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계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대미투자 사업과 관련한 양국 간 이견이 지속되는 가운데 한미 정보기관 간 난기류가 흐르고 있지만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해 청와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는 분위기다.
10일 여권과 정부 등에 따르면 청와대는 대미투자 문제로 심화한 한미 정부 간 갈등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응책을 고민하고 있다.
한미 관계 이상 징후는 양국이 지난해 합의한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투자 사업 선정 과정에서 표출됐다. 미국은 대미투자의 조속한 이행을 요구했으나 1호 사업이 선정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미국 측 불만이 누적되면서 핵추진 잠수함 도입과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및 우라늄 농축 권한 확보를 위한 한미 안보 협상도 좀처럼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양국은 약 10개월 간의 협상 끝에 미국 텍사스 엔시날 가스복합 화력발전소 건설을 1호 투자 사업으로 선정했지만 여진이 지속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미 양국 간 최종 합의되지 않은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투자를 압박하면서 관세 인상을 시사하고 있다. 청와대와 정부는 대미투자 문제가 마무리되면 안보협상도 재개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여전히 협상을 위한 일정이 잡히지 않고 있다.
여권 고위관계자는 뉴스1과 통화에서 "대미투자 지연으로 한미 관계에 문제가 많아졌는데 1호 사업 합의 이후에도 알래스카 LNG 이슈가 생겨났다. 걱정거리"라고 우려했다.
이런 가운데 국가정보원(국정원)에 대한 미국 측의 불만이 한미 정보기관 간 소통 차단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의혹까지 불거지고 있다.
미국은 지난 6월 워싱턴DC에서 개최된 제5차 북한 사이버 위협 대응 한미일 외교당국 실무회의에 국정원 참여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은 "수개월 전 일부 오해가 있었으나 이미 지난 일"이라며 "현재 한미 정보당국 간에 오해는 없다"고 해명했다. 미국 요청으로 회의에서 배제된 것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대미투자 협상 과정에서 국정원에 대한 불신을 전달했다는 의혹도 언론 보도를 통해 제기됐다. 국정원과 산업통상부는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3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북한 구성 우라늄 농축시설 발언 이후 미국이 대북정보 공유를 일부 제한한 것도 현재 진행형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미국은 한국에 공유한 기밀 정보가 유출됐다며 불만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 장관의 구성 핵시설 발언도 아직 남아있는 문제"라며 "한미 관계를 풀어나가는 게 쉽지 않다. 고심이 많다"고 말했다.
외교가에서는 한미 간 오해를 풀기 위해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등 고위급 인사의 방미 추진 필요성도 제기하고 있다. 다만 청와대와 정부 내부에서는 뚜렷한 협상 카드 없이 고위급 인사가 미국을 방문하는 것에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