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균열에…李 “실용외교 핵심은 국익…굴종·사대적 태도 지양”

정치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13일, AM 10:46



[이데일리 김상윤 황병서 기자] 이재명 대통령은 13일 “대한민국의 외교 방침은 명확하게 실용적 국익 외교”라며 “국가 간 관계에 있어서 굴종적 태도나 사대적 태도를 지양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미동맹을 우리 외교의 핵심 축으로 재확인하면서도 동맹 관계를 포함한 모든 대외관계에서 대한민국의 국익을 최우선에 놓겠다는 원칙을 분명히 한 것이다.

최근 외교·안보 현안을 둘러싼 한미 간 이견과 정보당국 간 불협화음 논란 등이 잇따르면서 일각에서 ‘한미동맹 균열론’까지 제기되는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직접 자신의 외교 원칙을 비교적 상세하게 밝힌 점이 주목된다. 한미 간 이견이 존재하는 것 자체를 동맹의 위기로 볼 필요는 없지만, 이를 관리·조정하는 과정에서도 한국의 국익을 희생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한미동맹은 한국 외교의 중심축으로 계속 강화하되, 동맹국 사이에서도 이해가 다른 사안은 존재할 수 있고 이를 이유로 한국이 국익을 희생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요새 외교부, 산업부가 고생을 많이 한다. 이런저런 지적들이 많이 있다”며 외교 관련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대한민국의 외교 방침은 명확하게 실용적 국익 외교”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의 국익”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한민국은 자주적인 독립국가”라며 “언제나 당당한 대한민국만을 위한, 대한민국의 국익이 지켜지는 외교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가 간 관계에 있어서 굴종적 태도나 사대적 태도를 지양해야 한다”고 했다.

◇“한미동맹은 외교의 축…이견 존재 자체 문제 삼을 순 없어”

이 대통령은 한미동맹의 중요성도 분명히 했다. 그는 “대한민국과 한미동맹의 관계는 매우 중요하다”며 “외교의 축이라고 할 수 있다. 지속적으로 고도화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우리를 둘러싼 주변 강국들과의 관계 관리도 여전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미동맹을 외교의 중심축으로 삼되 중국과 러시아 등 주변국과의 관계 역시 국익에 맞춰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기존 실용외교 기조를 재확인한 셈이다.

이 대통령은 특히 국가 간 이견이 존재하는 것 자체를 지나치게 문제 삼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가 간에는 이견이 있기 마련”이라며 “이견을 최소화할 필요도 있고 또 그 이견들이 관리 가능한 범위 내에 있어야 되겠지만, 이견의 존재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어떻게 국가들이 각각의 국익을 추구하는데 언제나 그게 일치할 수 있겠느냐”며 “일치를 향해서 끊임없이 토론하고 주장하고 또 조정해 나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한미 간 현안에서 다른 목소리가 나오는 것을 곧바로 동맹의 위기나 균열로 규정하는 시각과는 거리를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동맹국 사이에서도 각자 국익이 다른 만큼 이견이 발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며, 중요한 것은 이견의 유무보다 이를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통제하고 조율하는 능력이라는 취지다.

최근 한미관계에서는 여러 잡음이 동시에 불거졌다. 한미 정보당국 간 대북 정보 공유를 둘러싼 논란이 제기됐고, 미국 측이 한국 정부 일부 인사의 대북·대중 인식에 우려를 갖고 있다는 주장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이어졌다. 연합훈련과 대북정책 방향 등을 놓고도 양국의 온도 차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야권에서는 정부 외교·안보라인을 겨냥해 ‘동맹 균열’을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한미 간 정보·안보 협력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지만, 일련의 논란이 이어지면서 한미관계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직접 “한미동맹은 외교의 축”이라고 규정하는 동시에 “이견의 존재 자체를 문제 삼을 수 없다”고 언급한 것은 동맹의 중요성과 국익 중심 외교 사이의 기준선을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 도중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 도중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익 희생해선 안돼”…대미 협상팀 공개 엄호

이 대통령은 외교·통상 현안에서 상대국과의 관계를 지나치게 의식해 우리 국익을 양보하는 상황도 경계했다. 그는 “국가 간 이견이 있을 때 우리 정부를 위한, 또 우리 대한민국을 위한 애정으로 그 문제를 잘 조정하고 타협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자칫 잘못하면 국가 간 이익 경쟁에서 우리의 국익을 희생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한미관계를 둘러싼 논란을 의식하면서도 동맹관계 자체를 이유로 한국이 일방적으로 양보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한미동맹 고도화’와 ‘국익 중심 실용외교’를 동시에 가져가겠다는 구상이다.

이 대통령은 이와 함께 대미 투자 협상을 벌여온 산업통상자원부와 통상교섭본부, 외교라인을 공개적으로 치켜세웠다. 그는 “우리 산업부 장관과 통상교섭본부를 비롯한 공직자 여러분들이 대외 협상에서 많이 고생하고 있다”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한미 관계에 있어서도 아마 전략투자 대상으로 지목된 여러 나라 중에 가장 오래 협상이 계속됐고, 또 가장 국익에 부합한 결론을 낸 게 대한민국”이라고 평가했다.

한미 양국은 그동안 3500억달러 규모 대미 전략투자 및 조선협력 방안을 놓고 장기간 세부 협상을 진행해왔다. 특히 투자 사업 선정과 자금 집행 방식, 사업성 확보, 투자금 회수 가능성 등을 놓고 양국이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였고, 엔시날 가스복합발전소 프로젝트를 확정하고 원전 8기, 알래스카사업에 대해선 상업성을 확인한 뒤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미국이 제시하는 사업에 자금을 기계적으로 투입하는 방식이 아니라 개별 프로젝트의 상업성과 경제성을 따져 투자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만큼 투자 규모 자체보다 원금 회수와 사업 주도권, 수익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 대통령도 이날 장기간 협상을 벌인 것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지 않았다. 오히려 끝까지 협상하며 국익을 지킨 결과라는 평가를 내놓은 셈이다. 그는 미국 측이 한국 협상단의 협상 태도를 ‘터프하다’고 평가했다는 점도 직접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미국도 그렇게 얘기했다. 우리 협상 당사자들, 협상 담당자들이 매우 터프하다고 했다”며 “이건 한편으로 불만인 동시에 또 한편으로 칭찬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산업부 장관님을 포함해서 외교라인 다들 정말 고생했다. 누구나 인정하지 않느냐”며 “정말 고생하셨고 잘하셨다”고 공개적으로 격려했다. 최근 대미 투자 협상 결과와 한미 간 외교·안보 현안을 둘러싸고 정부 대응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자 대통령이 직접 협상 당국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도 대한민국은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의 더 나은 편익, 대한민국의 국익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 나갈 것”이라며 “이견들이 있으면 또는 사안에 대한 오해들이 있으면 풀고 조정해 가면서 대한민국이 세계 속에 우뚝 선 대체불가한 국가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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