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한미간 이견 인정 속 '실용적 국익 외교' 방침 재천명

정치

뉴스1,

2026년 October 13일, PM 04:03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월(현지시간) 뉴욕 한 호텔에서 유엔(UN) 총회를 계기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6.9.23 © 뉴스1 허경 기자

이재명 대통령은 13일 대미투자 용처를 둘러싼 통상 갈등과 대북정보 공유 제한 등 한미 관계 이상설을 인정하면서도 자주·독립 국가로서 '실용주의·국익 최우선' 외교 노선을 재차 대내외에 천명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한미동맹 토대 위에서 "영원한 적도, 영원한 우방도 없다"면서 북·중·러 등 주변국들과 관계 개선 필요성을 역설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이종석 국가정보원장 등 자주파에 힘을 실어줬다는 평가다.

다만 미국과 거리를 둔 실용외교 노선이 보다 뚜렷해지며 한미 관계 경색 우려는 점증하는 모습이다. 대미투자 협상 타결에도 대북 정보교류 난맥상이 장기화하며 핵추진잠수함 등 안보협의도 당분간 공전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국가 간 이견 있기 마련, 굴종적·사대적 태도 지양해야"…정동영 힘싣기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최근 잇단 한미 관계 이상설을 염두에 둔 듯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 외교 방침은 명확하게 실용적 국익 외교"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 국익"이라고 못박았다. 아울러 "대한민국은 자주적인 독립국가다. 언제나 당당한 대한민국만을 위한, 대한민국의 국익이 지켜지는 외교를 해야 한다"며 "국가 간 관계에 있어서 굴종적 태도나 또는 사대적 태도를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국익중심 실용외교를 천명한 것은 미국에 일방적으로 휘둘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굴종적·사대적 태도'라는 직설적 화법은 정 장관과 이 국정원장 경질 요구 등 야권의 공세를 일축했다는 평가다.

특히 한미 관계 이상설을 두고 정부 및 청와대 내 자주파와 동맹파 간 입장이 엇갈려 왔는데, 이 대통령의 이번 언급은 외견상 자주파 논리에 힘을 실어준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정 장관은 전날(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한미 간 정보공유 제한에도 "한미동맹은 이상이 없다"며 "동맹은 가치를 공유하지만 이해관계는 상충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도 국무회의에서 "국가 간에는 이견이 있기 마련"이라면서 "어떻게 국가들이 각각의 국익을 추구하는 데 언제나 거기에 일치할 수 있겠느냐. 일치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라고 했다. 일부 의견 충돌과 마찰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의 정 장관 손을 들어준 셈이다.

더 나아가 이 대통령은 국익우선 실용외교를 위해선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들과 관계 개선이 불가피하다는 인식도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과 한미동맹 관계는 매우 중요하다. 외교의 축이라고도 할 수 있다. 지속적으로 고도화해 나가야 한다"면서도 "한편으로 우리를 둘러싼 주변 강국들과의 관계 관리도 여전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국과 경쟁하거나 각을 세우는 중국·러시아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북극항로 개척을 위해서라도 이들 주변국들과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북극항로 인접 국가들과의 안정적 관계 유지를 위한 외교 역량도 한층 강화해 나가야 한다"며 유화적 메시지를 냈다.

이어 조현 외교부 장관이 북극항로 개척 과정에서 러시아 내해를 통과하는 등 협조가 필요하다고 보고하자, 이 대통령은 "러시아와의 관계 관리도 중요하다"며 "국제관계라고 하는 게 수시로 변하고, 또 우리의 국익을 추구해가는 과정에서 여러 논란들도 발생하고 어려움도 있지만 결국 마지막 남는 것은 대한민국과 우리 국민들"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원래 전쟁 중에도 손을 잡고 대화하는 것처럼, 전쟁 중에도 외교를 한다"면서 "그게 외교의 원칙이다, 영원한 적도, 영원한 우방도 없다"라고 했다.

외교부·통일부 업무보고를 마친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구내식당에서 조현 외교부 장관,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12.19 © 뉴스1 허경 기자

대미투자 합의에도 꽉 막힌 안보협의…핵잠 논의 장기 공전 우려
이 대통령이 자주파에 힘을 실으며 한미 동맹 이상 기류의 봉합 내지 확산은 미측에 공이 넘어간 형국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어렵사리 대미투자 협상을 마무리지었지만, 안보협의에 있어선 한미 양측의 이견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미측은 자주파를 대표하는 정 장관과 이 국정원장 등과 대화 테이블에 앉는 것조차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다고 한다.

이를 방증하듯 강경화 주미대사는 12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아직 미측이 기대하는 만큼 문제가 충분히 해소됐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울러 "백악관과의 소통에 한계가 있음을 시인하겠다"며 "제가 원하는 수준의 고위급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저도 답답하다"고 한미 간 안보협력 이상 기류 심각성을 강력 시사했다.

한미 양측 안보라인간 불신이 해소되지 않으면 원자력 협정 개정 추진 및 핵잠 도입 논의 공전도 장기화할 전망이다. 미측의 냉랭한 기류를 누그러뜨리고 대화 창구를 복원하기 위해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조만간 방미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eonki@news1.kr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