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츠 정치'에 갇힌 국감…정쟁에 묻힌 정부 견제

정치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19일, PM 07:10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국정감사가 반환점을 돌았지만 정책 검증보다 여야의 고성과 막말이 더 부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동산 정책과 국민연금 기금 운용,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등 민생 현안은 정쟁에 가려졌다. 의원들의 거친 발언이 짧은 영상인 ‘쇼츠’로 확산되면서 국감이 정부 견제보다 지지층을 향한 홍보의 장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1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헌법재판소 국정감사 도중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앞)을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주 의원의 신상 발언을 두고 설전을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헌법재판소 국정감사 도중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앞)을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주 의원의 신상 발언을 두고 설전을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6일 시작된 국감에선 법제사법위원회를 중심으로 충돌이 잇따랐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서영교 법사위원장은 김태규 국민의힘 의원의 ‘부엉이바위’ 발언을 문제 삼아 발언권을 정지시켰다. 13일에는 박지원 민주당 의원이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의 윤석열 정부 시절 대통령실 법률비서관 경력을 거론하며 ‘자살’을 언급해 논란을 빚었다. 김의겸 민주당 의원은 같은 날 주 의원의 국감 중 유튜브 방송 문제도 제기했다.

증인 채택 갈등도 정책 검증에 걸림돌이 됐다. 국민의힘은 정무위원회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관련 일반증인 39명을 요청했지만 한 명도 채택되지 않았다며 반발했다. 행정안전위원회 국감에선 추미애 경기도지사의 ‘소방 재정 빨대’ 발언이 논란이 됐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이 현 정치 구조와 맞닿아 있다고 진단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양당 정치가 적대적 공생 관계가 된 지 오래됐다”며 “쇼츠에 빠져서 보여주기식 한탕주의가 더 판을 친다”고 꼬집었다.

김진욱 신한대 특임교수는 야당의 정부·여당 견제 역량을 문제 삼았다. 김 교수는 “국감은 야당의 시간인데 야당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며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못하면 그 반사이익만 기대하는 정당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예전엔 국감을 위해 소품이나 자료도 철저히 준비했지만 지금은 지지층 환호만 바라며 소리만 지른다”고 비판했다.

다만 두 전문가 모두 ‘국감 무용론’에는 선을 그었다. 박 평론가는 “국감까지 없으면 행정부를 어떻게 통제하겠느냐”며 수시 국감과 여야가 합의한 증인·자료의 제출을 보장하는 제도 개선을 주문했다. 김 교수도 “국감은 국회의 가장 큰 권능”이라며 “문제 제기를 통해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은 국감의 과제 역시 견제 기능을 되살리는 데 있다는 지적이다. 박 평론가는 “야당은 안보와 부동산 문제 등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 여당도 정부를 감싸기만 할 게 아니라 잘못된 점을 비판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야당이 요구한 증인 중엔 정쟁을 위한 증인도 많다”고 지적하며 실질적인 정책 검증에 집중할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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