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北에 톤다운·우크라엔 초강경…'지뢰사고·포로송환' 온도차 대응

정치

뉴스1,

2026년 October 04일, AM 11:06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제78회 국군의 날 기념오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2026.10.1 © 뉴스1 이재명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북한군 포로 송환 공개' 논란과 비무장지대(DMZ) 북한 지뢰 폭발 사고와 관련해 엇갈린 대응을 하고 있어 주목된다.

우선 이 대통령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북한군 포로 한국 송환 사실을 공개한 것과 관련해 초강경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북한군 포로 송환에 관한 비공개 합의 사실을 인정하고 공개 사과하지 않을 경우 '추가 조치'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반면 'DMZ 지뢰 폭발 사고'엔 절제된 대응 기조가 읽힌다. 북한군이 매설한 지뢰일 가능성이 크다는 군 당국의 판단이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사건과 관련해 북한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청와대 역시 '철저한 조사 이후 엄중 조치'라는 원론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일각에선 두 사안을 둘러싼 상반된 대응을 두고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을 염두에 둔 전략적 행보가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우크라에 '공개 사과' 압박…대사 소환 등 추가 조치 검토
4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 2일 엑스(X·구 트위터)를 통해 우크라이나를 향해 "비공개 합의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하라고 했더니, 도리어 남북 간 군사 충돌 임박을 운운하며 한반도 전쟁 발발을 기도하는 우크라이나에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며 "사실인정과 공개사과를 계속 거부하면 추가조치를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정부를 향해 '북한 포로 송환 공개' 관련 비판 메시지를 낸 것은 지난달 24일에 이어 8일 만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발언의 배경으로 "대통령께서 과거에 메시지를 내셨는데 아직 이렇다 할 반응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다시 한 번 강조하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의 강경한 발언은 키릴로 부다노우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장의 발언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달 27일(현지 시간) 현지 매체 인터뷰에서 'DMZ 지뢰 폭발 사건'을 거론하며 "이 지역의 상황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으며, 특정 계기가 발생할 경우 통제할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함께 "외교적 오해였다"는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의 언급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기류가 감지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상 간 약속을 깨버린 이후 '오해였으니 다시 잘 지내자'는 식의 문제로 끝날 수 있느냐"며 "명확한 입장이나 유감 표명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 대통령이 언급한 '추가 조치'의 하나로 박기창 주우크라이나 대사를 국내로 불러들이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주재 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하는 것은 주재국의 정책이나 조치에 강한 항의의 뜻을 전달하기 위해 예외적으로 사용하는 외교적 조치다.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충남 계룡대 활주로에서 열린 제78회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열병 차량에 탑승해 사열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2026.10.1 © 뉴스1 이재명 기자

DMZ 사고엔 '절제'…北 책임론 직접 언급 자제
반면 DMZ 지뢰 폭발 사고에 대해선 절제된 대응 기조를 보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일 열린 제78주년 국군의날 기념사에서 "얼마 전 비무장지대에서 불의의 사고로 부상을 당하신 우리의 장병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북한군이 매설한 지뢰일 가능성이 크다는 군 당국의 판단에도 '불의의 사고'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북한의 책임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것이다. 대신 북한을 향해선 "단절된 대화를 복원하는 길에 함께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청와대도 '선 조사, 후 조치'라는 원론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최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군과 합동참모본부에서 사고의 분명한 원인을 규명하는 과정에 있다"며 "구체적인 사고 결과가 보고되면 필요한 조치를 엄중하게 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이 한국 정부를 향해 '자작 광대극'이라고 비판한 데 대해서도 대화 재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청와대는 지난 2일 "우리 정부와 대통령에 대한 비방적 언사는 상호 신뢰를 쌓아가는 데 도움이 안 된다"면서도 "이러한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대화와 소통을 재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북미 대화' 가능성 염두에 뒀나
이 같은 대응 기조의 차이를 두고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과 연관 지어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30일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전체회의에서 북미 대화 동향과 관련해 "(11월 예정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전후로 50% 정도 성사 가능성이 있다"며 "북한도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반응"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DMZ 지뢰 사고에 대한 절제된 대응은 향후 대화 국면을 고려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북미 대화가 성사될 경우 '평화체제 전환'을 위한 남북 대화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정부가 대북 관계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사고 관련한 메시지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 대통령과 청와대는 그간 북한과 신뢰를 쌓기 위해 북한의 각종 도발과 말폭탄에도 '전략적 인내'를 보여 왔다.

이 대통령은 국군의날 기념사에서도 "남과 북은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함께 이기는 길'을 찾아내고 신뢰를 쌓아가야 한다. 신뢰는 한 번의 말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말과 행동이 일치할 때 비로소 조금씩 조금씩 쌓여가는 것"이라며 "남북 관계의 매듭은 복잡하게 얽혀있지만, 앞으로도 인내심을 가지고 차근차근 얽힌 매듭을 풀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강경 대응 역시 국제 정세와 연결해 해석하는 시각이 있다. 북한이 러시아와 군사·외교적으로 밀착한 상황에서 향후 북미 대화가 본격화할 경우 러시아 역시 한반도 정세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

이로 인해 일각에선 북미 대화의 '페이스메이커'를 자처한 한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강경한 메시지를 내는 것도 러시아를 의식한 외교적 신호일 수 있다는 관측을 제기한다. 러시아에 정통한 송영길 민주당 의원을 최근 대통령 평화외교특보로 위촉한 것도 시선을 끄는 대목이라고 지적한다.

다만 이같은 해석에는 신중한 시각도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러시아의 역할론과 관련해 "북미 대화에 러시아의 동의가 필요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실제 그런 구상 여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ukge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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