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고로 중상을 입은 대대장은 먼저 지뢰를 밟은 부하 중사를 구하기 위해 수습에 나섰다 자신도 참변을 당했다. 그는 수술 후 본인이 가장 힘든 상황이었음에도 전우들의 안위를 먼저 걱정했다. 뿐만 아니라, 폭발 후유증인 이명 현상으로 귀가 들리지 않는 상황 속에서도 “현장 조사를 위해선 작전 요원의 안내가 필수적”이라며 다시 지뢰지대로 자원해 가겠다는 투철한 군인정신을 보여줬다. 군사분계선(MDL)을 지키기 위한 우리 군의 헌신과 강한 의지를 증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장병들의 영웅적 희생은 군 당국의 꽉 막힌 커뮤니케이션 탓에 불필요한 억측과 정쟁의 희생양이 됐다. 21일 오전 사고 발생 후, 합참은 언론의 첫 보도가 나온 뒤인 오후 1시 24분에야 “미상 폭발로 간부 3명 긴급 후송”이라는 짤막한 메시지를 냈다. 쏟아지는 질문에는 작전 보안을 방패 삼아 “조사 중”이라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북한이 최근 대대적인 지뢰 매설 작업을 벌여왔음에도, 군은 굳이 폭발 지점이 북한의 이른바 ‘지형변화’ 지역과 이격돼 있다는 모호한 용어를 동원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군 스스로 북한의 소행 가능성을 축소하려 한다는 불신을 낳았다.
현장 조사를 둘러싼 정치권의 맹공 역시 침묵이 키운 참사다. 사고 지점은 말 그대로 ‘지뢰밭’이다. 미확인 지뢰지대로, 2차 사고를 막기 위한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수다. 안전 확보를 우선한 우리 군의 논리에 유엔사도 동의해 26일 사전조사, 27~29일 본조사가 정상적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군이 입을 닫은 사이 “유엔사의 즉각적인 조사 제안을 군이 거절했다”는 정치적 프레임이 덧씌워졌다. 정상적인 준비 과정은 ‘조사 지연’으로 둔갑했다.
지휘 체계도 돌아볼 대목이다. 1군단은 지난 8월 군단장 직무배제 이후 직무대리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직무대리도 작전지휘 권한을 갖는다. 다만 이런 민감한 상황에서 권한이 제한적인 직무대리가 보안 유출의 짐을 짊어지고 상부에 선제적인 대국민 설명을 요구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또 국민에게 무엇을 어디까지 설명할지 합참과 국방부의 누가 책임 있게 판단했는지 따져봐야 한다. 군이 장병들의 희생과 사건의 실체를 국민에게 설명하는 것 역시 지휘의 중요 부분이다.
현대 군사 작전에서 대국민 커뮤니케이션은 총구 앞의 전투만큼이나 중요하다. 처음부터 모든 것을 단정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확인된 사실까지 설명하지 않을 이유도 없다. 국민이 군에 요구하는 것은 성급한 결론이 아니다. 책임있는 당국자가 나서 확인된 것은 확인됐다고 말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설명하는 것이다. 일선 장병들은 목숨을 걸고 DMZ를 누비며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지휘부의 경직된 위기관리와 소통 부재가 이들의 숭고한 희생을 깎아내리는 빌미가 돼선 안 된다.
양진혁 합참 작전부장(육군 소장)이 지난 28일 저녁 서울 용산구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DMZ 지뢰 폭발 사고 지점 관련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