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감사원은 지난 8월 31일 대법원 정기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법원행정처가 2022년부터 2025년 9월까지 대법관과 법원행정처장 등에게 총 12억9900만원의 격려금을 현금으로 지급했다고 밝혔다. 법령상 근거 없는 정기적인 격려금 지급을 금지한 대법원 자체 예산 집행 지침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특히 조 대법원장의 해명과 감사원 답변 사이에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 6일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국가의 월급이나 격려금을 대법원장이 지출하는 게 아니다”며 “지출관이 따로 있어서 그 사람이 지출하는 것이지 대법원장이 거기에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민주당 법사위 간사인 김의겸 의원이 감사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감사원은 “대법원장이 대법관 및 법원행정처장에게 격려금을 지급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확인 근거로는 회계 관련 서류와 법원행정처 재무담당관실의 확인서 등을 제시했다. 김 의원은 이를 두고 조 대법원장이 국정감사에서 허위 답변을 했다며 소명을 요구했다.
김호철 감사원장은 격려금이 대법관들에게 현금으로 지급된 사실은 확인했지만, 지급 이후 구체적인 사용 내역까지는 파악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김한규 의원은 감사원이 구체적인 사용처도 확인하지 않은 채 주의 처분에 그친 것을 두고 “솜방망이 수준도 안 되는 봐주기”라고 비판했다. 특히 김 의원은 법원행정처 측에서 격려금을 비정기적으로, 정액이 아닌 방식으로 지급하기로 감사원과 합의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 원장은 “합의한 사실이 없다”면서 “대법원 감사 주기는 2년인데, 다음 감사에서도 그러한 격려금 지급이 개선됐는지를 잘 살피도록 하겠다”고 말다.
김호철 감사원장이 12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법원의 와인 구매 내역을 놓고는 여야의 주장이 엇갈렸다. 민주당은 업무추진비로 구매한 와인의 구체적인 사용처를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김의겸 의원이 공개한 감사원 답변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와인 구매 목적을 ‘대법원 행사용품 구매’로 기재했지만 실제 사용 일시와 장소, 대상 등을 확인할 자료는 제출하지 않았다.
반면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 측이 확보한 대법원 구매 내역에 따르면 2022년 1월부터 2025년 8월까지 와인 구매액 1억892만원 가운데 약 8234만원(76%)은 김명수 전 대법원장 재임 기간에 지출됐다. 조 대법원장 취임 이후인 2023년 12월부터 2025년 8월까지 구매액은 약 2619만원(24%)이었다. 나머지는 대법원장 공백기에 지출됐다.
주 의원은 김 전 대법원장 시절 지출까지 조 대법원장이 사용한 것처럼 문제 삼았다며 민주당의 공세를 비판했다.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둘러싼 여야 공방도 이어졌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당시 감사를 주도한 유병호 감사위원을 중심으로 한 이른바 ‘타이거파’의 인적 쇄신을 요구했다.
박지원 의원은 김영신 감사위원을 향해 “유병호와 김 위원이 감사원을 망사원으로 만든 사람들”이라며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같은 당 김동아 의원도 김 위원에게 타이거파와의 관련성을 따져 물었다. 이에 김 위원은 “타이거파는 저와 아무 관계가 없다”며 “저는 부끄러운 일을 한 적은 없다. 제 양심에 따라 했다”고 반박했다.
박균택 민주당 의원도 윤석열 정부 당시 표적 감사와 강압 감사 의혹에 연루된 인사들에 대한 책임 추궁을 요구했다. 김 원장은 “운영쇄신TF와 국정조사 후속조치TF를 통해 강압 감사, 불법 감사에 대해선 철저히 책임을 묻고 있다”며 “파벌은 절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저희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반면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현 정부에서 임명된 임선숙·이진국 감사위원의 정치적 이력을 문제 삼았다. 임 위원이 이재명 대통령의 민주당 대표 시절 최고위원을 지냈고, 이 위원이 대통령실 사법제도비서관 출신이라는 점을 거론하며 “중립성, 독립성을 해치는 인사 조치”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 감사원이 아니라 당나라 감사원”이라고 비판했다.
김 원장은 이에 대해 “감사위원 임명과 관련된 법에서의 결격 사유가 전혀 없다”며 “대통령실 압력이 없었다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반박했다. 또 두 감사위원의 전문성과 역량이 충분하며 감사위원회의 직무상 독립성과 중립성을 훼손한 일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과거 감사 결과에 대한 재심의 추진도 쟁점이 됐다. 윤 의원은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문재인 정부 통계조작 의혹 감사와 관련해 감사원이 지난해에는 재심의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했다가 올해 입장을 바꾼 이유를 따졌다.
김 원장은 “국정조사 과정에서 저희 감사에서 발견하지 못했던 새로운 사실이 발견됐다”며 새로운 증거나 중요 사실의 누락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대통령이 가족 골프 비용을 특수활동비로 지출했다면 위반에 해당하는지도 물었다. 김 원장은 대법관이 특수활동비를 가족 골프에 사용했다는 가정에는 위반으로 보인다고 답했지만, 대통령에 대한 같은 질문에는 특정인의 혐의를 사실로 전제해 답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답변을 피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