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성과 대신 ‘개혁’ 꺼낸 李…“댓글·좋아요도 실천”

정치

이데일리,

2026년 September 27일, PM 10:11

[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순방을 마치고 돌아와 가장 먼저 꺼낸 말은 외교 성과가 아니라 ‘개혁’이었다. 대통령 한 사람의 힘만으로는 기득권의 벽을 넘을 수 없다며 지지층에 직접 행동해 달라고 호소했다. 댓글과 메시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물론 기사에 ‘좋아요’를 누르는 일까지 개혁을 뒷받침하는 실천으로 꼽았다.

다만 무조건적인 엄호를 요청한 것은 아니었다. 유튜버를 맹종하지 말고 스스로 사실을 따지되, 거짓과 음해에도 폭언으로 맞서지 말라는 주문을 함께 내놨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품격 있게, 그러나 가만히 있지는 말라’는 메시지다.

이 대통령은 27일 귀국 직후 SNS에 ‘참여와 작은 실천이 개혁세상을 만듭니다’라는 제목의 장문을 올렸다. 그는 “언론이 보도하지 않는다고, 믿었던 유튜브 채널이 알려주지 않는다고 섭섭해하지 말자”며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일은 우리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정권 교체가 곧 개혁의 완성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도 했다. 이 대통령은 “반국민적 대통령을 탄핵하고 새 대통령을 뽑았다고 새 세상을 만드는 개혁이 저절로 되지는 않는다”며 “탄핵은 퇴행과 몰락을 막았을 뿐이고 새 대통령 선출은 개혁의 끝이 아니라 겨우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새 대통령을 뽑는 데서 국민의 역할이 끝난 것이 아니라 이제부터 개혁의 동력이 돼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개혁도 동력이 있어야 하고 동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며 개혁 의지가 사익 추구에 악용되지 않고 그 성과가 제대로 알려져야 지속적인 개혁이 가능하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그 동력을 거창한 정치 행동에서만 찾지 않았다. “목숨 걸고 계엄군의 총과 장갑차에 맞서는 일”과 함께 일상 속 댓글과 메시지, 전화, SNS 글도 중요한 실천으로 나란히 제시했다. 언론이 외면하거나 유튜버가 조작하는 사실을 직접 알리고, 다른 사람의 글이나 기사 댓글에 ‘좋아요’ 한 번을 누르는 것도 세상을 바꾸는 행동이라고 했다.
“침묵하는 다수보다 행동하는 실천가가 돼 달라”는 요청이다. 조직돼 움직이는 소수가 침묵하고 흩어진 다수를 지배하지 못하도록 시민 각자가 여론 형성에 나서야 한다는 논리다.
대통령이 직접 온라인 행동을 독려한 만큼 야권에서는 ‘지지층 여론전 지침’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이를 의식한 듯 참여의 방식에는 여러 차례 경계선을 그었다.
그는 “주어지는 정보에 눈감고 귀 막은 채 맹종하지 않도록 끊임없이 돌아봐야 한다”며 “나의 선의가 누군가의 돈벌이에 이용되지 않도록 스스로 정보를 취득하고 비판적으로 사고해야 한다”고 했다. 친여 성향 유튜브와 강성 지지층을 향해 대통령을 지킨다는 명분만으로 사실 확인과 비판적 판단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 셈이다.
폭언과 조롱에도 선을 그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이 갚아주는 게 시원할지 모르나 설득력도 없고 ‘똑같은 사람’이라는 말만 듣는다”며 “그들이 저질스럽게 나오더라도 우리는 고고하게 가자”고 주문했다. 일부러 진흙탕 싸움을 유도하는 세력이 있는 만큼 상대의 방식에 말려들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개혁의 깃발은 높이 들되, 지지층의 언어는 낮고 단단하게 다듬겠다는 메시지다. 최근 강성 지지층을 향해 혐오와 비아냥을 버려 달라고 요구한 데 이어, 이번에는 대통령을 지지하는 방식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을 “대한민국 대표 일꾼”, 지지자들을 “빛의 전사들”이라고 불렀다. 그러면서 “맡겨진 권한을 최대한 활용해 그 꿈을 현실로 만드는 데 신명을 바치겠다”고 약속했다.
글의 끝에서는 다시 도움을 청했다. “다만 한 가지 부탁이 있다. 저 혼자로는 역부족이다.”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대통령의 첫 메시지는 결국 ‘함께 싸워 달라’는 요청이었다. 하지만 맹목적으로 대통령을 감싸거나 더 거친 말로 상대를 공격해 달라는 요청은 아니었다. 스스로 사실을 찾고, 품격을 지키면서도 침묵하지 말라는 것. 이 대통령이 그린 개혁의 주체는 ‘목소리 큰 팬덤’보다 ‘행동하는 시민’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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