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이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설치를 위한 특별법안(대안)에 대한 언쟁을 벌이고 있다. 2026.2.24 © 뉴스1 신웅수 기자
"나 같으면, 법률비서관이었으면 자살한다."
지난 1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을 향해 내뱉은 말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골프 의혹을 둘러싼 공방 과정에서 윤석열 정부 법률비서관 출신인 주 의원을 비난하며 나온 발언이었다.
여야의 고성이 뒤엉킨 현장이었지만 그 한마디는 유독 선명하게 들렸다. 순간 귀를 의심했다. 김대중 정부 대통령 비서실장과 국가정보원장까지 지낸 원로 정치인의 입에서 나왔다고 믿기는 어려운 말이었다.
그저 정치 공방 과정에서 나온 독설로 치부할 수 있을까. 상대를 공격하겠다고 '자살'까지 입에 올리는 것은 죽음을 모욕의 언어로 소비하는 행위다. 상대를 공격하기 위해 굳이 죽음까지 끌어들일 이유는 없다.
그 말이 닿는 곳은 국회 안에만 그치지 않는다. 국정감사장 밖에는 누군가의 죽음을 가까스로 견뎌내고 있는 국민도, 지금 이 순간에도 죽음을 달고 살며 힘겨운 시간을 보내는 이들도 있다.
과거 자살 유가족을 취재하면서 들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는 가족을 떠나보낸 뒤 영화나 드라마조차 마음 편히 볼 수 없게 됐다고 했다. 예기치 못한 장면에서 마주한 죽음의 묘사가 애써 눌러둔 상처를 건드리는 트리거가 된다는 것이었다. 평범한 디즈니 영화조차 보기 힘들어 이제는 아예 TV를 멀리한다고 했다.
누군가에게는 스쳐 지나갈 말 한마디가 다른 누군가에게는 가까스로 견뎌온 상실을 다시 떠올리게 할 수 있다. 정치인의 말이라고 예외일 리 없다.
더군다나 국회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법과 제도를 만드는 공간이다. 그런 곳에서 정작 '자살'을 정쟁의 수단으로 삼는 모습은 부끄러워해야 할 모순이다. 국민의 생명을 보호할 제도적 책임이 있는 국회의원이라면 그에 걸맞은 언어적 책임도 져야 한다.
이 같은 극언은 박 의원 한 사람에 그치지 않는다. 주 의원 역시 이재명 대통령을 겨냥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재(제) 명을 끊을 때"라는 댓글을 올려 도마에 올랐다. 맥락상 '생명을 끊는다'는 의미로도 읽힐 수 있는 표현이다. 김태규 국민의힘 의원은 국정감사장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장소인 '부엉이바위'를 언급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극언은 반복되지만 국회 내부의 자정 기능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22대 국회는 여야 간 이견으로 윤리특별위원회조차 구성하지 못한 상태다. 이제는 '징계 요구'조차 정치적 수사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극언이 유튜브와 쇼츠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는 환경도 자극적인 정치 언어를 부추긴다. 정치권이 강성 지지층에 소구하며 상대를 향한 독설에 몰두하는 사이, 정작 그 말을 듣는 국민은 안중에 없다.
정쟁이 아무리 거칠어져도 넘어서는 안 될 선이 있다. 정치인에게는 그저 정쟁의 도구일지 몰라도, 누군가에게 죽음은 평생 지워지지 않는 상실이자 여전히 끝나지 않은 아픔이다. 적어도 국민을 대표한다는 이들이라면 그 무게만큼은 알아야 하지 않을까.
cyma@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