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 통과도 안 됐는데...'국민주권의 날' 다큐에 수천만원 쓴 국회방송

정치

뉴스1,

2026년 October 10일, AM 06:00

제78주년 제헌절을 하루 앞둔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를 찾은 참관객들이 로텐더홀에 마련중인 경축식 행사장을 배경으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6.7.16 © 뉴스1 유승관 기자

국회사무처 산하 국회방송이 수천만원의 예산을 들여 '국민주권의 날' 제정 기념 다큐멘터리 제작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직 관련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상황에서 수천만원의 예산부터 투입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국회 운영위원회 소속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실에 따르면 국회사무처 산하 국회방송은 '국민주권의 날' 제정을 기념하는 특집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지난달 2일 조달청 나라장터에 입찰 공고를 냈다.

다큐멘터리는 1시간 분량으로, 총 4000만 원의 예산이 배정됐다. 국회방송은 외주 업체 선정을 마치고, 현재 제작을 진행 중이다.

이번 다큐멘터리 제작은 이재명 정부가 매년 12월 3일을 법정 공휴일인 '국민주권의 날'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 당시 민주주의를 지켜낸 시민들의 뜻을 기리기 위해 12월 3일을 국민주권의 날로 지정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강조해 왔다.

조정식 국회의장도 지난 7월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이 지켜낸 민주주의를, 국회가 제도로 뒷받침하겠다"라며 "국민의 헌신으로 헌법과 민주주의를 구한 12월 3일을 '국민주권의 날'로 제정하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국민 주권의 날 지정과 관련한 입법 절차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현재 관련 법안이 발의돼 있지만 아직 상임위원회 심사 단계에 머물러 있다. 법률 개정을 통해 공휴일로 지정하려면 상임위 심사를 거쳐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의결돼야 한다.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가지고 있어 단독으로 법안을 처리할 수 있긴 하지만, 아직 법안이 통과되지 않은 상황에서수천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다큐멘터리 제작에 나선 것이 적절하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국회 방송은 "국민주권의 날 제정 여부와 관계 없이 다큐멘터리 제작을 진행하려고 했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국회방송은 "지난해에 이어 12·3 비상계엄 해제 특집 프로그램 제작을 계획하던 상황에서 조 의장이 취임 이후 여러차례 밝힌 '국민 주권의 날' 제정에 대한 의지와 다수 국회의원이 발의한 관련 법률안 등을 참고해 기획됐다"며 "국회의장실 등 상부의 별도 지시는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기념일이 제정되지 않는 경우가 있을 수 있으므로 프로그램명에 '가제'라고 표기했다"면서 "이러한 경우에는 '국민 주권의 날' 제정 기념이 아닌, '12·3 비상계엄 해제 2주년 특집 다큐멘터리'라는 제목으로 방송할 계획이므로 매몰 비용은 발생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다만 계약서에는 국회방송 측의 귀책 사유로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경우 국회 방송이 이를 부담하도록 명시돼 있어, 기념일 제정 무산 등으로 다큐멘터리를 수정할 경우 추가적인 제작 비용이 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야권에서는 관련 법안이 여야 협의를 거치지 않은 상황에서 기념일 제정을 기정사실화하고 다큐멘터리 제작에 나선 것은 야당의 입법권을 무시한 처사라는 비판도 나온다.

여야의 의정 활동 지원에 초점을 맞춰야 할 국회 사무처가 정치적 중립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여당의 입법 추진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는 지적이다.

cym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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