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책임 묻는 軍, 대화 문 열어둔 李…‘로키’에 담긴 계산

정치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01일, PM 06:36

[이데일리 황병서 김상윤 기자]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사고를 놓고 북한군 지뢰로 최종 확인될 경우 ‘합당하고 상응한 조치’를 예고한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1일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대북 비판 대신 대화 복원을 촉구했다. 부상 장병들을 위로하면서도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을 낮추겠다는 기존 기조를 재확인한 것이다. 북한의 고의적 도발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과 북미 접촉 가능성을 함께 고려한 긴장 관리라는 해석이 가능하지만, 군이 예고한 대응 조치와 대화 기조를 어떻게 조율할지는 과제로 남았다.

◇부상 장병 위로한 李…北 책임 언급 없이 대화 촉구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제78주년 국군의 날 기념행사에서 거수경례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제78주년 국군의 날 기념행사에서 거수경례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제78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DMZ 지뢰 폭발 사고로 부상을 입은 장병과 가족들을 위로했다. 이 대통령은 “얼마 전 비무장지대에서 불의의 사고로 부상을 당하신 우리 장병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무겁다”며 부상 장병들의 빠른 쾌유와 가족들에게 위로를 전했다. 다만 사고 원인이나 북한의 책임을 직접 거론하거나 대응 조치를 밝히지는 않다.

대신 북한에 대화 복원을 촉구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을 낮추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일관되게 이어 나가겠다”며 “신뢰를 회복하고 단절된 대화를 복원하는 길에 북측도 이제는 함께하기를 기대하고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남북 관계의 매듭은 복잡하게 얽혀 있지만 앞으로도 인내심을 가지고 차근차근 얽힌 매듭을 풀어나갈 것”이라며 “가장 확실한 안보는 싸울 필요가 없는 상태, 즉 평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뢰 사고 이후에도 긴장 완화와 대화 복원이라는 대북정책의 방향을 유지하겠다는 메시지다.

이 대통령이 지뢰사고에 대응 수위를 높이지 않고 ‘로키’를 유지한 배경에는 북한의 고의적 도발 여부가 아직 추가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군은 북한군이 매설한 지뢰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발표했지만, 해당 지뢰가 이번 사고를 일으키기 위해 북한이 의도적으로 매설했는지까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다.

실제 강신철 국방부 장관도 지난달 29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우리가 들어오는 것을 알고 피해를 입히겠다는 차원의 고의성까지는 확인된 것은 아니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군 지뢰라는 판단과 별개로 고의적 도발 여부까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한 만큼, 이 대통령이 직접 대북 공세 수위를 높이기보다 향후 북한의 대응을 지켜보며 대화의 여지를 남겨둔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의 최근 대남 메시지 역시 정부가 대화 공간을 유지하는 배경으로 풀이된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은 전날 담화를 통해 우리 군의 DMZ 지뢰 폭발 사고 조사 결과를 비난했지만, 국가정보원은 김여정의 담화에 대해 “로키로 담화했다고 분석 중”이라고 국회에 보고했다. 정보위 여당 간사인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정원이 이번 담화의 발표 주체에도 주목했다고 전했다. 과거 유사한 사안에서 주로 군 당국이 직접 입장을 냈지만, 이번에는 김여정이 전면에 나선 점 등을 분석 근거로 제시했다는 것이다.

다만 군과 유엔사의 대응 수위가 낮지 않다는 점에서 향후 대북 메시지 관리가 변수로 꼽힌다. 군은 지난달 28일 DMZ 지뢰 폭발 사고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북한군이 매설한 지뢰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특히 최종 조사 결과 북한군이 매설한 지뢰로 판정될 경우 “이에 합당하고 상응한 조치를 시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유엔군사령부 역시 이후 현장조사를 통해 군사분계선(MDL) 이남에서 북한 대인지뢰를 발견하고 정전협정 위반으로 판단했다.

◇북미 접촉 가능성도 변수…‘페이스메이커’ 역할 확보 포석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제78주년 국군의 날 기념 오찬에서 축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제78주년 국군의 날 기념 오찬에서 축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도 이 대통령의 대북 메시지를 해석하는 또 다른 배경이다.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30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전후 북미 대화가 성사될 가능성을 50%로 평가했다. 북미 접촉 가능성이 거론되는 시점에 대북 공세 수위를 높이기보다 긴장을 관리하며 외교적 여지를 확보하려는 판단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북미 대화를 촉진하는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확보하려는 포석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북미가 직접 협상에 나설 경우 한국이 한반도 현안 논의에 참여할 공간을 넓히려면 미국과의 공조뿐 아니라 남북 간 소통의 여지도 필요하다. 이 대통령이 북한에 대화 복원을 거듭 촉구한 것도 이러한 외교적 역할을 염두에 둔 메시지로 볼 수 있다.

야당은 대응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허접한 음모론 프레임을 그만두고 대북 초저자세가 초래한 참극부터 반성해야 한다”며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대북 굴종 노선을 폐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대응 사례와의 비교도 나온다. 2015년 박근혜 정부는 DMZ 목함지뢰 폭발 사건이 북한군 소행으로 드러나자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다. 다만 이번 사고는 고의적 도발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만큼 당시와 동일한 성격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015년 목함지뢰 사건 당시에는 조사 결과 발표 직후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다”며 “군사적 긴장 완화도 중요하지만 군의 사기와 안보 신뢰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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