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개혁 속도조절 지적 일리…과잉 자신감 있었을 수도”

정치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19일, PM 05:31



[이데일리 김상윤 황병서 기자] 이재명 대통령은 19일 개혁 추진의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일리 있겠다고 생각한다”며 “조금 속도 조절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개혁 과정에서 나타난 저항과 반발에 대해서는 “저의 준비 부족, 과정 관리 부족이 제일 큰 원인 아니었을까 싶다”며 “일종의 과잉 자신감이었을 수 있겠다는 반성도 있다”고 말했다.

취임 500일을 맞아 개혁의 성과를 강조하면서도 이해당사자를 설득하고 국민의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 부족했음을 인정한 것이다. 다만 반드시 필요한 과제는 적절한 시점과 방법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정치적으로는 지지층 결집을 넘어 중도와 합리적 보수까지 지지 기반을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단과 오찬 및 차담회를 갖고 이같이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언론인들의 취재 공간인 청와대 춘추관 로비에서 기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언론인들의 취재 공간인 청와대 춘추관 로비에서 기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좋게 변할 테니 견뎌달라는 생각…제일 큰 원인은 저”

이 대통령은 정부 출범 이후 변화에 대해 “계획한 것 이상으로 진척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하면서도 여러 개혁을 동시에 추진할 때 국민이 느끼는 부담을 인정했다. 하나의 변화에는 더 나은 세상과 자녀의 미래를 위해 수용해야 한다고 생각하더라도 두세 가지가 겹치면 소극적으로 바뀌거나 반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개혁으로 혜택을 얻는 이들의 지지와 기존 이익을 잃는 이들의 저항은 강도가 다르다고도 짚었다. 다수에게 혜택이 돌아가더라도 적극적인 지지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은 반면, 당장 손실을 겪는 이들의 반발은 강하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우리가 잘하려고 하고 잘하고 있고 결국 좋게 변할 건데 일단 견뎌주세요, 이런 생각이 강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고 돌아봤다. 개혁의 당위성을 앞세우는 데 비해 추진 과정을 세심하게 살피지 못했다는 자성이다.

그는 자신을 옹호하는 이들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잘못했는지, 할 수 있는데도 하지 않은 일이 무엇인지 따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서는 “일면 타당성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더 중요한 건 뭔가 잃게 되는 사람들에 대한 설득, 공감능력, 위로 이런 게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물을 늘리고 기자들과 대화에 나선 것도 현장과의 거리를 돌아보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제가 너무 많이 동떨어져 있는 게 아닌가, 현장으로부터 그런 반성의 일환”이라며 “진심이 제대로 전달되고 있나 깊이 반성한다. 제일 큰 원인은 저”라고 말했다.

다만 개혁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의지는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은 국정과제 대부분에 착수했고 마무리한 일도 있지만 “남아 있는 일들은 대개는 좀 어려운 과제인 경우”라고 밝혔다. 이어 “적절하게 조정하며 우리가 하기로 한, 우리 사회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은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방법과 과정을 통해서 해나가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추진에서도 같은 인식을 드러냈다. 경제 영토를 넓히는 일은 피할 수 없는 과제지만 농축수산업계와 대화하고 신뢰를 회복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연내 가입 신청을 미루고 농민단체의 의견을 들은 뒤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불신과 불안, 손실을 최소화하자”고 말했다.

◇“우리끼리 뭉치면 재집권 불가능…국민 동의 넓혀야”

이 대통령은 자신이 제시해 온 ‘구조적 다수’에 대해서도 정계개편으로 의석을 늘리자는 구상이 아니라 국민적 동의의 폭을 넓히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무리 우리끼리 뭉쳐봐야 중도 진영, 합리적 보수 일정 영역이 반대쪽으로 뭉치면 재집권이 불가능하다”며 “중도와 합리적 보수까지 동의할 수 있는 판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 동의를 받는 상태가 구조적 다수라고 생각한다”며 “우리끼리 뭉치면 결국 구조적 소수가 되겠죠”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구조적 다수론을 정계개편과 연결하는 해석에는 “전혀 타당성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른 당을 쪼개 일부 의원을 데려오는 방식은 “옛날 생각”이라며 “국회의원 100명을 모았다고 하면 대한민국의 3분의 1이 모이나”라고 반문했다. 여의도에서 우군을 늘리는 것보다 국민 다수의 동의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대통령의 가장 큰 책무로는 통합을 꼽았다. 이 대통령은 “어느 한쪽 출신을 대표해서 대통령이 됐다고 해서 거기에 너무 집중하면 대통령이 아니라 점령자가 되는 것”이라며 “선거를 통해서 공동체 전체의 대표가 된다면 전체를 대표하는 게 사명”이라고 밝혔다.

다만 통합이 지향하는 가치를 포기하거나 모든 사안에서 중간에 서야 한다는 뜻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공동체가 나아갈 경로에 이견이 있더라도 구성원 간 갈등과 대립을 최소화하고 함께 나아가도록 하는 것이 대표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한 것”이라며 “한쪽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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