 문제 삼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25일 신속한 조사가 필요하다며 조사 지연과 은폐 가능성을 제기했고, 국민의힘 의원들도 사고 당시 위험성 평가와 작전 승인·보고 체계 등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도 26일 국방부 앞에서 유엔사가 사고 직후 신속한 현장조사를 요청했지만 우리 군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한 의원은 유엔사 군정위가 지난 22일 25사단을 찾아 바디캠 영상과 부상자 인터뷰, 현장 출입 등을 요청했다며 누가 이를 거부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는 한 의원 측 주장으로, 군은 앞서 유엔사의 조사 요구를 우리 측이 거부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한 바 있다.
군은 이번 사고 장소가 2015년 북한 목함지뢰 도발 당시와는 여건이 다르다는 입장이다. 당시 사고 지역은 우리 장병들이 수시로 이동하던 곳이었지만 이번에는 지뢰탐지기를 이용해 처음으로 수색로를 개척하던 MDL 인접 지역이어서 추가 폭발 위험이 크다는 설명이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야권이 장병 안전 문제를 정치 공방으로 끌어들이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신현영 민주당 대변인은 25일 군이 이미 사고 조사에 착수했으며 현장에 추가 지뢰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충분한 위험 평가와 안전대책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군 장성 출신인 김병주 의원도 현장 감식을 위해서는 먼저 안전한 이동로를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도 조사 지연이나 은폐 의혹을 부인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멕시코 국빈방문을 수행 중인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4일 현지에서 “조사는 객관적이고 신속하고 철저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추호라도 흑막이 있다거나 감추는 게 있거나 은폐하는 것은 전혀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폭발물이 북한군이 최근 매설한 지뢰인지, 과거 매설된 지뢰 또는 유실 지뢰인지 등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한다는 입장이다.
군은 폭발 원인을 확인하기 위한 별도의 감정도 진행 중이다. 합참은 지난 22일 부상 장병이 착용했던 장구류와 화약 흔적을 채취한 거즈, 수술 과정에서 제거된 파편 등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정밀감정을 의뢰했다. 군은 국과수 감정과 군·유엔사의 합동 현장조사 결과 등을 종합해 북한군 개입 여부를 판단한다는 계획이다.
합참은 이날 “장병들의 안전이 확보된 가운데 유엔사와 철저한 합동 현장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준비하고 있었다”며 “사고 원인 등을 철저하게 조사해 국민 여러분께 투명하게 설명드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단, 구체적인 본 조사 일정은 공개하지 않았다. 합참은 현장조사 일정과 작전계획은 노출될 경우 조사단과 작전 장병의 안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보안사항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