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고성으로 얼룩진 국감…'쇼츠 정치'에 정책 검증 실종

정치

뉴스1,

2026년 October 17일, AM 06:00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의사진행과 관련해 서영교 위원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2026.10.6 © 뉴스1 신웅수 기자

반환점을 돈 올해 국회 국정감사(국감)도 '막말·고성'으로 얼룩졌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는 짧은 동영상인 '쇼츠'의 보편화로 자극적인 발언과 충돌 장면이 온라인에서 확산하면서 국감장의 막말과 고성도 해가 갈수록 심해지는 양상이다.

국감이 정부 정책의 취약점을 찾아내고 그 책임을 물으면서 개선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아니라 지지층을 향한 메시지 경쟁의 장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6일부터 전날(16일)까지 이뤄진 국감에서는 '자살', '그따위', '꼬붕' 등 부적절한 발언이 잇따랐다. 여야는 막말이 오갈 때마다 고성을 주고받으며 충돌했고, 일부 상임위에서는 회의가 파행되기도 했다.

'막말'이 가장 빈번했던 상임위원회는 법제사법위원회다. 지난 6일 대법원 국감에서 손솔 진보당 의원이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제2의 윤석열을 꿈꾸는 것인가"라고 묻자, 김태규 국민의힘 의원은 "뭔 소리를 하는 거야 수준하고는"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김 의원에게 "인간이 돼라 인간이"라고 면박을 줬고, 김 의원은 "뭐라고, 말을 그따위로 해, 수준하고는"이라고 맞받아쳤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김 의원에게 "한 번도 사람인 적이 없다"고 하자, 김 의원은 이를 비웃으면서 "김용민, 김용민, 부엉이바위(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장소)에 긁혔어?"라고 비꼬았다.

민주당 서영교 법사위원장이 김 의원의 발언권을 정지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반발했고 이내 회의장은 고성으로 얼룩졌다. 이 과정에서 "조직폭력배", "여자 깡패" 등 원색적인 표현까지 등장했다.

13일 국감에서는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이 한 SNS 게시글에 남긴 '이재 명을 끊을 때'란 댓글을 두고, 박지원 민주당 의원이 "나 같으면, 법률비서관이었으면 자살한다"고 말하며 논란이 됐다. 주 의원은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을 지냈다.

박 의원은 12일 열린 감사원 국감에서는 김영신 감사위원을 향해 "유병호 꼬붕 아니었느냐", "타이거파 부두목 아니냐"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 감사위원은 사실이 아니라며 "모욕적인 말씀"이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국감 기간 열린 김지용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장애인 비하 표현이 등장했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김 후보자에게 답변을 요구하면서 "왜 벙어리가 되나"라고 말했다.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하자, 윤 의원은 사과의 뜻을 표했다.

'막말'과 '고성'의 배경에는 '쇼츠'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듯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은 최혁진 무소속 의원이 자신을 향해 상임위 출석 배제 등을 큰소리로 촉구하자 "소위원회, 즉 방송 카메라가 없는 장소에서는 최 의원이 절대 큰소리를 내지 않는다"며 "매우 신사적이고 의원답게 행동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에서 열린 기획예산처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의원 노트북에 '미래대응기금'을 규탄하는 피켓이 붙어 있다. 이날 재경위 국감은 '미래대응기금'을 둘러싼 여야의 피켓 공방 끝에 의원들이 퇴장하는 등 한 때 파행을 겪었다. 2026.10.8 © 뉴스1 황기선 기자

피켓 시위를 둘러싼 신경전도 상임위 곳곳에서 어김없이 반복됐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농림축산식품부 국감에서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노트북에 '농민 몰아내서 결국 태양광이냐'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붙이면서 회의가 중단됐다.

재정경제기획위원회에서도 국민의힘 의원들이 '미래 망치는 미래대응기금 철회하라' 등의 문구를 노트북에 붙이면서 소란이 일었다. 여야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국감은 약 30분 지연됐고, 간사 간 협의를 거쳐 피켓을 제거한 뒤에야 회의가 정상화됐다.

1년 중 한 달, 국감 때마다 반복되는 막말과 고성에 대한 비판은 올해도 어김없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여야가 지지층을 의식한 강경 발언 경쟁을 이어가면서 국감 본연의 기능이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는 지적에도 이를 제어할 마땅한 수단은 없는 실정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막말과 고성만 편집해 쇼츠를 올리면 파급력이 훨씬 크다는 걸 정치인들도 알기 때문에 진영에 호소하기 위해서는 더 세게 나갈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매우 부적절한 언행으로, 이성이 아닌 감성에 호소하는 이같은 정치 행태를 제재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ic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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