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스파이 활동 방지, 정보관리체계 대수술…불신의 싹 없애야"

정치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21일, AM 05:01

[전경주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한미동맹의 핵심 축인 정보협력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민감한 군사 정보까지 공유해 온 한미 양국이 정작 정보의 취급과 공개를 둘러싸고 불신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정보공유 제한은 일회성 갈등을 넘어 그동안 누적된 양국 간 신뢰 문제를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논란의 중심에는 한국의 정보 관리에 대한 미국의 불신이 자리하고 있다. 지난 3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북한의 우라늄 농축시설 소재지로 평안북도 구성을 공개 언급한 이후 미국이 대북 정보공유를 일부 제한한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 6월 열린 북한 사이버 위협 대응 한미일 협의체 회의에서도 미국 측의 요구로 국가정보원이 참여하지 못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후 정 장관의 발언이 미국 측의 공개 정보에 근거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고, 국정원도 협의체 불참을 둘러싸고 일부 오해가 있었지만 이는 해소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연이은 사태에 우려는 확산됐다.

◇‘中 정보탈취에 취약’ 벗어나야

문제는 갈등이 특정 발언이나 사안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한미 간에는 과거에도 군사정보의 공개 범위와 당국자 발언의 정확성 등을 놓고 논란이 불거졌다. 안규백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 5월 한미 양국이 2020년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조건의 94%를 이미 충족한 것으로 합의했다고 언급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통상 비공개로 다뤄지는 전작권 전환 조건의 구체적인 충족률을 공개한 것이다.

지난 2월엔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의 서해 공중훈련을 둘러싼 논란도 있었다. 당시 한국 군 당국에서는 브런슨 사령관이 훈련과 관련해 사과했다는 설명이 나왔지만, 주한미군은 훈련 관련 보고가 늦어진 데 유감을 표명했을 뿐 군사 대비태세 유지에 대해 사과할 일은 없다고 반박했다. 각각의 사안에 대한 해석은 엇갈리지만, 군사·안보 사안의 공개 범위와 설명 방식을 둘러싼 양국의 인식 차이가 불신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의 정보수집 활동에 대한 미국의 경계심 역시 또 다른 변수다. 지난 8월 중국 군 출신 중국인 2명이 국내에서 한미 군사정보를 불법 수집한 혐의로 구속됐다. 이 가운데 한 명은 평택 주한미군기지 인근에서 군용품점을 운영하면서 수년간 군사훈련 관련 정보를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 이미 미 의회에서도 한국 내 중국의 영향력을 경계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6월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는 한국 내 중국 공산당의 악의적 영향력이 미국의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도록 요구하는 내용을 보고서에 담았다. 9월에는 존 물레나 미 하원 미중전략경쟁특위 위원장이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에게 한국의 대중국 접근이 미국의 이익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담은 서한을 보냈다.

한국이 중국의 정보 탈취에 구조적으로 취약하다는 인식이 미국 내에 확산할 경우 한미 정보협력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특히 미 의회의 문제 제기가 단순한 군사기밀 유출 우려를 넘어 한국의 정보보호 체계 전반에 대한 신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핵잠·원자력 협력까지 흔드나

정보협력의 균열이 우려스러운 것은 다른 현안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양국은 대미 투자뿐 아니라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도입, 우라늄 농축·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 등 굵직한 안보 현안을 협의하고 있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도 최근 한미간 이견을 보이고 있다. 핵잠 도입과 원자력 협력 확대는 고도의 기술협력과 전략적 신뢰가 필요한 분야다. 정보공유를 둘러싼 불신이 곧바로 협상과 대화의 중단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 속도와 범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배제하기 어렵다.

물론 신뢰 약화의 책임을 한국에만 돌리기도 어렵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와 거래주의적 동맹관은 한국뿐 아니라 영국과 일본 등 전통적인 동맹국들과도 마찰을 빚어왔다. 동맹의 신뢰는 어느 한쪽의 노력만으로 유지될 수 없다는 의미다. 중요한 것은 갈등을 부정하거나 상대방의 책임을 따지는 데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신뢰 회복에 나서는 것이다. 미국이 한국의 정보 취급과 관리에 어떤 우려를 갖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고, 정보의 분류와 공개 범위, 접근 권한, 보안사고 대응체계 등을 공동 점검할 필요가 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미국과 소통에 나서며 이러한 문제를 풀 것으로 기대한다. 미국의 우려를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동시에 우리 정부의 정보관리 개선 의지를 전달하고, 정부와 국회가 일관된 메시지로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정보유출 가능성이 있는 사각지대를 점검하고 제도적 방지책을 강화해야 한다.

정보협력은 단순한 정보 교환을 넘어 동맹의 신뢰 수준을 보여주는 척도다. 당장의 갈등을 봉합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민감한 정보를 안심하고 공유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한미동맹의 신뢰를 회복하는 출발점이다.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9월 22일(현지시간) 뉴욕 한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제공]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9월 22일(현지시간) 뉴욕 한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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