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정병국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8일 서울 종로구 이화동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윤석열 탄핵 이후 보수 전반의 상황은 박근혜 탄핵 때보다 더 나빠졌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의 호위무사들만 금배지를 달았다. 보수는 대안세력으로서의 신뢰를 전혀 주지 못하고 있다. 현 구조대로 차기 총선을 치르면 참패를 면하기 어렵다. 여의도의 낡은 정치문법을 깨고 시대정신에 맞는 보수의 아젠다 리셋이 절실하다.”
정병국 전 장관은 지난 18일 이데일리와의 특별 인터뷰에서 보수 재건과 부활을 위해선 제로베이스에서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근혜·윤석열 두 보수 대통령의 탄핵 이후 근본적인 쇄신과 반성은커녕 금배지 눈치보기가 지나치다는 것이다. 과거 개혁보수 의원들의 상징인 남원정이 주도했던 새정치수요모임 대표로서 정치후배들을 향한 준엄한 경고다.
정 전 장관은 특히 “긴 호흡으로 정치를 해야 한다”며 “눈앞의 다음 선거와 공천에 영혼을 팔지 말고 ‘내가 왜 정치를 시작했는가’를 끊임없이 자문해야 한다. 서울 도봉갑의 김재섭 의원처럼 험지에서 낙선하더라도 꼼수 부리지 않고 원칙을 지키며 지역 주민과 긴 호흡으로 소통했을 때 승리하는 법”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장동혁·한동훈·오세훈·이준석’ 4자 연대라는 정치공학적 결합으로는 바꿀 수 없다. 기후위기, 환경, 저출생, 국가의 지속가능성 등을 보수의 미래 가치로 끌어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인터뷰는 서울 종로구 한 개인 사무실에서 90분간 이뤄졌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정병국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8일 서울 종로구 이화동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바른정당을 창당하고 당대표를 지낸 뒤 ‘나는 반성한다 - 다시 쓰는 개혁보수’라는 책을 썼다. 보수가 왜 무너졌는지 깊은 자괴감 속에서 썼는데, 지금 와서 보니 현 상황은 그때보다 더 나빠졌다. 반성은 안중에도 없이 오로지 권력자 눈치만 보고 공천을 받아 당선되는 데만 매몰돼 있다. 과거 3김(김영삼·김대중·김종필) 시대에도 보스와 계파가 있었을지언정 나름의 룰과 원칙, 넘지 말아야 할 선은 있었다.”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현 여야 상황은 가치 자체가 없는 패거리 정치다. 대통령이 당선되는 순간, 그 정당은 ‘호위무사 정당’으로 전락한다. 제왕적 대통령 권력이 춤을 추고, 헌법 위에 군림하는 행태까지 나오는 거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만 해도 그렇다. 계엄은 헌법상 권한이지만 법적 요건을 넘어 자의적으로 선포했다. 가장 결정적인 악영향을 미친 게 바로 AI시대 알고리즘이 만든 ‘에코 체임버(Echo chamber)’ 현상이다. 윤 전 대통령의 계엄은 편향된 알고리즘을 교묘히 악용해 정치를 망치는 유튜버들의 에코 체임버에 완벽히 갇혔기 때문이다.”
-현 정부의 실정에도 보수 반사이익이 전혀 없다.
“대안세력으로서의 신뢰를 전혀 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 구조대로 차기 총선을 치르면 민주당도 어렵겠지만 국민의힘 역시 참패를 면치 못할 것이다. 보수 부활은 성명서 발표나 장외투쟁이 아니라 밑바닥부터 시스템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의원 대다수가 공천권 눈치만 보느라 근본적인 쇄신에는 관심이 없다.”
-보수는 2번의 탄핵을 겪었는데.
“두 번의 탄핵 국면을 거치며 대통령의 호위무사 세력과 문제의식을 제기하던 개혁세력이 대립하다 분열했다. 탄핵사태의 반성적 극복이 안된 이유는 권력자의 호위무사 역할을 했던 사람들만 계속 금배지를 달았기 때문이다. 합리적인 목소리를 내던 사람들은 견디지 못하고 나갔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정병국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8일 서울 종로구 이화동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당 시스템의 블록체인화가 필요하다. 여야 모두 수백만 당원을 자랑하지만 대다수는 입당원서만 낸 ‘종이 당원’이다. 지역위원장이 바뀌면 당원명부 인수인계조차 어렵다. 당론 역시 당원총의가 아니라 지도부가 밀실에서 좌우한다. 이를 블록체인 시스템으로 전환하면 당원들의 정책 제안, 봉사활동, 회의 참석 등 모든 활동을 위·변조 없이 투명하게 기록할 수 있다. 공천 심사에 이를 투명하게 반명하면 계파 보스나 당대표가 자의적으로 휘두르는 공천 학살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다. 당 지도부가 이를 도입하지 않는 이유는 명백하다. 본인들의 기득권과 공천 특권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총선 승리를 위한 ‘장동혁·한동훈·오세훈·이준석’ 4자 대통합론이 나오는데.
“정치공학적 결합으로는 보수 생태계를 절대 바꿀 수 없다. 그 인물들이 낡은 여의도 문법을 깨고 패러다임을 바꿀 만한 철학이나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지금 보수가 고민해야 할 것은 단순한 인물 조합이 아니라 ‘시대정신에 맞는 보수의 아젠다 리셋’이다. AI와 디지털 전환 시대에 보수의 가치가 무엇인지 다시 정의해야 한다. 과거처럼 ‘성장’만 외칠 게 아니라 기후위기, 환경, 저출생, 국가의 지속가능성 등 미래 의제를 보수의 핵심 가치로 끌어안아야 한다. 철학적 재정립 없이 모여봐야 또다시 권력투쟁으로 분열할 뿐이다.”
-한국 정치의 진전을 위한 제안은.
“현실 정치를 떠난 여야 전직 의원 예닐곱 명과 정기 모임을 갖고 있다. ‘기형적인 정치 현실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하는데 결론은 하나다. ‘특정 지역에서 공천만 받으면 무조건 당선되는 영호남 기득권 구조를 깨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타파하려면 중대선거구제 도입과 다당제 개편, 제왕적 대통령제를 넘어선 권력구조 개편으로 가야 한다.”
◇정병국 전 장관은 누구?
△1958년 경기 양평 △서라벌고·성균관대 졸 △대통령비서실 부속실장 △새정치수요모임 대표 △한나라당 사무총장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15~20대 국회의원 △바른정당 대표 △국민의힘 인재영입위원장 △한국문화예술위원장 △현 환경조경발전재단 이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