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투자용 기금서 명절 할인비를?…李 한마디에 ‘쌈짓돈' 논란 증폭

정치

이데일리,

2026년 September 29일, PM 05:06

[이데일리 황병서 김상윤 기자] 미래대응기금이 정부의 ‘쌈짓돈’이 될 수 있다는 야권의 공세에 이재명 대통령이 기름을 부었다. 내년 설·추석 농축산물 할인 지원을 1조원 가까이 늘리자며 재원으로 미래대응기금을 거론하면서다. 세수 변동에 대비하고 미래 분야에 투자하겠다며 만드는 기금을 당장의 명절 할인에도 쓸 수 있느냐는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명절 물가 부담을 낮추기 위한 농축산물 할인 지원 확대를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올해 원래는 추석에 1000억원, 설에 1000억원 수준이었던 거 같은데 추석엔 1900억원으로 늘렸지 않느냐”면서 “내년에는 이것을 대폭 더 늘려서 설과 추석까지 해서 대폭 늘려 한 1조원 정도 가까이 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 국회에서 좀 도움을 받든지 해서”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내년도 본예산 정부안에 1600억원이 반영됐다고 설명하자 “미래 대응기금으로 해도 되죠. 이건 양극화 완화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하여튼 뭐 방법은 얼마든지”라고 덧붙였다. 정부안에 반영된 규모보다 지원을 크게 늘리자는 주문과 함께 기금을 재원 확보 방안 중 하나로 제시한 것이다.

미래대응기금은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과 함께 도입을 추진하는 새로운 재정 운용 장치다. 반도체 경기 호황 등으로 특정 연도에 세수가 크게 늘어났다고 해서 이를 모두 그해 일반 사업에 쓰지 않고, 일부를 별도 기금에 담아 경기 변동에 대비하겠다는 취지다. 동시에 청년과 성장동력, 지방, 교육·인재 등 잠재성장률을 높일 분야에 투자한다. 정부는 내년도 국세수입 중 장기 추세를 웃도는 추가세수 162조3000억원을 활용하고, 이 가운데 45조4000억원을 4대 분야에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162조원 전체가 정부가 자유롭게 꺼내 쓸 수 있는 사업비라는 뜻은 아니다.

이를 고려하면 명절 농축산물 할인은 당초 기금의 투자 목적과 거리가 있다. 농축산물 할인 지원은 명절을 앞두고 소비자들의 물가 부담을 낮추기 위한 대표적인 단기 민생사업으로, 미래 산업 육성이나 인재 양성 등 기금이 내세운 중장기 투자 목적과는 성격이 다르다. 대통령이 이를 양극화 완화와 연결해 설명했지만, 기금의 구체적인 운용 범위에 포함될 수 있는지를 두고서는 논란이 예상된다. 총괄계정에서 일반회계 등으로 돈을 넘기는 방안도 법률안에는 열려 있지만, 이 경우에는 할인 지원 확대가 법률안에 규정된 ‘재정 운용의 안정성 확보’를 위한 전출에 해당하는지 따져봐야 한다.

야권은 그간 미래대응기금을 두고 ‘쌈짓돈’ 성격을 문제 삼아왔는데, 이날 이 대통령의 발언은 논란을 키울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대응기금은 일반회계 예산보다 운용이 탄력적이고, 다른 사업성 기금과 비교해도 정부 재량이 넓어서다. 일반 사업성 기금의 주요 항목 변경 한도인 20%보다 높은 30%가 적용되는 데다, 청년·AI·지방 등에 얼마씩 배분해야 하는지를 정한 법정 의무 비율도 없어서다.

특히 초과 세수 등을 재원으로 하는 미래대응기금을 정부가 어떤 사업에 얼마나 쓸지를 두고 국회의 통제 범위와 정부의 재량권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질 수 있다. 미래 투자와 재정 안정을 위해 만든 기금을 민생 지원 등 다른 사업에도 활용할 경우, 당초 기금의 취지에 맞는지를 두고 논쟁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 나서 “미래 대응이 아니라 국회 통제를 피해서 언제든지 꺼내 쓰려는 쌈짓돈으로 변질할 우려가 매우 크다”며 “정말 필요한 미래 투자라면 본 예산에 당당히 편성해서 심사받으면 된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이종욱 의원도 “이재명 정부가 재정 지출을 최대한 늘리고 자의적으로 재정을 운영하기 위한 정치 기금이자 재정 꼼수”라며 “국가 재정을 배우자 몰래 생긴 비자금 관리하듯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반면 청와대는 그간 미래대응기금은 정부가 필요할 때 마음대로 꺼내 쓰는 돈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혀 왔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달 기자들과 만나 “국회 허락 없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게 아니다”, “국회의 심의와 통제를 분명히 받는다”고 설명한 바 있다. 또 미래대응기금의 주요 목적 가운데 하나로 재정 안정화 기능을 꼽으면서, 일반회계 결손이 발생할 경우 이를 보전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기금의 사용 목적을 명확히 규정하겠다는 취지로 설명해왔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래 산업에 투자하겠다며 만든 기금을 명절 할인 같은 단기 사업에도 쓴다면 당초 취지가 무엇인지 의문이 생긴다”며 “활용 방안도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세수와 금리 여건을 고려하면 국채를 줄여 재정 부담을 낮추는 선택도 가능한데, 기금 운용을 확대하는 방향을 두고 논란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미래 투자용 기금서 명절 할인비를?…李 한마디에 ‘쌈짓돈' 논란 증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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