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 2026.9.29 © 뉴스1 이광호 기자
조희대 대법원장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일반증인으로 출석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재차 출석 요구와 함께 사퇴까지 촉구하는 등 압박 수위를 끌어 올렸다.
여권 강성 지지층에서는 조 대법원장의 탄핵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민주당 지도부가 실제 탄핵소추에 나설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실제 탄핵을 강행할 경우 중도층을 비롯한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국감 일반증인 출석 불응'…민주 "사퇴하라" 공세 이어가
5일 정치권에 따르면 조 대법원장은 6일로 예정된 법사위의 대법원 국감 증인 출석요구에 불응 의견서를 지난 2일 법사위에 제출했다. 조 대법원장은 헌법상 독립 권한인 재제청 행사 관련 국회의 증언 요구는 삼권분립 취지와 사법권 독립에 반하고, 대통령과의 협의 내용 등을 공개하는 게 적절치 않다는 이유를 제시했다.
조 대법원장은 관례대로 국감에 기관장 자격으로 참석하지만 증인 선서와 증언에 응하지 않고 인사 이후 퇴장을 시도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의 불참 의사에 반발했다. 서영교 법사위원장은 전날(4일) 국회에서 브리핑을 통해 "국회가 사법부 현안에 대한 설명을 요구할 때마다 사법부 독립을 앞세워 출석을 거부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증언을 거부하는 것이 삼권분립 위반이며 법원 독립이 아니라 법 위에 군림이자 독단"이라고 비판했다.
이용우 민주당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을 통해 "6일 국감에 출석해 국민 앞에 소명하라. 그럴 생각이 없다면 지금 즉시 그 자리에서 물러나라"라며 "헌법상 의무는 저버리고 국회의 정당한 요구마저 거부하는 사람은 사법부의 수장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밝혔다.
조 대법원장을 향한 공세는 이날도 이어졌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잉크도 마르기 전에 못 나오겠다 하면 그게 대법원장인가, 서초동 정치권이지"라며 "자기가 무슨 가왕 조용필인가. 기관 증인으로 나오더라도 하루 종일 거기 앉아서 의원 질문에 답변해야 한다"고 했다.
박 의원은 조 대법원장이 국감 불출석 사유로 '대통령과의 협의내용을 공개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한 것에 대해 "언제부터 이재명 대통령한테 그렇게 충성하고 지켜줬냐"며 "검찰총장 윤석열이 대통령 후보로 추대되듯, 조 대법원장이 인지도를 높여서 그 짓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조 대법원장의 탄핵 요구도 나왔다. 이날도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YTN라디오 '장성철의 뉴스명당'에 출연해 "조 대법원장이 현재 취하고 있는 모습 자체가 헌법을 침해하고 있다"며 "탄핵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탄핵' 카드는 선 그어…내년 6월 퇴임 때까지 대치 이어질 듯
조 대법원장을 둘러싼 민주당의 공세는 지난 8월 조 대법원장이 이 대통령에게 대법관 후보자를 서면으로 임명 제청한 이후 이어졌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를 비롯해 당 지도부에서도 조 대법원장을 향한 비판과 사퇴 촉구 목소리가 높아졌다. 조 대법원장의 업무추진비와 관저 리모델링 예산 관련 의혹 등도 제기됐다.
그러나 당 지도부나 법사위 내부에선 탄핵에 대해 선을 긋는 모습이다. 민주당 강경파와 일부 지지층에선 조 대법원장의 행보를 여권 무시로 규정하고 탄핵 추진을 언급하지만, 실제 탄핵 소추에 나설 경우 역풍을 맞을 수 있단 우려가 이유로 제시된다.
민주당이 조 대법원장의 탄핵 소추를 추진한다고 해도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되기 어려운 점, 섣부른 탄핵 추진 시 조 대법원장의 정치적 체급을 키울 수 있고 명분마저 잃으며 중도층으로부터 민주당이 외면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당정 지지율이 하락세인 것을 고려했을 때, 최종 카드인 탄핵 추진보다는 조 대법원장의 국감 불출석을 계기로 동행명령장 발부, 고발 등 국회 차원의 압박 수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조 대법원장이 내년 6월 퇴임하기 때문에 8개월간 시간을 끄는 것도 방안으로 거론된다. 이번 갈등의 핵심인 재제청 문제에서도 청와대와 사법부 모두 물러설 생각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출구전략을 마련하기도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민주당 한 의원은 "실제 탄핵 추진까지는 가기 어려울 것"이라며 "실익이 없다"고 밝혔다. 민주당 한 법사위원은 "압박 수위를 높여가며 여론을 지켜볼 것"이라며 "조 대법원장의 퇴임 때까지 이런 대치 상태로 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lgirim@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