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세수 풍년에…빚내서 쌓은 미래기금 실망"

정치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16일, AM 05:04

[이데일리 황병서 김상윤 기자] 반도체 호황으로 불어난 세수는 이재명 정부에 기회이자 시험대다. 성장·민생에 투자할 여력이 생겼지만, 이를 믿고 늘린 지출은 호황이 끝난 뒤에도 감당해야 한다. 출범 500일을 맞은 정부가 당장 쓸 돈과 미래를 위해 남길 돈의 우선순위를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우철 한국재정학회장(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사진=뉴시스)
김우철 한국재정학회장(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사진=뉴시스)
김우철 한국재정학회장(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은 본지 인터뷰에서 정부의 빠른 정책 추진력을 평가하면서도 “재정 관리 능력에 뚜렷한 한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음 500일의 과제는 더 많은 돈을 쓰는 데 있지 않고, 호황의 과실을 미래의 재정 여력으로 남기는 데 있다는 주장이다.

김 회장은 정부가 국회 다수당의 이점을 활용해 주식시장 중심의 과감한 제도 변화를 추진하고 경제 주체에게 활력을 줬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중요한 건 내용”이라며 사회적 합의와 사전 검토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재정 투입을 서두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핵심은 세수와 지출의 지속성이 다르다는 점이다. 반도체 기업의 이익은 업황에 따라 출렁이지만 반복 지급하는 복지사업은 수혜 대상과 기대가 형성돼 축소하기 어렵다. 농어촌 기본소득과 아동수당, 청년적금 등 보편적 지원 성격의 사업은 도입 이후 대상과 금액을 늘리라는 요구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

김 회장은 “정부의 2030년까지 재정운용 계획이 반도체 호황의 지속에 기대고 있다”며 “당장 내년 하반기에도 지금과 같은 기업 이익과 세수가 유지될지는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회적 합의와 충분한 사전연구, 시범사업의 객관적 평가를 주문하며 “가장 중요한 건 안정적인 재원 확보”라고 강조했다. 필요한 사업이라면 다른 지출을 조정하거나 추가 재원을 마련하는 책임도 함께 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이재명 정부의 야심작인 미래대응기금에도 같은 질문을 던졌다. 미래를 위해 돈을 쌓는다면서 전체 재정에서는 차입을 늘리는 것이 타당하냐는 것이다. 김 교수는 “외화내빈”이라며 “여유 자금 104조원을 마련하기 위해서 106조원의 빚을 늘리는 것, 빚으로 된 미래대응기금을 만든다는 점에서 매우 실망스럽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미래대응기금은 수년간 흑자를 내고 이를 적립해 운용수익으로 미래사업을 뒷받침하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유럽 국가와 칠레처럼 흑자를 쌓아 기금을 조성하고, 자금을 임의로 인출하지 못하도록 운용 원칙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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