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6.9.29 © 뉴스1 허경 기자
이재명 대통령의 남북관계 관리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사고와 북한군 포로 송환 문제가 겹치며 야권의 안보 공세가 한껏 기세를 올리는 형국이다.
취임 이후 한반도 평화공존 구상에 관한 확고하고 일관된 의지를 밝혀왔지만 최근 남북관계 잇단 악재에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북미 대화 가능성이 열려있는 상황에서 안보 우려를 잠재우면서도 대북 메시지의 톤을 조절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사실관계 조사 이후 북한의 태도 여하에 따라 우리 정부의 대응 수위도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우리 군과 유엔사의 DMZ 폭발 사고 관련 조사 상황을 수 차례 보고받으며 향후 대응책을 신중히 고민 중이다.
DMZ 지뢰 사고는 지난 21일 발생했다. 육군 25사단이 관할하는 서부전선 군사분계선(MDL) 이남 지점에서 새로운 개척로 수색 작전 중이던 군 간부 3명이 지뢰 폭발로 중경상을 입었다.
합동참모본부와 유엔사는 공동 조사단을 꾸리고 사고 원인 규명 등에 착수했지만, 야권을 중심으로 늑장조사 의혹 및 북한 눈치보기에 대한 파상 공세가 시작됐다.
청와대는 유엔사와 공동 조사를 진행 중으로 "흑막이 있거나 감추거나 은폐하는 건 전혀 있을 수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고, 이 대통령도 전날(29일) "군 당국은 유엔사와의 긴밀한 협조를 바탕으로 신속하고 철저한 조사를 통해 사건의 진상을 투명하게 밝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의혹에 선을 긋고 있다.
지뢰 사고에 북한군 포로 송환 문제까지 더해지면서 안보 이슈는 정국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비공개 합의를 깨고 유엔총회에서 북한군 포로 2명 송환 사실을 공개하면서 야당의 공세는 더욱 기세를 더해가고 있다.
29일 경기 파주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북한군 초소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2026.9.29 © 뉴스1 오대일 기자
청와대와 정부는 이 대통령이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한반도 평화·공존 3대 구상을 새롭게 제시한 직후 터진 이걑은 돌발 악재들에 내심 당혹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대화를 추진 중인데, 남북 간 긴장·대립 구도가 심화하면 한반도 문제에서 '코리아 패싱'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이같은 복잡한 상황 탓에 정부는 사안의 본질 규명에 우선 집중하며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 대통령도 북한의 의도를 단정한 직접 비판을 삼가며 정치권의 자중을 촉구했다. 전날 국무회의에서도 지뢰 사고의 주체를 명시하지 않은 채 명확한 선(先)조사, 후(後)조치에 방점을 찍었다.
이 대통령은 "안보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며 "이번 사안과 관련해 근거 없는 음모론을 부추기면서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북한 측의 지뢰 매설이 거의 확실시되는 상황이지만, 매설 시점은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한껏 고조됐던 전임 정부 때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정부와 청와대는 원인 규명에 집중하며 차분한 대응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북한의 매설 시점이 언제인지, 방어적 성격인지 의도적 도발인지 여부가 불확실한데 심증만으로 얘기하는 것은 국익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라며 "지금은 드라이하게 상황을 관리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또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이 매설한 것으로 보이지만 그 시점을 봐야 한다. 윤석열 정부 때 무인기를 날리며 긴장이 고조되자 북한은 (오물)풍선을 날리면서 국경선 요새화를 진행했다. 그 일환으로 지뢰를 매설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북한도 우리의 반응을 살피며 차후 반응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남북관계 개선과 북한을 국제사회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그간 노력이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지만, 북한의 태도와 야권의 공세·여론 추이에 따라선 우리 정부도 일정 부분 강력한 맞대응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북한을 일부러 자극하진 않겠지만 사실관계에 따른 책임 있는 요구까지 무시하면 우리의 대응도 달라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했다.
eonki@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