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정국 핵으로 떠오른 '영화 정치색·왜곡' 논란…과거 사례 보니

정치

뉴스1,

2026년 October 03일, AM 11:30

영화 '암살자(들)'이 1974년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의 배후를 다룬 내용을 놓고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달 28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한 일부 의원들은 영화가 사실을 왜곡하고 고인을 모독했다며 비판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한 영화관에 송출되는 영화 '암살자(들)' 홍보 영상. 2026.9.28 © 뉴스1 김진환 기자

1974년 8월 15일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다룬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역사 왜곡 논란이 이어지면서 영화의 정치색 및 역사 왜곡 문제가 다시 정치권의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암살자(들)이 고인과 유족의 명예를 훼손한다며 이를 창작의 자유로 정당화할 수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달 29일 "(암살자(들)) 불매운동을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이런 역사 왜곡을 용인한다면 결국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무너뜨릴 것"이라며 "청년의 힘이 대한민국의 좌파 진지를 청소하고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낼 것"이라고 했다.

김태규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 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자유발언을 통해 "북한이 저지른 범행을 마치 박정희 대통령의 음모인 것처럼 둔갑시킨 패륜 영화가 버젓이 극장에 걸려 있다"고 비난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29일 스레드에서 한 누리꾼이 암살자(들)의 배우 유해진에게 '북한에 가서 살라'는 취지의 글을 올리자 "북한상"이라는 댓글을 달았다. 이를 두고 인신공격이라는 비판이 쏟아지자 주 의원은 "북한을 편들었다는 의미로 '북한상'이라고 한 것이다. 표현의 자유"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암살자(들) 상영 중단 및 허진호 감독 등의 국정감사 출석까지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측은 국민의힘이 과도한 정치공세를 벌이고 있다고 맞섰다.

최민희 민주당 최고위원은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예정됐던 암살자(들)의 주연 배우인 이민호의 단독 토크 행사가 취소된 사실을 언급하며 "이게 무슨 세계적인 망신이냐"라고 말했다.

최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을 향해 "지금 K-문화예술로 국익이 뻗어나가려는 이때 찬물을 끼얹지 말라"며 "극우 보수 정치의 희생양으로 암살자(들)을 쓰지 말라"고 촉구했다.

이날 전용기 최고위원도 주 의원을 향해 "마음에 안 든다고 배우 얼굴까지 평가하는 일베짓 좀 그만하라"고 직격했다.

지난해에는 '건국전쟁' 공방…"역사도 '입틀막' 대상" vs "4·3 유족 상처 건드려"
지난 2024년 2월 18일 서울 시내의 한 영화관에 영화 '건국전쟁' 상영안내가 표시된 모습. 2024.2.18 © 뉴스1 이승배 기자

역대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권 주요 인사들은 보수와 진보 진영의 핵심 가치를 드러내는 영화를 공개적으로 관람해 왔다.

지난 2016년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영화 '인천상륙작전'을 관람했고,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은 1987년 6월 항쟁을 다룬 영화 '1987'을 관람했다.

이 과정에서 역사 왜곡 논란이 불거진 일부 영화를 둘러싼 여야 공방도 발생했다.

지난 2024년 2월에는 이승만 전 대통령의 업적을 부각한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이 개봉했다.

당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당직자들과 건국전쟁을 관람한 뒤 "(이승만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여기까지 오게 되는 데 굉장히 결정적이고 중요한 결정을 적시에 하신 분"이라고 치켜세웠다.

같은 해 3월 윤석열 대통령도 "최근 다큐멘터리 건국전쟁이 관객 116만 명을 돌파했다. 국민이 이승만 전 대통령을 비롯해 우리 현대사를 다시 보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후 지난해 9월 후속작인 '건국전쟁2'가 개봉하자 장 대표는 10월 추석 연휴에 이를 관람했다.

건국전쟁2가 제주 4·3 사건을 왜곡했다는 논란에 대해 장 대표는"언제부터인가 역사적 사실마저도 '입틀막(입을 틀어막는다)'의 대상이 돼 버렸다"며 "새로운 사실에 대해서는 객관적 근거와 사실로 반박하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아물어가는 제주 4·3 유족들의 상처를 다시 아프고 깊게 건드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영화에 대한 과도한 정치권 개입, 표현의 자유 관점서 바람직하지 않아"
구미시 소상공인연합회 등 지역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 1일 상모동 박정희 생가앞에서 영화 '암살자(들)' 규탄 집회를 갖고 있다. 2026.10.1 © 뉴스1 정우용 기자

되풀이되는 영화 관련 정치권 공방에 대해 전문가들은 표현의 자유 관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2일 뉴스1과 통화에서 "정치권에서 (영화에) 개입해 관객들이 선택할 수 있는 자유의사 등이 많이 훼손됐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를) 정치적으로 보는 것은 영화 창작 혹은 표현의 자유 관점에서 볼 때도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고 짚었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도 "(암살자(들)을) 역사 왜곡이라고 하면 표현의 자유나 예술의 자유는 완전히 말살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과도하게 (영화를) 이념 전쟁으로 끌고 가거나 배우들을 공격하는 것은 너무나 저급하고 사회적으로 미성숙한 것"이라며 "영화는 영화다. 그냥 창작일 뿐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영화일 뿐인데 온갖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납득이 안 간다"고 말했다.

gw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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