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사고 조사 지연 아닌 '준비'였다…설명 못해 불신 키운 軍 [이슈포커스]

정치

이데일리,

2026년 September 28일, PM 05:26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지난 21일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발생한 지뢰 추정 폭발 사고와 관련해 장성급 책임 있는 당국자가 사건 발생 7일 만인 28일 공식 브리핑에 나섰다. 현장조사 착수 시점을 둘러싼 정치권의 ‘늑장 조사’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실제 조사 준비 과정과 이를 설명하는 군의 대응 사이에 상당한 간극이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장을 관할하는 육군 1군단의 지휘 공백도 이 같은 소통 혼선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황주봉 합동참모본부 작전1처장(준장)은 이날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사고 당시 장병들의 진술과 관련해 “형상은 목함지뢰와 유사하고 재질은 플라스틱으로 보였다는 취지의 진술이 있었다”고 밝혔다. 현장에 있던 장병들이 사고 지점 주변에서 ‘목함지뢰와 닮은 지뢰’를 봤다는 의미다. 일부 장병은 폭발하지 않은 지뢰가 추가로 남아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강신철 국방부 장관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접견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최근 매설한 지뢰로 최종 확인될 경우 대응 방안에 대해 “합당하고 거기에 상응하는 대응과 조치가 필요하고 그렇게 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은 사고 당시 장병들이 착용했던 증거품에서 화약흔 등을 식별해 폭발이 지뢰에 의해 발생했고, 북한군 지뢰로 추정된다는 1차 소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군과 유엔군사령부가 서부전선에서 발생한 지뢰 추정 폭발 사고 현장조사를 위해 지난 26일 비무장지대(DMZ) 내에서 기동로 확보 및 작전환경 조사 활동을 하는 모습이다. (사진=합참 제공 영상 캡처)
군과 유엔군사령부가 서부전선에서 발생한 지뢰 추정 폭발 사고 현장조사를 위해 지난 26일 비무장지대(DMZ) 내에서 기동로 확보 및 작전환경 조사 활동을 하는 모습이다. (사진=합참 제공 영상 캡처)
이번 사고는 애초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의 현장조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서부전선 군사분계선(MDL) 일대에서 북한군의 지뢰 매설 정황과 지형 변화가 식별되고 국회에서도 관련 지적이 이어지자 군과 유엔사는 현장 확인을 추진했다. 21일 25사단 병력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수색로를 개척하다 사고를 당한 것이다.

사고 다음 날인 22일 유엔사 관계자들이 25사단을 찾은 것도 당초 계획된 지형 변화 관련 현장조사를 협의하기 위한 일정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야권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유엔사가 사고 직후 신속한 현장조사를 요구했지만 우리 군이 미뤘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그러나 군과 유엔사는 22일 협의 이후 안전대책을 마련해 26일 사전조사에 나섰고, 당초 29일께로 검토했던 본조사도 사전조사 결과에 따라 27일로 앞당겨 실시했다는 게 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실제 27일 조사는 오전 9시부터 일몰 때까지 이어졌지만 폭발 원점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기존 수색로가 없는 미확인 지뢰지대를 지뢰탐지기로 확인하며 통로를 새로 만들어야 했고, 방호장구와 탐지장비를 착용한 장병들의 피로도도 상당했기 때문이다. 첫날 조사에서 원점 접근에 실패할 정도로 위험성과 난도가 높은 작전이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현장조사 준비에 일정 시간이 필요했다는 군의 설명 자체는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제는 이 같은 작전 여건과 조사 준비 과정을 군이 초기에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사고 이후 작전 목적과 폭발 횟수, 사고 위치, 유엔사와의 협의 경위 등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지만 군은 상당 부분 “조사 중”이라는 입장만 반복했다. 사고 원인을 섣불리 단정하지 않겠다는 취지였지만, 이미 확인된 사실과 조사해야 할 내용을 구분해 설명하지 못하면서 정보 공백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그 사이 안전 확보를 위한 준비 기간은 ‘조사 지연’으로, 26일 사전조사 뒤 27일 본조사에 착수한 과정은 ‘여론을 의식한 일정 변경’으로 해석되는 등 정치권 공방으로 번졌다. 군이 정상적인 조사 준비 과정임을 선제적으로 설명하지 못한 탓에 불필요한 의혹을 자초했다는 것이다.

군 안팎에서는 이 과정에서 1군단장 공석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거론한다. 현재 1군단은 지난 8월 군단장이 직무에서 배제된 이후 직무대리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직무대리도 작전지휘 권한을 행사하지만, 상급부대와 의견이 엇갈릴 때 현장 판단을 적극적으로 관철하거나 민감한 정보의 공개 범위를 놓고 책임 있는 결심을 내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2015년 북한 목함지뢰 도발 당시 대응이 비교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당시 1군단장이었던 김용우 중장은 예하부대에서 올라온 현장 정보와 판단을 육군본부와 합참에 적극 전달하고 대국민 설명에 필요한 자료를 제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작전보안과 정보 공개를 둘러싼 부담이 있더라도 현장을 책임지는 지휘관이 상부를 설득하고 공개 범위를 판단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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