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국민의힘 의원. © 뉴스1 송원영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화재·폭발 위험이 큰 의료용 고압산소챔버의 인증·심사 기준을 전격 개정하면서 산소가압방식 제품의 산소농도 관련 평가 항목을 제외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정 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채 유통·설치된 제품에 대한 후속 조치도 명확히 확인되지 않아 제품의 안전관리와 개정 절차를 둘러싼 지적이 나온다.
1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태호 국민의힘 의원이 식약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식약처는 지난 7월 7일 '의료용고압산소챔버 인증·심사 기준'을 개정하고 다음 날인 8일부터 시행했다.
개정된 가이드라인은 1인용 산소가압방식 제품의 인증 심사에서 기존 성능규격의 핵심 항목이었던 '챔버 내 산소농도 23.5% 이하 유지' 요건을 평가 항목에서 제외했다.
고압산소챔버는 대기압보다 높은 압력에서 산소를 공급하는 의료기기다. 산소가압방식은 챔버 내부에 산소를 직접 가압하는 구조로, 산소 농도가 높아지면 화재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챔버 내부의 산소농도와 점화원 관리 등 안전기준이 중요하게 여겨진다.
실제로 미국에서도 산소가압식 고압산소챔버와 관련한 화재 사고가 발생해 왔다. 지난해 1월 미국 미시간주 트로이의 옥스퍼드 센터(The Oxford Center)에서는 수면무호흡증과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치료를 받던 5세 아동이 챔버 내부 화재로 사망하고 모친도 부상을 입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같은 해 8월 의료기관 등에 안전서한을 보내 고압산소치료 관련 화재 위험을 경고했다.
기준 개정 절차를 둘러싼 문제도 제기됐다. 김 의원은 의료기기 관련 기준 변경에 필요한 행정예고와 의견수렴 등 공식 절차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식약처가 정식 고시가 아닌 인증·심사 기준 가이드라인으로 개정을 진행하면서 규제개혁위원회 심사와 공청회, 행정예고 등을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기준 개정 이전에 유통·설치된 제품에 대한 관리가 적절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 기준에서는 챔버 내 산소농도를 23.5% 이하로 유지하도록 했는데, 이 기준을 위반한 산소가압식 제품이 국내 의료기관에 설치·운영돼 왔다. 의원실에 따르면 예수병원 등 대형병원을 비롯해 성형외과·피부과 등 여러 의료기관에 관련 장비가 설치된 것으로 파악됐다.
보건복지부가 제출한 최근 5년간 고압산소치료기 등록 현황에서도 장비를 공기가압방식과 산소가압방식으로 구분해 관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국내 의료기관에 설치된 장비의 가압방식별 현황과 안전관리 실태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식약처는 관련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조사에 나섰지만, 위반 제품에 대한 판매중지나 회수, 사용중지 명령 등 후속 조치와 그 결과가 명확히 확인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아울러 기준 개정 전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제품에 대한 별도 관리 방안이 충분히 마련됐는지에 대해서도 비판이 나온다.
김태호 의원은 "식약처가 치명적 화재 위험이 있는 산소가압식 챔버의 안전검증을 소홀히 한 채, 법적 절차까지 편법으로 우회해 가며 기준을 신설해 준 것은 국민 안전을 저버린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했다.
이어 "미인증 산소가압식 챔버의 즉각적인 전수조사 결과 공개를 포함해 가이드라인 편법 개정 절차의 위법성 및 유착 의혹이 명백히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ur1@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