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성론·병장론' 높아진 軍월급에 대출 폭증...대부업 막는다

정치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20일, AM 10:22

[이데일리 홍수현 기자]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대부업법에 의무복무 기간 중인 병사에 대부를 금지하는 내용을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20일 정계에 따르면 이 원장은 전날 금감원 등을 대상으로 한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에서 “금융위, 군 당국과 협의를 진행할 생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병사 월급 인상과 부대 내 휴대전화 사용 보편화로 장병을 노린 고금리 대출 영업이 늘고 연체도 급증하자 규제 필요성이 커졌다는 판단이다.

지난해 금융위원회 등록 상위 30개 금전대부업자의 지난해 말 기준 군인 대상 대출 잔액은 444억 원, 그중 현역병 대출이 242억 원으로 전체 대출 중 절반이 넘는 비중을 차지하는 등 대출 비중이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올해 6월 말에도 현역병 대출 잔액은 210억원을 웃돌아 전년도를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군 장병 대출이 활성화된 배경에는 병사 월급 인상이 대부업체의 새로운 영업 기회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올해 병장 월급은 150만원, 상병 월급은 120만원이다. 과거와 달리 정기적인 급여가 지급되면서 금융 이력이 부족한 병사들도 월급을 소득증빙 수단으로 활용해 대출받을 수 있게 됐다.

군장병들은 대부중개업체의 인터넷 홈페이지나 블로그 등을 통해 대부업자에게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대부중개업체들은 홈페이지 및 블로그 등에 ‘충성론’, ‘병장론’, ‘현역병사대출’ 등으로 현역병 대출을 광고하고, 대출 가능 금액은 최대 1000만~1500만 원, 연이자율은 17.9~20% 수준으로 안내하고 있다.

연 20% 금리로 1000만원을 빌릴 경우 원금을 갚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연간 이자만 200만원이다. 병장 월급 한 달 치를 넘는 금액이다. 특히 군 복무 중 지급되는 월급은 전역 이후까지 보장되는 소득이 아닌 만큼 취업이 늦어지거나 투자 손실이 발생하면 상환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실제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현역병 대부업 대출 연체율은 7.93%에 달했다. 연체 잔액은 2023년 2200만원에서 올해 6월 말 약 17억원으로 불어났다. 단순히 대출 규모가 커진 것을 넘어 빚을 제때 갚지 못하는 병사들의 채무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채무조정 규모도 증가하고 있다. 신용회복위원회에 따르면 군 장병 채무조정 금액은 2021년 56억원에서 지난해 102억원으로 약 82%, 4년 새 두 배 수준으로 불어났다. 늘었다. 채무조정은 정상적인 상환이 어려운 채무자에게 이자율 조정이나 상환기간 연장 등을 지원하는 제도다. 관련 금액의 증가는 군 장병들의 채무 부담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사진=게티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
군 내부 온라인 도박 문제도 심각한 수준이다. 육군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사이버도박 혐의로 군 경찰에 입건된 군인은 313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병사가 293명으로 전체의 93.6%를 차지했고, 간부는 20명이었다.

이에 국방부는 지난 8월 군 장병을 대상으로 불법도박 자진신고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불법도박에 연루된 장병이 자진 신고할 경우 행정·형사책임 감경과 전문기관 연계 등을 통해 회복을 지원하는 방안이다. 군 내부의 도박 문제가 단순한 개인 일탈을 넘어 예방과 재활이 필요한 사안으로 다뤄지고 있는 셈이다.

군은 현재 장병을 대상으로 연간 2시간 이상의 금융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등 금융교육기관 대면교육 인원은 2023년 11만 1000명에서 2024년 18만 7000명, 지난해 18만 5000명으로 늘었다.

다만 강의와 집합교육 중심 획일적인 방식에 머물러 실질적인 금융역량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실제 지난해 경제 골든벨 등 참여형 프로그램에 참여한 인원은 전체 교육 인원의 약 1%에 불과했다. 금융협회 7곳의 교육 인원도 980명으로 공공기관에 편중된 교육 공급 구조가 이어졌다.

정부는 급여·지출 관리와 저축 계획, 목돈 운용 등을 상담하는 장병 전용 상담소 운영과 함께 교육 참여를 높이기 위한 보상 체계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온라인 도박과 빚투, 가상자산·레버리지 상품, 고금리 대출 위험성을 다루는 자본시장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전·현직 금융사 임직원과 애널리스트, PB(프라이빗뱅커) 등 실무 전문가도 교육 강사로 투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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