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다룬 영화 ‘암살자(들)’를 둘러싼 논란이 정치권으로 확산했다. (사진=연합뉴스)
그는 영화에 대해 “박정희 당시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육여사 암살을 사주했을 수도 있다는 암시와 뉘앙스를 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세월이 흘러 대부분의 기억이 흐려졌다고 해도 역사적 사실을 이렇게 교묘하게 왜곡해 그 당시를 모르는 관객들을 가스라이팅해도 되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서울 중구 장충동 국립중앙극장에서 일어난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삼았다. 이 사건에 대해 당시 특별수사본부는 북한과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의 지령을 받은 문세광이 광복절 연설 중이던 박정희 전 대통령을 저격했지만 미수에 그쳤고, 대신 박 전 대통령 옆에 앉아 있던 육영수 여사가 총탄에 맞아 숨졌다고 결론 내렸다. 그해 12월 20일 서울구치소에서 문세광의 사형이 집행됐다.
그간 육 여사가 문세광이 아닌 경호원 총탄에 맞았을 가능성을 제기하는 주장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2005년 1월 육 여사가 사망한 ‘8·15 박정희 전 대통령 저격 사건’에 관한 외교문서가 31년 만에 공개되고, 다음 달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이 사건을 집중 조명하면서 대중의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다. ‘암살자(들)’에선 범행의 진실을 파고드는 기자와 형사를 중앙정보부가 방해하는 장면을 통해 이러한 의혹을 다뤘다.
논란은 영화가 당시 박정희 대통령 측이나 중앙정보부가 사건에 개입했을 가능성을 제기하는 내용에서 시작됐다. 27일에는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이 영화가 사건의 배후를 박정희 전 대통령인 것처럼 왜곡했다고 비판하면서 정치권으로 확산했다. 28일에는 유영하·이진숙 국민의힘 의원도 잇따라 역사왜곡 문제를 제기했다.
영화 '암살자(들)' 스틸컷. (사진=하이브미디어코프)
이에 대해 김 전 최고위원은 “‘당신 어머니는 사실은 아버지가 암살했어’라고 암시하는 영화를 지켜보는 유가족들의 고통은 상관없다는 것이냐. 박근혜는 싫어하는 사람 많으니까 이런 영화도 괜찮은가”라고 따져 물었다.
영화와 다큐멘터리 등이 이념 대립의 도구로 소비된 것은 처음이 아니다. ‘국제시장’은 산업화 세대를 미화했다는 평가가 나왔고, ‘서울의봄’이 개봉하자 “군부 독재 이미지를 덮어씌웠다”, “12·12 하나회를 척결한 것도 국민의힘의 뿌리인 문민정부”라는 보수 진영의 지적이 제기됐다. ‘건국전쟁’과 ‘건국전쟁2’는 진보 진영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을 미화하고 제주 4·3 사건을 폄하했다는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치권에선 역사 사건에 대한 건강한 토론은 권장돼야 하지만, 이를 과도하게 진영 논리로 소비하고 제작자에 대한 ‘처벌’까지 언급하는 극단주의는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는 “문제는 한국 정치가 예술 창작물 등을 진영 싸움에 활용한다는 점”이라며 “문화예술, 스포츠 업계 전반을 다소 극단적인 사고를 가진 정치인들이 도구로 활용하는 구조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