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의 KAI 인수…'메가 방산기업' 탄생인가, '항공 자생력' 위협인가

정치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06일, PM 07:02

[이데일리 김관용·박민웅 기자] 한화그룹의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 확대와 경영권 확보 가능성이 올해 국정감사의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6일 국회와 방산업계에 따르면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는 김종출 KAI 사장을 오는 20일 한국수출입은행 대상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했다. 수은이 보유한 KAI 지분 26.41%의 매각 여부와 민영화에 따른 산업적 파장 등이 주요 질의 대상이다.

◇한화, KAI 경영권 인수 가능성에 국감 쟁점화

한화그룹은 KAI 지분을 15.89%까지 확대해 수은에 이은 2대 주주로 올라섰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9.90%, 한화시스템 4.98%, 한화에어로스페이스USA가 1.01%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지분 보유 목적을 ‘경영 참여’로 변경했다.

한화가 기대하는 것은 방산 수직계열화에 따른 규모의 경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항공엔진과 한화시스템의 레이더·항공전자 기술에 KAI의 KF-21 전투기와 FA-50 경공격기 등 완제기 체계종합 역량을 결합하는 구상이다. 한화 측은 이를 통해 항공기와 핵심 장비, 후속 군수지원까지 묶어 해외에 공급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KAI 내부와 일부 방산업체에서는 민영화 이후 항공산업의 장기 연구개발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특히 그동안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더라도 국가 안보와 기술 확보를 위해 추진해 온 사업들이 기업의 경영 판단에 따라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달 22일 KF-21 보라매 001호기가 국산 항공기들의 환영을 받으며 예천기지로 향하고 있다. 앞에서부터 T-50, FA-50, KF-21, TA-50. (사진=연합뉴스)
지난 달 22일 KF-21 보라매 001호기가 국산 항공기들의 환영을 받으며 예천기지로 향하고 있다. 앞에서부터 T-50, FA-50, KF-21, TA-50. (사진=연합뉴스)
KAI는 1999년 정부 주도의 항공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국내 3개 기업의 항공 부문을 통합해 설립됐다. 상장회사지만 수은이 최대주주로 있는 구조에서 정부의 항공산업 육성정책과 군의 안정적인 발주를 기반으로 사업을 확대해 왔다. 대표적인 성과가 KF-21이다. 약 8조8000억원이 투입된 체계개발 사업은 2015년 시작돼 올해 마무리됐다. 막대한 자금을 장기간 투입해야 하는 사업으로, 단기 수익성만 고려했다면 추진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평가다.

회전익 분야는 이러한 국가 주도 투자의 성격이 더욱 뚜렷하다. 국산 기동헬기 수리온은 2006년부터 2012년까지 약 1조3000억원이 투입된 국책사업으로 탄생했다. 방위사업청과 산업통상자원부가 공동 주관하고 KAI와 국방과학연구소,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이 참여했다. 이후 수리온을 기반으로 해병대 상륙기동헬기 마린온이 개발됐다. 육군의 노후 공격헬기를 대체하기 위한 소형무장헬기 ‘미르온’에도 2015년부터 2022년까지 체계개발에 6539억원이 투입됐다. 해병대 상륙공격헬기(MAH) 역시 마린온을 기반으로 소형무장헬기의 항전·무장 기술을 결합한 기종이다.

◇수익성 중심 경영 땐 투자·산업 생태계 위축 우려

이들 사업은 개별 기종의 수익성을 넘어 국내 헬기 설계와 체계종합 기술을 확보하고 관련 산업 기반을 유지하기 위해 추진됐다. 정부의 개발비 지원과 장기간에 걸친 양산 물량 확보가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현재와 같은 회전익 개발 역량을 갖추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KAI는 고정익과 회전익, 기체부품 등 여러 사업을 함께 운영하면서 인력과 기술을 축적하고 사업별 수익을 재투자할 수 있는 구조를 유지해 왔다. 개발 단계에서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투자비와 수익을 후속 양산 과정에서 회수하는 방산사업의 특성도 이러한 장기 투자를 가능하게 했다. 실제로 KAI의 지난해 고정익 T-50·KF-21 계열 매출은 약 1조3879억원으로, 수리온·LAH 계열 매출 약 6371억원의 두 배를 넘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월 25일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김종출 KAI 대표이사의 안내를 받으며 KF-21 생산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스1)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월 25일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김종출 KAI 대표이사의 안내를 받으며 KF-21 생산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스1)
문제는 한화가 KAI 경영권을 확보한 이후에도 이 같은 투자구조를 유지할 수 있느냐다. 그룹 차원의 수익성과 투자 효율이 우선될 경우 장기간 개발비가 들어가는 신규 헬기 사업보다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사업에 자금이 집중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한화의 자본력과 연구개발 역량이 결합하면 KAI가 독자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차세대 항공기 개발에 더욱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민영화 자체가 장기 연구개발의 중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방산 생태계의 공정 경쟁 문제도 남아 있다. KAI는 여러 업체의 엔진과 레이더, 무장체계를 항공기에 통합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한화가 경영권을 확보하면 계열사 제품을 우선 채택하거나 경쟁업체의 사업 참여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쟁업체들이 KAI에 제공하는 기술자료와 원가정보, 개발계획 등이 특정 기업집단에 집중될 가능성도 쟁점이다.

최기일 상지대학교 군사학과 교수는 “K방산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대형화가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체계종합업체(KAI)와 핵심 부품 공급사 및 우주 분야 경쟁사(한화) 간의 결합이라는 구조적 특수성은 존재한다”고 했다. 이에 KAI 노동조합은 한화의 KAI 경영권 확보와 방산 수직계열화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정부에 항공 플랫폼의 독립성과 방산업체 간 공정한 경쟁을 보장할 제도적 장치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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