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사망사고 나자 민간에 떠넘기나”…한전, 정전복구 외주화 추진

정치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11일, AM 10:53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한국전력(한전)이 긴급 정전복구 업무의 외주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지난 10년간 정전복구 작업 중 한전 직원 21명이 산업재해를 입고 1명이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정전복구 수요도 연간 75만건을 넘어 4년 새 1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전과 추락 위험이 큰 업무인 데다 복구 수요까지 늘어나는 상황에서 외주화보다 한전의 현장인력 확충이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철강포럼 공동대표인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연합뉴스)
국회철강포럼 공동대표인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연합뉴스)
11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충남 당진시)이 한국전력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6년 8월까지 정전복구 작업 중 산업재해를 입은 한전 직원은 21명으로, 이 가운데 1명이 사망했다. 사고 유형별로는 추락이 7명으로 가장 많았고 감전이 5명이었다.

저압 정전복구는 가정이나 상가 등에 정전이 발생하면 현장에 출동해 고장 원인을 확인하고 인입선·저압퓨즈 등을 점검하거나 교체해 전력 공급을 정상화하는 업무다. 야간과 휴일에도 신속한 대응이 필요한 데다 감전과 추락 위험이 따르는 현장 작업이다. 한전은 수행인력에게 배전전공 이상의 자격을 요구하고 있다.

정전복구 수요는 늘고 있다. 저압 정전복구 출동 건수는 2021년 67만5000여건에서 지난해 75만6000여건으로 4년 새 약 12% 늘었다. 연간 기준으로 75만건이 넘는 정전복구 수요가 발생하는 셈이다.

문제는 수요도 늘고 위험성도 확인되는 정전복구 업무를 한전이 민간으로 넘기려 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전은 2027년부터 저압 정전복구 업무를 배전공사 단가계약에 단계적으로 편입하는 방안(업무 외주화)을 추진하고 있다. 한전은 업무 이관에 필요한 협력회사 추가 인력을 380명으로 추산했다.

현장에선 반대가 터져나온다. 한전 협력업체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전국배전저압단가협의회는 이미 배전 현장에서 숙련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야간과 휴일을 포함한 24시간 긴급복구 업무까지 추가되면 인력 부담이 커지고 안전사고 위험도 높아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한전은 이번 업무개편의 추진 배경 중 하나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른 처벌 강화를 제시하면서, 단가계약으로 정전복구 업무를 수행하다 산업재해가 발생할 경우 협력회사에 페널티를 부여한다는 방침이다.

현장 반발은 국회 국민동의청원으로도 이어졌다. ‘한국전력공사의 긴급정전복구 외주화 추진 중단 요청에 관한 청원’은 국회의 공개 절차를 거쳐 지난 8일부터 국민동의를 받고 있다. 청원은 긴급정전복구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 안정적인 전력 공급에 직결되는 공공서비스인 만큼 충분한 안전성 검증과 전문인력 확보 없이 외주화를 확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외주화 재검토와 한전의 긴급복구 전문인력 확충도 요구하고 있다.

어기구 의원은 “정전복구는 수십 년간 숙련된 전문인력이 맡아온 한전의 기본적인 대국민서비스”라며 “인력 여건이 열악한 영세 협력업체에 정전복구 업무를 전적으로 떠넘기는 것은 위험의 외주화가 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한전의 현장인력을 확충해 보다 안전하고 신속한 복구체계를 갖추는 것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출처: 한전 어기구의원실 제출자료
출처: 한전 어기구의원실 제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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